2017.06.03 16:23
에로틱한 긴장감을 주는 영화에 대한 문의글에 열심히 댓글을 쓰다가 너무 길어져서 그냥 글 하나를 올리기로 했어요.
저에게 뭔가 에로틱한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감독으로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데이빗 린치 감독이에요.
데이빗 린치의 <블루 벨벳>, <로스트 하이웨이>,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뭔가 화면 그 자체가 관능적이라고 할까...
시각적으로 보는 사람의 눈길을 확 사로잡는 게 있어서 제 영혼이 막 빨려들어가며 봤던 것 같아요. ^^
(영화의 스토리와는 별개로 감독이 영화를 장악하는 힘이랄까, 그런 걸 처음으로 느끼게 했던 감독)
그 다음으로 생각나는 사람은 로만 폴란스키 감독, 이 감독은 성에 대해 좀 더 직접적으로 다루기도 했죠.
Bitter Moon, Venus in Fur를 아주 흥미진진하게 봤어요. 이 분은 새디즘-매저키즘 쪽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
이외에도 제가 봤던 이 감독의 영화에는 묘하게 에로틱한 분위기가 있는데 Chinatown, Repulsion, Cul-de-sac,
Knife in the Water 모두 이상한 에로틱한 긴장감이 팽팽하게 느껴졌던 걸로 기억해요.
The Fearless Vampire Killers라는 영화도 만들었던데 뱀파이어 영화면 당연히 에로틱할 테니 조만간 볼 예정이에요.
가끔 로맨스 영화를 잘 만드는 감독보다는 스릴러나 공포 영화를 잘 만드는 감독이 에로틱한 영화를 잘 만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데이빗 린치도 그렇고 로만 폴란스키도 그렇고, 다들 공포영화/스릴러를 잘 만드는 감독들이죠.
(생각해 보면 관객들의 마음을 조였다 풀었다 하는 스릴러를 잘 만들 수 있다면 어떤 영화든 다 잘 만들 것 같긴 하네요.)
다음으로 생각나는 폴 버호벤 감독은 그 유명한 <원초적 본능>을 비롯해 <쇼걸>, <블랙 북>, 그리고 최근작인 <Elle>까지
에로틱한 긴장감이 넘치는 영화들을 많이 만들었죠. 보고 나서 별로 기억에 남지는 않지만 ^^ 이쪽 방면으로
기술적인 면에서는 탁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에로 영화의 고전인 Nine 1/2 Weeks를 만든 애드리안 라인 감독이 있죠. 이 영화는 오래 전에 상당히 재밌게 봤는데
Fatal Attraction이나 Unfaithful 같은 영화는 기대보단 별로였고... 저에게 이 감독의 최고작은 <롤리타>예요.
불안과 갈망과 집착에 사로잡힌 비극적인 중년 남성을 제레미 아이언스가 너무나도 잘 연기해서 저는 스탠리 큐브릭의
<롤리타>보다 이 롤리타를 더 좋아해요.
폴 슈레이더 감독도 은근히 에로틱한 긴장감이 넘치는 영화를 많이 만든 것 같아요. 나스타샤 킨스키가 나온 Cat People은
뭔가 직접적으로 야한 장면은 없는데도 굉장히 에로틱한 느낌이 넘치죠. 저는 자크 투르네 감독의 1942년 오리지널보다
이 영화가 더 마음에 들어요. (아무래도 저는 비슷한 영화라면 좀 더 에로틱한 쪽을 선호하는 듯 ^^
생각해 보니 이 영화도 가벼운 공포물이네요. 공포 영화의 전율이 에로티시즘의 전율로 전이 혹은 착각되는 건가...)
폴 슈레이더 감독의 다른 영화들은 구하기가 힘들어서 많이 못 봤지만 미시마 유키오의 작품들을 영화화한
Mishima: A Life in Four Chapters만 봐도 이 감독이 어떤 걸 추구하고 싶어하는지 약간은 짐작이 가죠.
제목이 과격한 영화 Hardcore도 구할 수 있으면 한 번 보고 싶고, Light Sleeper는 구해놨으니 여름에 보려고 해요.
곰TV 무료 영화에 가끔 Forever Mine이라는 이 감독의 영화가 뜨는데 그리 잘 만든 영화는 아니지만 에로틱하고 꽤 재미있어요.
저는 뭔가 탐미적이고 퇴폐적이고 강박적이고 파괴적인 성향의 인물들이 나오는 영화에 관심이 가요. ^^
최근에 영화 몇 편을 찾아본 프랑수아 오종 감독도 생각나네요. 에로틱한 긴장감은 Swimming Pool에서 상당히 느껴졌던 것 같고...
얼마 전에 본 Young and Beautiful도 재밌었어요 The New Girl Friend도 약간 다른 방향이긴 하지만 역시 재밌게 봤고요.
Under the Sand와 Water Drops on Burning Rocks도 재밌을 것 같은데 찾아놨다가 7월에 봐야겠어요.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The Piano Teacher도 저에겐 상당히 흥미진진했어요. 나중에 좀 비정상적으로 과격하게 흘러가지만 ^^
이 영화에서 이자벨 위페르의 연기는 정말 대단하죠. 남자 배우도 마지막에 (캐릭터가) 좀 망가지지만 상당히 매력적이었어요.
30대 여성과 15세 소년과의 관계를 다룬 The Reader, 그리고 All Things Fair(1995, 스웨덴 영화)도 아주 재밌게 봤었죠.
All Things Fair는 미성년자 배우로 이런 걸 찍어도 되나 싶은데... (감독이 자기 아들을 썼더군요. ^^)
얼마 전에 알게 된 틴토 브라스 감독은 대놓고 에로틱한 영화를 찍은 것 같은데 궁금해서 한 번 보고 싶지만 요즘 좀 바빠서
무더운 여름이 되면 찾아볼까 해요.
곰TV 무료영화에 Under the Skin이 올라와 있던데 이 영화도 에로틱한 긴장감이 넘치죠. 역시 에로틱은 스릴러적인 요소가 있어야...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이 Sexy Beast라는 영화를 만들었던데 야할지는 모르겠지만 평도 좋고 궁금해서 한 번 보고 싶어요.
저는 에로틱한 영화도 이왕이면 영화 잘 만드는 감독들이 만든 영화를 찾아보고 싶긴 해요.
(그냥 야하기만 한 영화를 보고 나면 그런 말초적인 감각에 휘둘린 두 시간이 허무해서... ^^)
그래서 거장의 반열에 오른 감독들이 세련된 솜씨로 묘하게 에로틱한 느낌이 솔솔 풍기는 영화를 만들어 주거나
아예 직접적으로 성에 대해 심도 깊게 다룬 영화를 만들어 주면 몹시 열광하면서 보는데
생각해 보니 요즘엔 이쪽으로 잘 만든 영화를 별로 못 본 것 같네요. (저만 모르는 건지...)
혹시 혼자만 알고 계시는 에로틱한 영화의 걸작이 있다면 살짝 알려주세요. 몰래 찾아볼게요.
(이제 인생은 90까지라는데 두 시간쯤 허무하게 보내도 괜찮아요. ^^)
2017.06.03 16:54
2017.06.03 17:10
기억을 더듬어 열심히 쓰긴 했는데 쓰고 나니 다들 아실 것 같은 영화여서 별로 도움은 안 될 것 같지만... ^^
7월이 되면 하루에 8시간씩 열심히 영화를 봐서 이 분야로도 새로운 영화들을 발굴해 놓아야겠습니다.
2017.06.03 17:11
에로틱한 영화에 잘만 킹 빠지면 서운하죠... <투 문 정션>, <와일드 오키드>, <레드 슈 다이어리>... <나인 하프 위크>도 잘만 킹 극본일 거예요.
2017.06.03 17:21
오옷, 제목을 훑어보니 제가 에로틱한 영화에 관심 많을 때 섭렵했던 고전들이군요. ^^
<와일드 오키드>는 <나인 하프 위크>만큼 재밌게 봤던 것 같은데 세월이 흘러서 그런지
무슨 내용인지는 하나도 기억 안 나고... <나인 하프 위크>도 미키 루크의 오토바이만...
2017.06.03 17:29
<엑스파일>의 데이빗 듀코브니에 한창 빠져 있을 때 <레드 슈 다이어리> 구해볼라고 용을 썼던 기억이...ㅠㅜ
딱히 에로틱하자고 만든 영화는 아니어도 그런 아우라가 있는 배우를 잘 쓰면 영화가 엄청 섹시해지긴 하는 거 같아요. 양조위나 하비에르 바르뎀 같은 사람이 저한텐 좀 그렇거든요. <색,계>나 <하몽하몽>은 너무 당연하고, <화양연화>나 <비포 나잇 폴스>도 엄청 침삼키며 봤다는...
2017.06.03 18:14
비가스 루나 감독과 피터 그리너웨이 감독도 에로틱한 영화를 좀 만든 것 같은데
제가 열심히 찾아본 감독들은 아니어서 본문에 언급하진 못했어요.
그나저나 저는 <하몽하몽>을 아직 못 봤다는... orz 얼마 전에 <달과 꼭지>는
재미있게 봤어요. <Before Night Falls>는 예전에 보려고 찾다가 못 찾았던 영화인데
갑자기 관심이 배가되네요. (하비에르 바르뎀은 저에게도 매력적이에요.
양조위는 조금만 더 퇴폐적인 분위기를 풍겨주면 좋겠고... ^^)
2017.06.03 17:44
2017.06.03 18:06
왜 제가 데이빗 린치 감독의 영화를 에로틱하게 느낄까 생각해 보니 제가 이 감독의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굉장한 몰입감이 웬만한 영화에서는 느끼기 힘든 (에로틱한 영화에서만 가능할 법한)
그런 강력한 것이어서 그렇게 기억하나 싶기도 하네요. 어쨌든 저한테는 무척 에로틱한데... ㅠㅠ
갑자기 이 감독 요즘 뭐하나 궁금해 찾아보니 뮤직 비디오를 몇 개 만들었는데 별로 신통치 않군요. ㅠㅠ
2017.06.03 19:29
2017.06.03 20:12
갑자기 어떤 요소가 에로틱한 느낌을 만들어 내는가 하는 의문에 빠져들면서 영화의
예측불가능함이 야기하는 공포 혹은 스릴이 에로틱한 느낌을 증폭시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어쩌면 제가 데이빗 린치 감독의 영화를 에로틱하게 느끼는 것도
간간히 나오는 야한 장면들 자체보다는 그런 장면들의 에로틱함을 증폭시키는 요소들,
예측불가능함과 낯섦이 주는 어떤 섬뜩한 전율이 이 감독의 영화를 에로틱하게 느끼게 했나
하고 생각 중이에요. 말씀하신 오디션 장면도 나오미 왓츠의 연기가 어디로 튈지 예측불가능하고
아슬아슬한 느낌을 주는 상황에서 작은 동작이나 말들이 뭔가 무지하게 신경을 자극했던
그런 장면이었던 것 같은데...
2017.06.03 19:35
2017.06.03 20:15
이 영화 봤다고 생각했는데 마이클 케인이 나오는 드 팔마 감독의 영화를 본 적이 없으니
안 봤나 봐요. ^^ 줄거리를 살짝 보니 음... 에로틱한 느낌이 삐리리~ 오네요.
이런 저런 경로로 꼭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같이 찾았는데 드 팔마 감독의 Obsession도 재밌을 것 같아요. (제목이 제 취향 ^^)
2017.06.03 19:39
워낙 유명하시지만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도 이런 면에서 일가견이 있으시죠. <라이브 플래쉬>에서 역대급 베드씬이 하나 나오기도 하고 최근작 <줄리에타>도 참 좋았네요.
2017.06.03 20:24
앗, 제가 본문 쓸 때 알모도바르 감독도 잠깐 뇌리를 스쳐지나갔었어요. ^^
오래 전에 봐서 세세한 장면은 기억이 안 나지만 <라이브 플래쉬>가 몹시 야했다는 건
확실하게 기억나네요. Talk to Her에서도 에로틱한 느낌이 살포시 있었고...
<줄리에타>는 아직 못 봤는데 이 감독이 만들었다면 에로틱함의 기본은 충족시켜주리라
믿고 봐야겠어요. ^^
2017.06.03 22:09
거스 밴샌트의 <아이다호>요. 리버 피닉스, 키아누 리브스, 키아라 카셀리의 쓰리섬 신에서 숨도 못 쉬고 화면만 바라봤던 기억이 나네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거의 정지화면 같은 숏을 이어붙인 신이었는데 어째서 그렇게나 바짝 흥분했는지... 너무 어렸을 때라 그랬을려나요. ㅎㅎ
2017.06.03 23:05
앗, 이 영화에 그런 화끈한 장면이 있었던가요. 리버 피닉스가 기면증인가, 갑자기 길에 쓰러져 잠드는
그런 병에 걸렸던 뭐 그런 것만 기억나고 말씀하신 장면은 금시초문이네요. 아마 이 영화 보다가
저도 기절했던 것 같아요. ^^ 거스 반 산트 감독의 다른 영화는 대부분 재밌게 봤는데 저도 어릴 때
이 영화를 봐서 이해가 안 됐던 건지... 지금 보면 좀 다르게 느껴질까요... 야한 장면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다시 볼 엄두가 안 나는데... ^^ 이게 감독의 첫 영화인가 하고 찾아보니 두 번째군요.
Mala Noche가 첫 영화인데 Amour Fou라고 되어 있는 걸 보니 미친 사랑 얘기인가 봐요.
이런 영화 제 취향이라 찾아보려고 했더니 이미 옛날에 찾아놨고 제 외장하드에서 고요히 썩어가고 있군요.
이 영화도 여름에 보기로... (아, 제목은 스페인어고 Bad Night이라는 뜻이라네요. 참고로 동성애 영화이고...)
2017.06.04 00:29
2017.06.04 08:13
다시 봐야겠네요 ^^;
2017.06.03 23:28
나스타샤 킨스키의 전신(헤어)누드를 대놓고 찍은 데다가 속박섹스의 전형을 보여준 1982년도 캣피플에 직접적으로 야한 장면이 없다니 무슨 말씀이신지...? -_-a
2017.06.04 00:24
2017.06.04 00:25
앗, 제가 좀 전에 <캣 피플> 다시 본 줄 어떻게 아시고 이런 댓글을... ^^
갑자기 이 영화가 어땠는지 궁금해서 다시 봤는데 의외로 나스타샤 킨스키가 훌훌 많이 벗더군요. ^^
에로틱했던 분위기만 기억하고 정작 야한 장면은 다 잊어버리는 청순한 뇌구조를 갖고 있는 건지...
(다시 보니 그제서야 그런 장면이 있었다는 기억이... orz)
그런데 다시 보는 건데도 은근히 무섭더군요. 영화 마지막에 나온 노래 한 곡~
David Bowie - Cat People
2017.06.04 00:45
2017.06.04 00:35
2017.06.04 01:07
비엔나 호텔의 야간배달부가 The Night Porter군요. 더크 보가드 봤던 기억은 나는데
샬롯 램플링을 본 기억이 안 나서 찾아보니 제가 이 영화 볼 땐 샬롯 램플링인 줄도
모르고 봤던 것 같아요. 굉장히 예쁘고 지금의 날카로운 느낌이 거의 없네요.
이 영화 재밌었어요. 제가 나름 이쪽으로 잘 만든 영화를 보긴 봤구나 하고 뿌듯하네요. ^^
<양들의 침묵>은 너무 무서워서 성적 긴장감 느낄 여유도 없었는데 손가락이 스쳤었군요. ^^
(이런 예리한 지적을 보면 저의 기억은 얼마나 엉성한가 자괴감이...)
The Hunger(1983)은 못 봤어요. 말씀하신 장면을 찾아보니 멋지네요.
뱀파이어 영화라니 더 좋아요. 얼른 찾아놔야겠어요.
2017.08.14 02:36
Klute (1971)도 에로틱한 영화로 추가할게요. 제인 폰다가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네요.
도널드 서덜랜드도 멋있게 나오고... 재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