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비평가' 내지는 '리뷰어' 직함을 달고 활동하는 사람들 중에서 일부러 리뷰를 찾아보는 사람은 듀나님 뿐입니다. 아니 뭐 다른 사람들보다 듀나님이 탁월하다든가 그런 생각까진 없는데. 리뷰를 읽고서 받는 '아 대략 이런 영화겠구나'라는 느낌과 제 실제 소감이 가장 일치하는 글을 쓰시거든요. 그게 듀나님의 능력인지 아님 그냥 오랜 세월 이 양반 리뷰를 읽으면서 제가 거기에 최적화되어 버린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ㅋㅋ 그러니까 '듀나님이 호평하면 다 재밌어'라는 게 아니라, 글을 읽으면서 제가 좋아할만한 영환지 아닌지 판단하기가 쉽다는 거죠.


 이런 소릴 왜 하냐면, 그냥 듀나님이 최근에 이 영화 리뷰를 올리셨고, 재밌어 보이길래 넷플릭스에도 iptv에도 아직 없는 걸 vod를 구입해가며 봤다... 라는 사연 때문입니다. 언젠간 다 올라오겠지만 그냥 빨리 보고 싶더라구요.



 - 아. 늘 그렇듯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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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갑부집에 시집간 평범한 (하지만 엄청 예쁜) 여자 이야기입니다. 근데 그 갑부집엔 이상한 전통이 있는데, 결혼으로 새롭게 가족의 일원이 된 사람은 결혼 첫날 밤 자정부터 그 가족의 대저택에서 나머지 가족들과 함께 게임을 해야 한다는 거에요. 무슨 게임을 할지는 뽑기로 랜덤 결정인데, 걍 카드 게임을 할 수도 있고 체커를 할 수도 있고... 억세게 재수가 없으면 주인공처럼 됩니다. 옛날 구식 무기들로 무장한 나머지 가족들에게 밤새 술래잡기를 하면서 쫓기는 거죠. 당연히 잡히면 정말로 죽습니다. 줄거리 얘기는 여기까지만 하는 게 적당하겠네요.



 - '유아 넥스트'도 생각나고 '겟 아웃'도 생각나고 뭐 그런 설정이죠. 설정 자체가 그렇게 튀는 편은 아닙니다만. 저 두 영화와 가장 분명하게 다른 부분이라면... 유머가 강하다는 거겠네요.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블랙 코미디입니다. 진지하고 심각하게 전개되면서도 계속해서 웃겨요. 그리고 그 유머들이 꽤 괜찮습니다. 별 거 아닌 아이디어인데 절묘한 타이밍으로 웃기는 것도 많고. 관객들 심정을 대변해줘서 웃음이 터지는 것도 있고. 나름 풍자적인 유머들도 있구요. 암튼 억지스럽고 과한 느낌 없이 자연스럽게 꽤 웃겨줍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차별점은, 주인공을 죽이려 드는 가족들 캐릭터가 은근슬쩍 입체적이고 심지어 조금씩은 공감도 가능하게 묘사되어 있다는 겁니다. 아마도 이 부분이 이 영화의 가장 큰 개성이자 장점 같아요. 가족들 하나하나가 다 확실한 캐릭터가 잡혀 있고 그 캐릭터들에 맞게 관계를 맺고 있으며 사건의 진행 과정에서 그런 관계가 계속해서 이야기에 반영이 됩니다. 당연히 다 나쁜 놈들이긴 하지만 동시에 지켜보는 재미가 있는 놈들이어서 한참 보다보면 사마라 위빙이 아니라 이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랬네요.



 - 하지만 좀 아쉬운 점도 있어요. 뭐냐면... 그렇게 무섭거나 긴장되거나 하질 않습니다. 주인공이 평범한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애초에 사냥꾼들이 워낙 어설퍼서 쉴 새 없이 터지는 위기 상황에도 큰 긴장감이 없어요. 그리고 이 상황에 맞서 싸우는 주인공의 액션(?)에도 장르적인 쾌감 같은 건 좀 모자란 편이구요. 딱히 창의적이거나 크게 인상적인 장면 없이 '이런 상황에서 한 번씩 나옴직한 장면들'이 평이한 수준으로 하나씩 하나씩 흘러갑니다. 세고 강렬한 영화를 원하신다면 좀 실망하실 수도 있어요.



 - 대충 정리하자면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특별하지 않은 설정에서 얘기치 못한 컨셉(?)으로 재미를 뽑아내는 영화입니다. 주인공을 포함해서 거의 모든 캐릭터들이 잘 살아 있고 그 캐릭터들을 활용해서 개그도 치고 드라마도 만들고 알차게 이야기를 짜냈어요. '잘 만든 이야기'라는 생각이 마구 듭니다.

 다만 호러물로서 충분히 긴장이나 공포를 안겨주느냐... 고 한다면 그 부분은 좀 아쉽긴 한데, 애초에 사냥하는 쪽도 사냥 당하는 쪽도 모두 '전사' 내지는 '괴물'과는 거리가 아주 먼 인물들인 이야기이고 하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는 생각도 들고 그렇습니다.

 암튼 어떻게 따져봐도 못 만든 영화는 아니고, 저는 충분히 재밌게 봤어요. 기대치를 공포보다 캐릭터 코미디 쪽에 맞추신다면 아마 대체로 만족스러우실 겁니다.



 + 앤디 맥도웰이 나오죠. 사실상 이 영화의 가장 큰 스타인데, 호러 영화 출연은 처음이었는데 아주 재밌게 찍었다... 고 부가 영상에서 그러더군요. 감독들도 몇 번을 얘기하더라구요. 와! 우리가 아메리칸 스윗 하트 앤디 맥도웰을 데리고 영화를 찍고 있어!!! ㅋㅋㅋ 얼마 전에 본 '원스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는 이 분 딸이 나왔었는데. 어쩌다 모녀의 출연작을 같은 시기에 몰아 본 셈이 됐네요.


 ++ 사실 이 영화를 보기로 결심한 이유는 듀나님 리뷰 때문만이 아니라, 사마라 위빙도 있었습니다. 전 왠지 이 분에게 호감이 가더라구요. 처음으로 이 분을 접한 게 '메이햄', 그 다음이 '애쉬 vs 이블데드'. 그리고 '사탄의 베이비시터'였다 보니 제겐 뭔가 B급 호러계의 여신 같은 이미지랄까(...) 그리고 그래서 이 영화 보길 잘 한 것 같아요. 제 기준으론 가장 매력적으로 나오더라구요. 비주얼상으로도 캐릭터상으로도. ㅋㅋ 그리고 다들 아시죠? 이 분이 스미스 요원님 조카시라는 거... 보다보면 은근히 닮은 느낌이 있습니다. 하하.


 +++ 주인공의 남편 역으로 나오는 배우가 (사실 전혀 닮지는 않았는데) 분위기상 뭔가 키아누 리브즈스럽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봤는데, 다 보고 나서 imdb를 보니 사마라 위빙의 차기작 중 하나가 빌과 테드의 엑설런트 어드벤쳐 속편이네요. 근데 이게 이제사 속편을 만들 정도로 흥했던 영화였나요? 1편을 어릴 때 극장에서 재밌게 보긴 했는데 지옥 여행하는 속편은 안 봤어요. 그리고 이후로 수십년간 이 영화 이야기하는 사람을 단 한 번도 못 봤는데 이 시국에 속편이라니. 미국에선 꽤 인기가 있었나 보네요.


 ++++ 네이버에서 구입해서 봤습니다. 다운로드 가격이 무려 1만 9백원짜리 비싼 영화였는데 30% 할인 이벤트 & 2000포인트 할인 이벤트가 겹쳐서 5천 몇백원이 되어 있길래 그냥 샀죠. 그런데 사고 나서 보니 그 두 이벤트가 모두 12일까지였네요. 허허. 운이 좋았어요. 다만 덤으로 끼워주는 부가 영상은... 뭐 그냥 그랬네요. 걍 감독들, 배우들 서로 덕담하는 게 거의 다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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