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06 23:17
"나는 매일 저녁 죽은 동생과 캐치볼을 해"라고 우리의 주인공 찰리 세인트 클라우드는 말합니다. 이 짧고 부조리하고 진부하고 우스꽝스러운 문장 하나에 [세인트 클라우드]의 내용 전체가 담겨있습니다. 이 영화는 정말로 죽은 동생과 5년 동안 캐치볼을 하는 청년 이야기입니다. 그는 그 때문에 장학금도, 대학도 포기하고 그가 살던 마을의 묘지 관리인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동생의 인질인 거죠.
여기까지만 이야기하면 숙련된 관객들은 나머지 이야기를 거의 정확하게 재구성할 수 있습니다. 아마 찰리는 끔찍한 사고로 사랑하는 동생을 잃었을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교통사고입니다.) 아마 영화가 진행되면 그에게는 죽은 동생의 기억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삶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올 텐데, 아마 거기엔 여자가 한 명 있을 겁니다. (영화에서는 고등학교 동창인 요트 선수입니다.) 그는 그 기회와 동생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결국 최종적으로 삶을 선택할 것입니다. (이것도 스포일러입니까?)
여기엔 역시 그만큼이나 쉽게 예측 가능한 다른 스토리 라인이 숨어있습니다. 찰리는 '죽은 사람을 볼 수 있으니까요.' 관객들은 당연히 특정 스토리가 흘러가는 방향이 조금 수상쩍다고 의심할 것이고 곧 그 정체를 꿰뚫어 볼 것입니다. 맞혔다고 우쭐할 것 없습니다. 쉬운 문제니까요.
이러다 보니 영화를 보는 건 별 재미가 없습니다. 이미 우린 이 모든 것들이 클리셰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영화가 독특하다고 내세우는 모든 것들은 극도로 진부하고 인공적입니다. 제가 인용한 첫 대사를 다시 한 번 읽어보시죠. "나는 매일 저녁 죽은 동생과 캐치볼을 해." 여기에 어떤 생명력이 느껴집니까? 캐릭터나 사건보다는 출판사나 영화사에 시놉시스를 들고 찾아간 작가가 먼저 보이지 않습니까?
영화는 이 클리셰를 최악의 방식으로 끌고 갑니다. 감상주의로 푹 절여내는 거죠. [세인트 클라우드]는 거의 슈가 러시가 일어날 정도로 들쩍지근한 영화입니다.영화가 끝날 때까지 몽롱하기만 한 캐릭터들은 자신의 모진 면을 드러내지도, 인식하지도 못합니다. 그래야 마땅한 장면들이 수없이 끝없이 이어지는데도요. 러닝타임 내내 좋고 긍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영화인데, 이것들이 몽땅 거짓말처럼 들리는 것도 그 때문이죠.
아마 이 영화의 관객들은 대부분 찰리 역의 잭 에프론 때문에 극장을 찾았을 겁니다. 그리고 그는 이 영화에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는 스토리의 우스꽝스러움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듯 진지한 표정으로 일관하는데, 그건 영화를 위한 올바른 태도입니다. 그는 종종 셔츠를 벗고 웃통을 드러내거나 셔츠를 물에 적셔 그 밑의 복근을 보여주는데, 그건 팬들을 위한 올바른 서비스입니다. 제가 그에게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건 순전히 취향의 문제입니다. 그것까지 제가 어쩔 수 있는 건 아니잖습니까. (11/01/06)
★★
기타등등
1. 루이스 콜릭의 소설 [The Death and Life of Charlie St. Cloud]가 원작입니다. 원작은 영화보다 조금 덜 달짝지근한 이야기였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많이는 아닐 겁니다.
2. 킴 베이싱어가 찰리의 엄마로 조금 나옵니다. 왜 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건 카메오도 아니고...
감독: Burr Steers, 출연: Zac Efron, Charlie Tahan, Amanda Crew, Augustus Prew, Donal Logue, Kim Basinger, Ray Liotta
IMDb http://www.imdb.com/title/tt1438254/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4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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