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13 01:57
- 제가 '비평가' 내지는 '리뷰어' 직함을 달고 활동하는 사람들 중에서 일부러 리뷰를 찾아보는 사람은 듀나님 뿐입니다. 아니 뭐 다른 사람들보다 듀나님이 탁월하다든가 그런 생각까진 없는데. 리뷰를 읽고서 받는 '아 대략 이런 영화겠구나'라는 느낌과 제 실제 소감이 가장 일치하는 글을 쓰시거든요. 그게 듀나님의 능력인지 아님 그냥 오랜 세월 이 양반 리뷰를 읽으면서 제가 거기에 최적화되어 버린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ㅋㅋ 그러니까 '듀나님이 호평하면 다 재밌어'라는 게 아니라, 글을 읽으면서 제가 좋아할만한 영환지 아닌지 판단하기가 쉽다는 거죠.
이런 소릴 왜 하냐면, 그냥 듀나님이 최근에 이 영화 리뷰를 올리셨고, 재밌어 보이길래 넷플릭스에도 iptv에도 아직 없는 걸 vod를 구입해가며 봤다... 라는 사연 때문입니다. 언젠간 다 올라오겠지만 그냥 빨리 보고 싶더라구요.
- 아. 늘 그렇듯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 갑부집에 시집간 평범한 (하지만 엄청 예쁜) 여자 이야기입니다. 근데 그 갑부집엔 이상한 전통이 있는데, 결혼으로 새롭게 가족의 일원이 된 사람은 결혼 첫날 밤 자정부터 그 가족의 대저택에서 나머지 가족들과 함께 게임을 해야 한다는 거에요. 무슨 게임을 할지는 뽑기로 랜덤 결정인데, 걍 카드 게임을 할 수도 있고 체커를 할 수도 있고... 억세게 재수가 없으면 주인공처럼 됩니다. 옛날 구식 무기들로 무장한 나머지 가족들에게 밤새 술래잡기를 하면서 쫓기는 거죠. 당연히 잡히면 정말로 죽습니다. 줄거리 얘기는 여기까지만 하는 게 적당하겠네요.
- '유아 넥스트'도 생각나고 '겟 아웃'도 생각나고 뭐 그런 설정이죠. 설정 자체가 그렇게 튀는 편은 아닙니다만. 저 두 영화와 가장 분명하게 다른 부분이라면... 유머가 강하다는 거겠네요.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블랙 코미디입니다. 진지하고 심각하게 전개되면서도 계속해서 웃겨요. 그리고 그 유머들이 꽤 괜찮습니다. 별 거 아닌 아이디어인데 절묘한 타이밍으로 웃기는 것도 많고. 관객들 심정을 대변해줘서 웃음이 터지는 것도 있고. 나름 풍자적인 유머들도 있구요. 암튼 억지스럽고 과한 느낌 없이 자연스럽게 꽤 웃겨줍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차별점은, 주인공을 죽이려 드는 가족들 캐릭터가 은근슬쩍 입체적이고 심지어 조금씩은 공감도 가능하게 묘사되어 있다는 겁니다. 아마도 이 부분이 이 영화의 가장 큰 개성이자 장점 같아요. 가족들 하나하나가 다 확실한 캐릭터가 잡혀 있고 그 캐릭터들에 맞게 관계를 맺고 있으며 사건의 진행 과정에서 그런 관계가 계속해서 이야기에 반영이 됩니다. 당연히 다 나쁜 놈들이긴 하지만 동시에 지켜보는 재미가 있는 놈들이어서 한참 보다보면 사마라 위빙이 아니라 이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랬네요.
- 하지만 좀 아쉬운 점도 있어요. 뭐냐면... 그렇게 무섭거나 긴장되거나 하질 않습니다. 주인공이 평범한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애초에 사냥꾼들이 워낙 어설퍼서 쉴 새 없이 터지는 위기 상황에도 큰 긴장감이 없어요. 그리고 이 상황에 맞서 싸우는 주인공의 액션(?)에도 장르적인 쾌감 같은 건 좀 모자란 편이구요. 딱히 창의적이거나 크게 인상적인 장면 없이 '이런 상황에서 한 번씩 나옴직한 장면들'이 평이한 수준으로 하나씩 하나씩 흘러갑니다. 세고 강렬한 영화를 원하신다면 좀 실망하실 수도 있어요.
- 대충 정리하자면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특별하지 않은 설정에서 얘기치 못한 컨셉(?)으로 재미를 뽑아내는 영화입니다. 주인공을 포함해서 거의 모든 캐릭터들이 잘 살아 있고 그 캐릭터들을 활용해서 개그도 치고 드라마도 만들고 알차게 이야기를 짜냈어요. '잘 만든 이야기'라는 생각이 마구 듭니다.
다만 호러물로서 충분히 긴장이나 공포를 안겨주느냐... 고 한다면 그 부분은 좀 아쉽긴 한데, 애초에 사냥하는 쪽도 사냥 당하는 쪽도 모두 '전사' 내지는 '괴물'과는 거리가 아주 먼 인물들인 이야기이고 하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는 생각도 들고 그렇습니다.
암튼 어떻게 따져봐도 못 만든 영화는 아니고, 저는 충분히 재밌게 봤어요. 기대치를 공포보다 캐릭터 코미디 쪽에 맞추신다면 아마 대체로 만족스러우실 겁니다.
+ 앤디 맥도웰이 나오죠. 사실상 이 영화의 가장 큰 스타인데, 호러 영화 출연은 처음이었는데 아주 재밌게 찍었다... 고 부가 영상에서 그러더군요. 감독들도 몇 번을 얘기하더라구요. 와! 우리가 아메리칸 스윗 하트 앤디 맥도웰을 데리고 영화를 찍고 있어!!! ㅋㅋㅋ 얼마 전에 본 '원스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는 이 분 딸이 나왔었는데. 어쩌다 모녀의 출연작을 같은 시기에 몰아 본 셈이 됐네요.
++ 사실 이 영화를 보기로 결심한 이유는 듀나님 리뷰 때문만이 아니라, 사마라 위빙도 있었습니다. 전 왠지 이 분에게 호감이 가더라구요. 처음으로 이 분을 접한 게 '메이햄', 그 다음이 '애쉬 vs 이블데드'. 그리고 '사탄의 베이비시터'였다 보니 제겐 뭔가 B급 호러계의 여신 같은 이미지랄까(...) 그리고 그래서 이 영화 보길 잘 한 것 같아요. 제 기준으론 가장 매력적으로 나오더라구요. 비주얼상으로도 캐릭터상으로도. ㅋㅋ 그리고 다들 아시죠? 이 분이 스미스 요원님 조카시라는 거... 보다보면 은근히 닮은 느낌이 있습니다. 하하.
+++ 주인공의 남편 역으로 나오는 배우가 (사실 전혀 닮지는 않았는데) 분위기상 뭔가 키아누 리브즈스럽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봤는데, 다 보고 나서 imdb를 보니 사마라 위빙의 차기작 중 하나가 빌과 테드의 엑설런트 어드벤쳐 속편이네요. 근데 이게 이제사 속편을 만들 정도로 흥했던 영화였나요? 1편을 어릴 때 극장에서 재밌게 보긴 했는데 지옥 여행하는 속편은 안 봤어요. 그리고 이후로 수십년간 이 영화 이야기하는 사람을 단 한 번도 못 봤는데 이 시국에 속편이라니. 미국에선 꽤 인기가 있었나 보네요.
++++ 네이버에서 구입해서 봤습니다. 다운로드 가격이 무려 1만 9백원짜리 비싼 영화였는데 30% 할인 이벤트 & 2000포인트 할인 이벤트가 겹쳐서 5천 몇백원이 되어 있길래 그냥 샀죠. 그런데 사고 나서 보니 그 두 이벤트가 모두 12일까지였네요. 허허. 운이 좋았어요. 다만 덤으로 끼워주는 부가 영상은... 뭐 그냥 그랬네요. 걍 감독들, 배우들 서로 덕담하는 게 거의 다였어요.
2020.05.13 08:33
2020.05.13 10:37
긴 드라마들은 아주아주 시간 여유가 많아질 때나 손 댈 수 있을 것 같은데 올해는 이미 방학도 반토막 난 상황이고... 기약이 없네요. ㅋㅋ
2020.05.13 09:47
2020.05.13 10:39
옛날엔 '듀나체'라 불리며 타 커뮤니티 사람들의 비꼼의 대상이기도 했죠. 듀게 사람들은 다 '듀나체'로 얘길 한다며. ㅋㅋ
그리고 휴고 위빙은... 그래뵈도 (원작 설정) 절대 미모 엘프의 왕이시기도 했다는 걸 기억합시다!!! 하하.
2020.05.13 10:11
코미디가 이정도로 강할줄은 몰랐어요. 제일 빵터졌던 건 맨 마지막 대사죠. 이건 번역을 제대로 맛깔나게 하기가 거의 불가능했을 것 같아요 ㅋㅋ
호러연출이나 액션면에서 말씀처럼 딱히 뛰어난 부분은 없지만 주인공이 겪는 두려움과 고통이 보고있는 저한테도 뼈로 체감이 되다보니 몰입감은 쩔더라구요. 그래서 제대로 반격을 가하면 통쾌함도 느껴지고..
사마라 위빙은 엠마 스톤과 카라 델레바인을 반반 섞어놓은 것처럼 생겼어요. B급 영화들 위주로 출연하면서 조금씩 인지도를 쌓아가는 중이던데 곧 메이저에서 성공하는 모습도 보고싶네요.
2020.05.13 10:46
뭔가 쌍욕을 되게 적절한 타이밍에 맛깔나게 활용하는 영화 같았어요. 쌍욕으로 웃기는 게 쉽지 않은데 이 영화는 쌍욕이 터져 나올 때마다 낄낄거리게 되던. 말씀하신 대사가 혹시 In-laws. 이거 맞나요. 이것도 웃겼구요. 말씀대로 뭐라 번역해야할진 모르겠지만요. ㅋㅋㅋ
대단한 액션은 없지만 말씀대로 주인공이 어디 하나 다칠 때마다 정말 그 고통을 리얼하게 느끼게 하긴 하더라구요. 염소 우리 씬이나 철창씬... 으아악. 말씀하신 통쾌함은 염소 우리에서 절정이었습니다.
전 처음엔 마고 로비 생각을 하게 되더라구요. 닮았다기 보단 뭔가 헐리웃 영화에서 비슷한 용도로 소모되는 비주얼이랄까. 나이도 비슷하던데 둘이 자매로 나오는 영화 같은 게 있으면 재밌겠다고 혼자 생각해 봅니다. ㅋㅋㅋ
플젝 종료 후 두달은 놀 생각인데 그때 로이배티님의 글들이 정말 많이 도움 될 거 같아요
근데 그래서 닥터후는 언제부터 달리십니까?
브레이킹 배드도 안 보셨다해서 부러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