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규가 지난주 라디오스타에 나왔네요. 그를 예능프로에서 볼 수 있어 참 반가웠습니다. 위대한 탄생에 출연한 후 독설가 이미지로만 굳어지는 것 같아 안타까웠는데, 어깨 힘 좀 풀어도 되는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걸 무척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박완규를 우직한 음악인으로 기억합니다. 여러 인터뷰를 통해 들여다본 그는 스스로에게 가혹할 정도로 엄격하고, 자신의 음악 세계에 대한 확고한 주관이 갖춰져있으며, 스타라는 자의식이 없는 특이한 사람이었습니다. 번번이 동료 음악인을 강하게 비판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지만, 보다 진지하게 음악의 길을 걷지않는 것을 질책하려는 의미가 강했죠. 서태지의 경우는 그에게 몰린 지나친 관심으로 인해 재야에서 하드코어 락의 저변을 넓혀온 이들의 노력이 묻혀지는 것을 비판한 것이었죠. 가수 후배들이 노래방에서 간주점프를 누르자, 작곡가들이 얼마나 열심히 만든 부분인줄 모르냐며 강하게 질책한 것 역시 그의 엄정함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음악에 대한 긍지가 대단한 가수였어요.

그는 음악인이 평생 음악에 충실할 수 없게끔하는 이 나라 음악판에 대한 환멸감을 자주 토로하곤 했습니다. 대부분 관객의 반응을 고려하지 않은 거친 생짜의 언어로 말이죠. 누군가는 그를 구제불능의 외골수로 생각할지 모르나, 전 박완규를 마음속으로 늘 응원했습니다. 대중의 눈치를 보느라 스스로를 숨기곤 하는 대부분의 연예인과 달라서 좋았어요. 여전히 저는 그가 모난 돌일지언정 순수한 사람이라 믿고 있습니다. 
 
그랬던 박완규가 라디오스타에서 예능에 깊숙히 발담근 김태원에 대한 이야기를 하더군요. 저역시도 처음 김태원이 예능에 나오던 때 저 사람 이제 작곡 안하는 것 아니냐며 걱정했었죠. 허나 지금 이렇게 박완규가 다시 대중앞에 설 수 있게된 건, 김태원이 끝없이 망가지고 놀림받아가며 자신의 입지를 다져온 덕이라는 게 참 아이러니합니다. 더 많은 세대에게 부활을 알리고, 몰락한 오랜 동료를 다시금 가요판에 불러들일 수 있게한 김태원의 혜안이 새삼 존경스러워요. 더 많은 대중과 만나기 위해 스스로를 낮출 줄 알았던 그가 이렇게 결실을 맺어가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김태원은 부활 20주년 당시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에서 밴드를 하는 것에 대해 '한마디로 도를 닦는 것과 같다'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어쩌면 대한민국은 하나의 락밴드가 오래 장수하는 데 있어 세계최고난이도의 스테이지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전설적인 락밴드의 리더가 국민할매가 되어야만 했던 사연을 생각하면 콧망울이 시큰해져요. 그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음악을, 작곡을 포기하지 않은 그를 마음 속 깊이 존경합니다. 박완규도 하드락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이제 접고, 김태원의 든든한 품속에서 제자리를 찾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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