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14 18:09
1. 지난 해는 끔찍한 한 해 였습니다. 좋지 않은 일이 너무 많았어요. 이렇게 여러번 쓴거 같군요. 저와 제 한국친구가 한 대화가 잘 간단히 정리한다고 봐요. 이 친구가 작년 내내 잘 지내냐고 물을 때 일떄문에 힘들어 라고 대답했는 데 (일은 참 좋은 이유입니다) 지난 주에는 다른 이야기도 했습니다.
친구 > 잘 지내지?
저> 음... 나 병가야. 지난 해 과로해서 건강이 많이 나빠졌다. 50 % 만 일해
친구> 이런.... 건강이 최고인데, 가브리엘은 어떄? 이제 말 좀 많이 늘었어?
저> 음. 많이 들었어. 아 그런데 가브리엘 자폐아 판정 받았어.
친구> 정말? 너무 힘들겠다
저> 심한 자폐아는 아니야. 말도 많이 늘었고 친구들과도 잘 놀아. 중간에 뇌에 손상이 있나 검사하느라 그떄 무서웠어.
친구>진짜.. 너희 힘들었겠다. 거북이 잘있지?
저> 잘 있어. 우리 이혼해
전 정말 문자로도 친구가 의자뒤로 넘어지는 소리를 듣는 것 같았어요. 친구가 뒤에 나한테 이 말을 하기 까지 얼마나 걸렸을 까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라고 하더군요.
사실 한국 사람들 한테 말하는 게 더 많이 많이 힘듭니다.
여러분 한테도 얼굴도 모르는 데도 한참 걸렸으니까요. 어쩌면 말 안해도 되는 데 지금 여기 하는 건 또 이 상황을 인정하는 단계이겠지요.
2. 몇주전에 가브리엘을 데리고 병원에 피검사를 하러 갔습니다. 둘이 같이. 간호사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우리랑 인사를 한뒤 가브리엘 안녕? 했는데 아이는 아무 반응이 없습니다. 아주 빠르게 거북이가 '가브리엘은 관심이 없어요' 라고 말합니다. 선생님이 나간 뒤, 왜 그렇게 이야기 하느냐? 라고 물었더니, 사실이잖아 라고 대답하더군요. 다른 간호사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우리한테 인사를 한뒤 가브리엘 안녕? 하는 데 이번에도 가브리엘은 서 있습니다. 제가 가브리엘 저분은 너랑 인사하고 싶어하시네 했더니 다가가서 악수를 합니다.
이번 주에 언어병리학 선생님과 아동교육 선생님을 만나러 갔습니다. 가는 버스안에 가브리엘 우리 거기 가면 새로운 선생님들을 만난다. 그분들은 가브리엘이랑 인사하기 원하셔, 라고 말합니다. 아이는 별 반응이 없습니다. 들었는 지 이해를 했는 지. 그런데 그곳에서 선생님들은 만나고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듣자 가브리엘은 웃으면서 달려가 먼저 악수를 신청했습니다. 이 선생님들은 사실 지난 6월에 그리고 가을에 보고 지금은 처음입니다. 저보고 아이가 너무나 많이 발전했다고 정말 기뻐하시더군요.
가브리엘이 다른 아이들과 같은 속도로 발전하지 않는 다 해도 발전하고 있는 중이고,
사랑스럽고 행복하고 잘 웃고 잘 노니 참 감사합니다.
3. 요즘 아주 행복한 꿈들을 꿈니다. 꿈속에 저는 누군가와 함께 입니다. 이 누군가는 깨어있는 세상에는 있지 않은 존재에요.
꿈속에서 저는 그를 사랑하고 그는 저를 사랑합니다. 이탈리아에서 오페라 가수가 저 혼자만을 위해 아리아를 불러주는 대단한 꿈도 있지만 (제 두뇌의 능력에 놀랐어요. 정말 대단한 사운드트랙 이었답니다.) 대부분의 꿈은 일상생활입니다. 며칠 전에는 제가 어릴 적 살던 동네에서 레바논 감정 시 이야기 하면서 그가 따준 레몬을 받는 꿈을 꾸었습니다. 꿈이 너무 좋아서 어떤 때는 일찍 잠들고 싶어요.
이런 꿈들을 꾸고, 행복해 하면서 느낀건, 다시 사랑할 수 있다, 사랑 받을 수 있다. 어려울 필요가 없다 입니다.
2014.03.14 18:38
2014.03.14 19:00
감사합니다.
2014.03.14 20:39
최근에 '두려워졌어 행복해질 수 있을까'라는 메일을 받았습니다. 일 때문에 힘들다 할때는 대강 위로하는 말 토닥거리는 말이 가능했는데 그 외의 일들이 벌어지니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오늘은 '이메일 쓰기 힘들어'라고 한 줄 보내고 말았습니다. 님 글을 읽으니 뭐라고 할까, 다시 이메일을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2014.03.14 23:37
저희가 아주 안좋았을 때 거북이는 저보고 나랑 이혼하면 이제 넌 혼자가 될거야 라고 말하면서 마음을 아프게했습니다. 그때 견뎌낼 수 있었던 건 변함없이 옆에 있는 친구들. 제 친구들이 번갈아 가면서 내내 아침먹었는 지 확인 하고, 집도 빌려주고. 그래서 이번 일을 격으면서 진짜 깨달은 거 하나는 나는 혼자가 아니다 입니다. 친구의 힘은 대단합니다.
2014.03.14 21:01
게시판 눈팅 life가 10년이 넘어가다 보니 Kaffesaurus님도 먼 나라에 계신 10년지기 친구처럼 느껴집니다. 잠깐 들고 있던 폰을 떨어뜨릴 뻔 했지만, 담담히 읊조리듯 얘기하는 목소리가 곁에서 들리는 듯 하네요. 댓글로나마 옆에 앉아 얘기 들어 드리고 싶군요. 행복하시고 또 계속 행복해지실거에요.
2014.03.14 23:38
감사합니다. 놀라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
2014.03.14 21:18
꿈에서 행복하시니 얼마나 다행이예요. 꿈자리 항상 뒤숭숭한 사람도 많은데. 좋은 일 많이 생길 것 같아요.
2014.03.14 23:38
네 정말 한동안은 잠을 못잤었는 데 요즘에는 잘 자고 있어요. 다행이에요
2014.03.14 22:01
2014.03.14 23:39
감사합니다. 저도 그럴려고 노력많이 해요
2014.03.14 22:31
아침입니다. 글을 보다 울컥해져서 저도 모르게 눈물을 쏟았습니다.
다 괜찮아지실꺼라 위로말을 전하기는 참 쉬운데 이게 어떻게 받아들여지실지 모르겠네요.
진심이에요. 존경합니다. 그리고 더 많이 행복해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편안한 꿈만 꾸시고 현실은 더욱 좋아지시길 바래요.
2014.03.14 23:39
존경까지요? 하하. 위로 잘 받았습니다. 위로 받고 싶어서 쓴 글이기도 하고요. 감사합니다.
2014.03.14 22:33
감정들이 말끔하게 살아있어서 그런 좋은 꿈들을 꿀수 있을거 같아요
전 망가지고 고물이 돼서 꿈이 전혀 없다시피 해요.
2014.03.14 23:40
글쎄요, 그냥 너무 피곤하셔서 꿈을 기억못하시는 건 아닐까요? 가끔영화님이 고물이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믿어지지가 않네요
2014.03.14 22:57
2014.03.14 23:41
닉슨님. 사실 위의 글 쓰면서 제일 오랫동안 알고 지낸 님이 읽으실까? 생각했어요. 괜히 님한테는 마치 친구한테 전하듯이 전해야 하는 생각. 밑에 냉면 약속 지켜주세요.
2014.03.14 22:57
2014.03.14 23:42
제 친구 소피아 이보다 더 나빠질 수는 없어 좋을 거야 라고 했어요. 좋은 겁니다.
2014.03.14 22:58
2014.03.14 23:02
^^;; 언젠가 한번은 님 글에 댓글 달고 싶었습니다. 잘 지내실 거라고 믿습니다. 고맙습니다.
2014.03.14 23:42
뭐가 고마우신가요? 저도 고맙습니다. :)
2014.03.14 23:38
힘든 시간 보내신 이야기를 하시는데도 그 담담하고 반짝이는 모습에 늘 위로를 받습니다. 늘 받기만 하는 게 죄송한 눈팅유저가 슬쩍 인사드리고 가요. 고맙습니다. 그리고 가브리엘과 Kaffeesaurus님의 행복을 축하드립니다. 이렇게 행복을 나눠주시는 분이니 앞으로는 더욱 행복해지실 거예요. :)
2014.03.14 23:43
별거 아닌데 이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14.03.14 23:46
2014.03.14 23:48
아 이말 너무 멋있어요. 정말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2014.03.14 23:46
여러분들.
사실 저한테 아침에 이글을 쓰고나서 괜히 내 사생활을 누구 관심이라고 이렇게 썼나. 지울까 ?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일때문에 그리고 요즘 완전히 작동되지 않는 제 기억력 때문에 잊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지금, 제 너무 감동했어요.
위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은 많이 살만합니다.
친구가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14.03.15 01:54
2014.03.15 15:52
친구좋아요
2014.03.15 07:42
뭐라고 말하고싶은데
뭐라고 말하고싶은지 모르겠습니다.
곧 다가올 봄이 좋은 기운을 가져다드리길 기도하겠습니다.
2014.03.15 15:51
써주신 말씀으로 충분합니다. 감사합니다.
2014.03.15 09:24
(게시판에 쓰신 거 말고도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그렇게 끔찍하고 좋지 않은 일들이 많으셨다는데도 쓰신 글들은 어쩌면 이렇게 하나같이 다 아름다울 수 있나요? 남의 속도 모르고 아름답니 어쩌니 하는 게 불경스러울 수 있지만, 저는 그 말씀 밖엔 드릴 수가 없네요... 작은 충격에도 쉽게 무너지고 비관하고 저주하는 저 같은 사람은 이런 아름다운 결정체를 갖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현가능성 0에 가까운 공언이라고 생각하실 지 모르겠지만, 만약 한국에 오셔서 저와 연락이 닿는다면...
저희 집에서 밥을 한 끼 대접해 드리고 싶네요. 갓 지은 밥에 맑은국, 잘 익은 김치, 직접 구운 김에, 계란찜, 멸치볶음이나 소고기 장조림 같은 반찬 놓고....이렇다 할 특별한 것은 없지만 그냥 정갈한 가정식 백반요. 혹시 술을 드신다면 따뜻하게 데운 정종 한 잔요.
2014.03.15 15:51
감사합니다. 왜요. 저 언젠가 한국에 가브리엘이랑 갈거에요. 이번겨울이나 내년에. 그러면 쪽지를 보내서라도 밥을 꼭 얻어먹겠습니다 . 메뉴가 너무 좋아요. 감사합니다.
2014.03.15 11:16
2014.03.15 15:52
네 혼자가 아니에요. 참 다행이에요.
2014.03.15 16:33
가브리엘이 고양이친구를 만나게 됐는지 궁금하네요.
지난 글 보면서 고양이와 행복했으면 했거든요.
2014.03.15 17:29
제가 건강이 안좋아져서 지금은 고양이 식구를 들이기가 힘들어요. 좀 나아지면 구할려고요
2014.03.23 21:41
지금에야 읽었네요. 저도 따뜻한 온기를 담은 손을 조용히 내밀고 싶어요. 행복해질거예요, 한걸음 한걸음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