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12 09:55
- 학생들 체험 학습 업체들에게 행사 한 달 전까지는 일정을 다 확정해줘야 해서 어제 오전에 한 달 남은 두 군데에 연락해서 일정을 확정하고 견적서 받았는데... 오후에 또 연기됐네요. ㅋㅋㅋㅋ 이런 망할. 날짜를 아예 새로 잡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또.
- 결국 저희 학교 학생들의 1차 지필 평가는 그냥 삭제됐습니다. 지금 일정으로도 조금 무리하면 치를 수 있겠지만 더 연기될 수도 있는 상황이니 그냥 안 보는 걸로 해 버리는 게 불확실성도 줄어들고 낫겠죠. 근데...
이쯤 되면 그냥 9월 개학하면서 학기제 변경해버리는 논의를 시작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ㅋㅋㅋㅋ 뭐 역시 입시가 문제겠죠. 이놈의 입시 때문에 아마 학기제 변경은 영원히 불가능할 듯.
- 온라인 수업은 이제 그냥저냥 하고 있습니다. 좀 웃기는 건 왜 각종 '무슨무슨 총량의 법칙' 이런 거 있잖아요. 그게 온라인 수업에도 적용이 됩니다. 이제 대부분 적응해서 수업 시간 맞춰 잘 접속하는데 늘, 언제나, 반드시 세 명 정도가 5분이 지나도록 안 들어와서 전화로 소환하게 만들어요. 더도 덜도 아니고 세 명. 그리고 그 세 명이 매 수업 때마다 달라요. 도대체 이게 무슨 조화인지... 그리고 전화를 할 때 패턴도 똑같은 패턴 세 가지가 맨날 반복됩니다.
1. 전화번호 찾아서 거는 순간 접속
2. 걸면 전화를 씹어 버려서 사람 허망하게 만든 후 부랴부랴 접속
3. 2처럼 행동한 놈들이 수업 다 끝나고도 몇 시간 후에 제게 전화를 걸어 '누구세요?'라고 질문(...)
- 그리고 온라인 수업을 할 때 본인 카메라를 꺼 버리는 애들이 많습니다. 처음 접속할 때만 얼굴 보여준 후 수업 중에 은근슬쩍 꺼 버리는 거죠. 근데 이게 어디까지나 출석 확인의 유일한 수단이다 보니 진행 중에 카메라가 꺼지면 다시 켜라고 닥달을 하는데... 이제는 그걸 깨닫고 꼼수를 쓰는 놈들이 있습니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아 있는 자신의 모습을 사진 찍은 후에 카메라를 끄고 그 사진을 올리는 거죠. ㅋㅋ 근데 이게 수업하다가 보면 좀 호러입니다. 다른 창의 아이들은 다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있는데 한 놈만 잔잔한 미소를 띄고 미동조차 없이 카메라(=저)를 응시하고 있는...;
- 아들놈의 초등학교 등교 입학도 일주일 밀렸는데. 문제는 옆에 붙어 있는 덤입니다. 동생놈은 어린이집을 가야 하는데 이 놈이 집에서 오빠랑 노는데 재미를 붙여서 어린이집을 안 가고 싶어해요. 그래서 '오빠 학교 가면 너도 어린이집 가는 거야!' 라고 약속을 해 놨는데 그게 밀리고 밀리고 연기되고... 저야 뭐 걍 그러려니 합니다만 집에서 두 놈 봐주고 계신 어머니의 육아 노동이 계속해서 연장되고 있...
숙제 문제도 있어요. 오전에 ebs 보며 뭣 좀 따라하는 걸로 수업을 끝내는 대신 매일 과제가 있는데, 이건 게으른 저 대신 애들 엄마가 봐주고 있습니다만. 결국 그 전설의 '초딩 숙제는 엄마 숙제' 모드가 되는 거죠. 그리고 그 와중에 놀아줄 오빠가 없어 심심해진 동생이 옆에서 칭얼대고... 그래서 한 번은 그림 그리고 색칠하는 숙제가 여럿 밀리자 오빠는 그리고 동생은 그걸 받아서 색칠하는 분업 형태가 이루어지기도 했어요. 것 참. ㅋㅋㅋ
- 사촌 형아들의 닌텐도 스위치로 게임에 눈을 뜬 어린이들을 위해 몇 년 전에 사서 좀 하다가 처박아놨던 닌텐도 위유라는 전설의 망게임기를 꺼내서 마리오 게임을 좀 시켜주고 있습니다. 사실 처음 시켜줄 땐 비교육적인 나쁜 아빠가 되는 것 같아 좀 거시기했는데, 시켜 놓고 옆에서 지켜보다보니 이게 의외로 교육적인 효과가 있네요.
일단 동생이랑 함께 하다 보니, 그리고 그 동생이 본인보다도 컨트롤이 처참할 정도로 구리고 제 멋대로이다 보니 본의 아니게 대화와 협상, 양보와 타협과 포기를 배우게 됩니다. ㅋㅋㅋ '둘이 싸우면 게임 꺼 버린다!'라고 못을 박아놨거든요. 그동안 첫째라고 해서 더 부담주는 것 없이, 더 챙겨주는 것도 없이 걍 친구처럼 키워왔는데 이걸로 뭔가 오빠 노릇을 하기 시작했네요. 동생에게도 좋은 게 있어요. 이놈이 오빠보다 말빨이 딸리다 보니 말로 해선 안 되겠다 싶을 때면 그냥 막 저질러버리는 게 있었거든요. 근데 게임 덕에 이제 자기가 하고픈 걸 먼저 말 하고 협의를 하는 게 조금이나마 생겼어요.
뭐 그래도 하다 보면 결국 투닥거리긴 합니다만, 그러다 결국 스테이지 클리어하고 나면 둘이 함께 만세를 부르고 서로 칭찬하고 난리가 납니다. 귀여워요.
...하지만 뭣보다도 놀라운 건 애들의 학습 능력이네요. 처음 시켜줄 때만 해도 점프해서 계단 올라가는 데도 한 세월 걸리던 애들이 이젠 자유자재로 점프해서 몬스터들 밟는 건 물론이고 협력 점프로 숨겨진 별 찾는 것까지 그냥 알아서 다 합니다. 뭐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그냥 그렇게 해요. 보스전을 만나도 몇 번 죽으면서 자기들끼리 파해법을 찾아내구요. 상황에 따른 숨겨진 스킬 같은 것도 대부분 잘 구사하고 있고 심지어 게임기의 메뉴 시스템도 다 이해해서 자유자재로 갖고 놉니다. 좀 무섭...;
- 덧붙여서 닌텐도가 왜 어린이들 게임기의 왕인지 절실하게 느끼고 있어요. 음악도, 게임 디자인과 미술도, 거의 모든 면에서 고퀄이라 부모가 자식에게 시켜주면서 죄책감이 덜어지는 효과가(...)
- 암튼 현시점 기준으로 제 아들의 첫 등교는 5월 27일. 제가 담당하는 학생들의 등교는 6월 8일입니다. 이건 뭐 등교하면 두 달 후가 방학이네요. ㅋㅋ 여기에 더 미뤄질 가능성도 충분하니 참 여러모로 신비로운 1학기가 되어갑니다.
+ 그리고 '개학 때까지'로 정해놓고 시작한 제 다이어트는 어느새 4개월차. 11킬로그램이 빠졌는데 아직도 한 달은 더 남았네요. ㅋㅋㅋㅋㅋ 근데 이게 처음 시작할 땐 워낙 몸에 살이 과도하게 많았다 보니 쑥쑥 빠졌는데, 10킬로를 돌파한 후로는 아주 느려졌어요. 의욕이 팍팍 떨어지고 이젠 그냥 좀 편하게 먹고 살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드네요. 1킬로만 더 빼면 십의 자리가 변경되는 상황이라 지금 그만두기는 좀 아쉬워서 더 해보긴 할 생각인데... 이젠 살을 빼서 관절 부담도 줄어들었을 테니 슬슬 운동을 병행해야할 것 같고. 그런데 그건 넘나 귀찮고. 뭐 그렇습니다.
++ 학교에서 급식을 안 주고, 배달 음식은 자제하라고 하니 출근한 교사들 대부분이 도시락을 싸오는데요. 그것도 한 달이 넘으니 다들 물리기 시작하다가... 이제는 휴대용 조리 기구를 들고 와서 조리를 해먹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ㅋㅋㅋ 떡볶이, 라면은 기본에 여럿이서 재료를 준비해와서 동태 찌개를 끓여 먹는 분들까지. 하하하. 애들 등교하기 전에 한 번 운동장에서 바베큐 파티를 하자는 얘길 하는 분들도 있는데 왠지 말로 끝날 것 같지가 않...
2020.05.12 10:08
2020.05.12 11:01
출석 체크를 따로 한다기 보단 수업하면서 애들 상태를 살펴보는 거죠. 평소 수업 때처럼요. 그런데 멈춰있는 얼굴이 있으면 무서운 거고... ㅋㅋㅋ
바베큐 파티는 그냥 같이 밥 해먹(?)던 평교사들끼리 드립처럼 나온 얘기라서 다행히도 짜증은 없어요. 실제로 해버려도 재밌겠다 싶지만 뒷처리가 빡셀 것인 데다가 덧붙여서 주변 아파트 고층에서 훤히 내려다보이는 학교라 주변에서 말이라도 나올까봐 좀 신경이 쓰이네요. ㅋㅋ
2020.05.12 10:22
2020.05.12 11:15
방학이 8월 중순이니 두 달 후면 방학이겠네요. ㅋㅋ 어차피 보름 밖에 안 되니 바로 2학기이고 아마 그냥 기나긴 한 학기 같은 기분으로 살게될 것 같네요.
올해 고3은 뭐... 변수가 많아져서 스트레스가 많기도 하겠지만 또 그걸로 이득 보는 학생들도 많을 거에요. 예를 들어 정시에 올인하겠다는 학생들의 경우에는 어차피 학교 수업, 평가를 거의 신경 안 쓰니 그냥 공부할 시간 많아져서 좋은;
2020.05.12 10:27
학교 선생님은 전문직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제가 50% 초딩4 담당인데(남편이 전담하다가 제가 모른척하니 화나서 저한테 시킴) 아 하기 싫어 죽겠네요. 잘 하지도 못하겠고.
2020.05.12 11:16
보니깐 교육 시스템 쪽으로 선진국이다... 라는 나라들도 이 시국의 사정은 거의 비슷하더라구요. 부모들의 자식 숙제 스트레스가 하늘을 찌른다는 기사를 어디에서 읽었습니다. ㅋㅋㅋ
2020.05.12 11:29
오.. 정말 사진 찍어서 올려놓는 애들이 있군요 ㅋㅋ 곧 무한루프 움짤을 만들어서 돌릴지도..
2020.05.12 11:41
정말 가끔은 네트워크 상태 때문에 랙이 걸려서 억울하게 의심받는 애들도 있어요. ㅋㅋ '누구 학생, 사진 말고 진짜 얼굴 좀 보여주세요~' 하는 순간 멈춰 있던 얼굴이 움직이며 당황한 표정을... =ㅅ=;;
2020.05.12 14:11
2020.05.12 16:33
보통 성인들은 모르는 번호가 뜨면 다시 전화 안 해 보는 게 대세인데. 어린애들이라 뭔가 설렘(?) 같은 게 있나 봅니다. 하지만 그 설렘의 끝은 칙칙한 학교 선생의 시큰둥한 목소리... (쿨럭;)
애들 귀엽죠. 근데 온라인으로는 이제 그만 봐도 될 것 같은데 한 달이 남았네요. ㅋㅋㅋ 아아...
2020.05.12 15:14
2020.05.12 16:33
여기는 외식을 못하게 해서요. 뭐 덕택에 전에 없던 체험(?)들 많이 하고 있으니 이것도 나름 좋은 점인가... 라고 생각해보려고 애를 씁니다. ㅋㅋㅋ
2020.05.14 20:26
이 많은 이야기 중에 11kg 감량이 너무 부럽다;;; 아~ 이런 것만 눈에 들어오나요. 집에서 도시락싸가고 하는게 보통 일이 아니지만
이 정도의 다이어트 효과라면!!!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동태찌개를 끓여먹으면서 요리를 하는 진풍경을,,,, 이런 날들이 언제까지일지
기약만 있다면야 견딜만 하겠지요. 과연 학생들은 1학기에 학교에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ㅎ...개학연기 얘기나오자마자 놀려먹으려고 바로 교사 지인들에게 전화를 했는데 얘기 꺼내자마자 나라 잃은 한숨을 쉬는통에 차마 놀리지 못했습니다.
그나저나, 그럼 사진만 붙여놓는 녀석들때문에라도 출석체크를 중간에도 하셔야 하는건가요? 예를들어 수업중에 두번째 손가락을 콧구멍에 넣어보세요......이런식으로.
바베큐파티는...참. 저런 아이디어 내놓는분들이 상급자면 참 짜증나더군요.
다니던 회사에서 바로 얼마전에 저런걸 했는데... 맛도없고 번거로운데 한편에서 이걸 추억이니 재미니 어쩌고 이러는데 잘익은 숯을 상추에 싸서 먹이고 싶었습니다.
그냥 너의 가족과 네 친한 친구들끼리 모여서 해먹어 우린 귀찮고 힘들고 재미없으니까....라는 말이 머릿속에 맴도는데 뭐라고 말도 못하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