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딸기를 먹는 사치

2013.02.04 10:35

이안 조회 수:3948

제게 사치와 여유로움이란 단어는 디저트에 가까운 말이에요.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을 TV판 영화로 보면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화창한 가을, 아니면 봄날 쯤에

주인공인 화자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장면이었어요.

 

그걸 보면서.. 아 내게 행복이란 따뜻한 어느 날 오후쯤 미술관 앞에서 먹는 아이스크림 같은 느낌이지.

라고 생각했지요.

 

당장 허기를 면해야만 하는 그 때에는 디저트보다는, 더 많은 양의 양식이 필요할 테니까요.

궁핍의 단계를 벗어난 약간의 사치를 누릴 수 있을 때가

넘치를 부를 소유한 때보다 더 행복할 것 같아요.

 

지난 주에 쉬는 날, 친구를 초대했어요.

약속된 날 비가 오고 날이 흐렸지만 다이애나를 초대한 앤의 마음으로

평소에는 쓰지도 않던 엄마가 사주신 꽃무늬 접시도 꺼내놓고 딸기를 사다놓고 친구를 기다렸어요.

 

점심시간에 맞추어 도착한 친구는 오는 길에 접촉사고가 났지만 의연하게 대처하고

전날부터 골라놓은 소매가 봉긋한(사실은 파워숄더?) 예쁜 카디건을 입고 왔더군요.

 

간단하고도 초대음식으로 손색없다는 연어 스테이크를 처음으로 해봤어요

 

 

 

 

 

식사는 사실 디저트를 위한 서곡이었을 뿐이고

우리의 본식인 밀크티와 딸기 그리고 달다구리들..

친구를 위해 특별히 요크셔 골드를 아낌없이 투하했고 딸기를 두 번쯤 리필해서 먹었어요.

 

 

 

 

학교 CC 였던 저희 부부의 신혼집은

동기들에게 아지트 같은 곳이기도 해서

  친구들을 불러 가끔 밥을 먹이기도 하는 게 일상이었는데

이젠 큰 맘 먹어야 할 수 있는 이벤트 같이 되어 버렸네요.

 

 

친구가 돌아가는 길.. 아쉬움 보다는 마음이 채워지는 기쁜 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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