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02 15:59
1.
교육부에서 지난 주에 추가 지침을 내렸습니다. 고등학교는 고3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치고 초, 중등학교는 전교생의 1/3 이하만 한 번에 등교 시키고 어린이집, 유치원은 휴원을 몇 주 연장하는 거죠.
그래서 지난 주 수요일에 첫 초등학교 등교란 걸 해 보고 3일 연속 등교했던 제 아들놈은 이번 주부터 주 1회만 학교를 갑니다. ㅋㅋㅋ 사실 그게 오늘, 화요일인데 오늘은 또 등교를 안 했네요. 감기에 걸려서 미열에 콧물이 나거든요. 그래서 이번 주는 아예 등교를 안 하게 된...;
특히나 갓 데뷔한 초딩이니만큼 '주 1회 등교'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친구들 얼굴, 이름도 못 익히고 심지어 담임 얼굴도 잘 몰라요. 어차피 모두 다 함께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까요. 차라리 걍 EBS 학습을 쭉 하라 그러죠. 1주일에 하루씩 가방이랑 짐이랑 챙기고 등하교 시키는 게 오히려 귀찮...
근데 재밌는 점 하나.
저희 아들, 딸 놈들이 올 겨울부터 지금까지 감기를 한 번도 안 걸렸어요.
2월부터 코로나 때문에 어린이집을 안 간 덕이 크다고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이번 주말에 그게 확인이 되었네요.
둘이 나란히 지난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딱 3일 어린이집, 학교를 다녀오더니 토요일부터 바로 콧물이 줄줄 흐릅니다. ㅋㅋㅋ 학교가 우리 어린이들에게 이렇게 해롭습니다 여러분!!!
2.
제가 일하는 곳은 학년별로 한 주씩 번갈아가며 등교 시키고 있습니다. 제일 먼저 3학년이 등교 중이고 내일부터 2학년, 1주일 뒤엔 1학년이 등교를 하죠. 나오면 얘들이 뭘 하냐 하면, 수행평가 봅니다. ㅋㅋㅋ 그냥 수업을 할 시간이 거의 없어요. 이번에 나오고 나면 다음 등교는 3주 후니까 6월말~7월이죠. 7월 하순에는 지필평가를 봐야 하고 그 시험 보고 나면 바로 내신 산출을 해야 하기 때문에 미리 수행 평가를 봐서 점수를 부여해 놓아야 하거든요.
그러니까 온라인으로 수업 듣다가 학교 나와서 수행 평가. 2주간 온라인으로 수업 받고 학교 나와서 한 주 정도 수업 하고 또 수행 평가. 그러고나면 이제 기말고사 준비 모드가 되는 거죠. 요즘 상황을 보면 최소 7월 초까지는 전체 학생 등교는 어려워 보이니 결국 올해 1학기 학생 등교는 그냥 시험 보러 나오는 기간이 되네요.
쓸 데 없이 욕심만 많은 제 직장 우두머리께선 얼른 전교생을 다 등교 시키고 싶어하시는데요. 말하는 걸 가만히 보면 '남들보다 앞서 다 등교 시키고도 코로나 전염이 없었다!'는 업적(?)을 세우고 싶으신 것 같습니다만. 학교에서 아무리 관리해봐야 밖에서 옮아 오면 다 의미 없는 건데 뭔 자신감인지 모르겠네요. ㅋㅋ 암튼 최근의 확진자 증가세 때문에 전체 등교가 뒤로 미뤄질 것 같으니 계속 홀로 심기가 불편하십니다.
아마도 올해 1학기는 그냥 이렇게 한 학년만 등교 시키는 패턴을 반복하다가 끝날 것 같아요.
그리고 어차피 '2학기'라고 해봐야 1학기 종료 후 딱 2주 후이니 그 때라고 크게 다를 거란 보장도 없고 그렇네요.
3.
온라인 수업은 뭐... 애들이 시스템에 너무 적응을 해버려서 문젭니다. 대충 편하게 하는 요령을 알아 버린 거죠.
말하자면 수업에 접속한 상태로 모니터 화면에 다른 거 띄워 놓고 즐거운 시간 보내며 수업 듣는 듯한 표정만 하고 버틴다거나.
어차피 좀 늦게 접속해도 교사들이 딱히 제재할 방법도 없으니 느긋하게 들어온다거나.
기기, 네트워크 핑계를 대면 역시 교사들이 진위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대충 멋대로 한다거나...
그래도 아직 어린 애들이라 그렇게 사악하진 않아서 진짜로 거짓말하며 수업 안 듣는 걸로 의심되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만.
이렇게 뭔가 '대충' 흘러가는 분위기가 스멀스멀 조성이 되니 교사들 입장에선 좀 지칩니다.
근데 뭐 어쩔 수가 없어요.
하루에 6교시, 7교시를 모니터 화면 앞에 앉아서 수업 듣는 거, 저더러 하라고 해도 똑바로 못할 거구요.
또 지금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교육부, 교육청의 지침이 (돌려서 말하고 있지만) '엔간하면 애들 결석 처리 같은 거 하지 마' 거든요.
그냥 "그래도 성실하게 임하는 애들이 더 많으니까!!!!" 는 걸 위안 삼아 온라인 수업 놀이 중입니다.
그리고 정말로 그런 학생들이 더 많아요.
4.
온라인 실시간 수업이 좀 부담스러운 게.
가끔 학부모님께서 집에 계시다가 옆에서 지켜보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보통은 화면에 안 잡히게 빠져 계신데, 그래서 더 부담스럽기도 하죠.
체육 교사의 경험담으로는, 원격으로 애들에게 시킬만한 걸 고르다가 저글링을 선택해서 시키는데, 갑자기 학생 어머니께서 난입(?)하셔서 딸 옆에서 저글링을 하시더라고. 그래서 결국 학생과 어머니까지 지도하고 나오셨다고 합니다. ㅋㅋㅋ
근데 방금 전엔 또 그거랑 비슷한 일이 제게 생겼는데...
갑자기 졸업 후 전혀 연락이 없었던, 하지만 학교 다닐 땐 좀 친했던 고등학교 동창에게 전화가 왔어요.
친구에게 소식 들었다. 잘 지내냐. 뭐 이런 얘길 좀 하다가 결론은 이번에 자식이 이 학교에 입학했고 제 수업 듣는다고.
호기심에 자식이 수업 들을 때 옆에서 제 수업을 같이 들어봤다고...
...
ㅠㅜ
5.
한 학년이라도 등교를 재개했기 때문에 이제 학교에서 급식을 먹을 수 있습니다.
샐러드와 도시락의 나날이여 안녕!!!
맛있어요!
늘 달고 짜고 기름진 음식들을 배불리!!!!
다이어트의 세월이여 안녕! 입니다. ㅋㅋㅋㅋㅋ
급식 만세!!!!!
2020.06.02 16:02
2020.06.02 16:05
2020.06.02 16:23
고3은 디폴트로 그냥 박아 놓고 1, 2학년이 번갈아가며 등교합니다. 보통은 한 주씩 번갈아가며 나가거나 하는 것 같은데 디테일은 학교 재량이에요. 수능이야 뭐... 국가적 중대 행사이기 때문에 전부 시험 보러 보내겠죠. 다만 올해는 왠지 감염 막는다고 역대급으로 감독 교사를 차출해서 최대한 많은 학교에 분산시키지 않을까 하는 불길한 예감이...
2020.06.02 17:12
1. 역시 사람이 모이면 병이 있군요; 저 어릴 적에는 매년 감기를 달고 살았는데 그게 어쩌면 학교 때문이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거의 없었어요 그러고보니.
2. 직장 우두머리 같은 작자가 너무 많아요. 훈장 하나 달아보겠다고 (사실은) 자신이 컨트롤할 수도 없는 걸 우격다짐으로 추진해놓고 안 되면 남탓할 준비만반(???)인 것들... 어휴 듣기만해도 눈에 몇몇몇 인사가 떠오르네요.
4. '선생을 감시하려는' 학부모들만 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5. 축하드려요.
학부모들 입장에서도 참 어려운데 로이배티님은 이중고를 겪으시느라... 그래도 잘 해나가시는 것 같아서 글을 읽는 사람 마음이 놓입니다. 힘 냅시다.
2020.06.03 09:24
1. 알고 보면 '산골 소년 소녀'들의 건강한 이미지는 자연이 좋아서가 아니라 사람이 별로 없는 데 살아서일지도... ㅋㅋㅋ
2. 적당히 무능한 사람이 나이 먹고 높은 자리 올라가면 다 비슷해지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ㅠㅜ
4. 뭐 그래도 여긴 학생들도 착하고 학부모님들도 요즘 시국(?) 대비 되게 관대하신 편이에요. 우두머리들만 제외하면 사실 교사하기 꽤 좋은 환경이죠. 하하.
5. 감사합니다! 근데 정말로 급식 먹기 시작하니까 저녁을 적게 먹어도 체중이 안 내리고 조금씩 오르는 기분이네요. 제 지난날 과체중의 원인은 급식이었...
제가 딱히 잘 해나간다기 보단 그냥 저는 원래 별 생각이 없고 고민이 없어서... 하하하. 그래도 모두 함께 힘 내서 이 시국 잘 넘겼으면 좋겠습니다.
2020.06.03 17:47
1/3이 등교를 하니 번갈아 등교를 한다느니 하는게 영~ 혼란스러워서 사실 어떤 상태로 수업을 한다는거야????? 싶네요. 뭔지 통 모르겠네요.
2학기라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고 이러느니 1년을 깔끔하게 쉬는게 나을텐데 등교와 평가에 목숨을 거는 나라이니
이렇게 말도 안되는 등교라도 해야겠죠. 수업이나 평가가 제대로 될리가 없을텐데요.
2020.06.03 2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