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4.27 23:45
1.
오늘 문득 깨닫게 되었어요.
희생된 아이들의 부모들과 비슷한 연배더라구요.....
그냥 문자로 정보로만 뉴스를 접할적에는 "머 이런 황당한 일이..." "아 말도 안돼...." 이 정도 감정이었는데
간간히 보게 된 아이들 영상이나 카톡문자들을 보면 여지 없이 무너집니다.
억장이 무너지는 느낌이 무언지 어렴풋하게나마 알거 같아요....
고등학생 조카가 하나 있는데.... (저와 동갑내기) 처형이 이 사고 뒤로 조카를 볼적마다 울컥 울컥해서 너무 힘들데요.
매일 매일 봐야 하는 조카를 볼적마다 억장이 무너진데요.
요즘 시험철인데 공부하라는 말을 할 수 없더래요.
살아 있는게 고마운거겠죠....
전 아이가 없어요.
아마 이런 일이 일어나고도 남을 나라라는걸 알아서였던건지....(결혼한 해에 삼풍이 무너졌어요)
제 주제 파악을 너무 잘한건지 (제 한몸 간수하기도 벅찬 정글같은 나라에서 아이가 행복하게 독립된 어른으로 건강하게 성장하기까지 부모노릇할 자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아이를 일부러 안 갖었는데....
그런데도 이렇게 가슴이 아프고 울컥하는데
자식을 둔 부모들 심정은 얼마나 힘들까요?
아니....제3자가 이럴진데
희생된 아이들의 부모들은 오죽할까요?
희생된 아이들에게 대한 심정은
박원순 시장의 "미안하고 미안합니다" "한없이 부끄럽습니다" 라거나
김상중씨의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가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해주더군요
이런 저와 비슷한 심정이거나 더 비참하고 억장이 무너지는 사람들이 정부, 해경, 해군, 언론쓰레기들의 행태를 보며 느끼는 심정이 어떤 것일까요?
그 이전에 그런 것들에게 느꼈던 분노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감정이 일렁이고 있는거 같아요.
"니들이 도대체 사람이냐?"
같은 종의 존재들이 살아오면서 어떤 상식처럼 몸에 베여 있던 인간종에 대한 신뢰 자체를 무너 뜨리는 행동을
하는걸 보면서 전 일종의 좌절감까지 엉켜 있는 분노를 느껴요.
2.
그런데 게시판을 보면서 확실히 개개인마다의 어떤 온도차를 느끼게 됩니다.
저라는 사람은 이 사건을 보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평상심을 갖기 힘겨운데....
참 여느 때마냥 쿨내 뿌리는 분들을 보며 느끼는 감정은 뭐랄까....
그냥 씁쓸하고 혀를 차게 되는 그런? 뭐라 붙잡고 싸우고 싶어지지도 않는....
저야말로 듀게에서 자주 욕을 먹을 정도로 한국의 진보 보수언론을 막론하고 기자라면 일단 색안경을 쓰고 보는 사람이었고
특히나 이상호 기자같은 뜨거운 류의 언론인(정치인도 포함)들을 질색하여 싫어하는 입장에서도
그 와중에 이상호기자가 그런 것들(정부에서부터 언론까지)에게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 비명을 질러준거 같아 고마울 지경인데 말입니다.
이 차이가 무엇인지는 제가 고민할 건 아닌거 같고
오늘 쿨방망이로 좀 맞아야 될거 같은 분들이 고민해봐야할 문제 같아요.
박그네가 공감 능력이 없는거 만큼이나 무언가 심각하게 원초적인 공감능력이 결핍되거나 왜곡되어 있는건 아닌지 말입니다.
다만
'서는 위치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진다'고 하죠.
그렇게 인식의 차이...감정의 차이가 생기게 될만큼 얼마나 서 있는 위치가 서로 다른건지 조금은 궁금해요.
2014.04.28 00:14
2014.04.28 00:19
이 와중에 공정한 척 쿨병 걸린 사람들을 보면 묻고 싶습니다.
당신들이 감정이입하는 건 어느 쪽이냐고.
2014.04.28 00:29
'서는 위치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진다'는 말이 이렇게 슬픈 뜻이 될 수도 있는 거군요 ㅡ.ㅜ
2014.04.28 01:33
+1
2014.04.28 01:38
저도 듀게에 이렇게 댓글을 많이 달아보긴 처음입니다. 제 동년배들과 비슷한 나이에 결혼했다면 저도 지금쯤 고등학교 2학년(97년생)의 학부형일 것입니다. 일상을 제대로 꾸리기 힘들만큼 마음이 아프고 상실감이 심합니다. 그동안 어른으로 살아온 시간들이 허무합니다.
2014.04.28 06:47
삼풍사고와 패턴이 너무 비슷합니다. 무리한 증축, 그 가운데 있었던 행정적인 비리들, 빠져나간 책임자들, 끝까지 사과도 제대로 안하던 이준회장. 그 가운데서 뭐라도 줏어먹겠다고 기웃거리던 악마들과 흥미거리만 찾아 카메라 들이대던 매스컴들... 전혀 변하지 않았어요. 분노하지 않고 평정심타령하는 게 과연정상일까 싶습니다. 해직기자가 뇌경색인 몸을 끌고 카메라도 부서진채로 팩트티비와 함께 방송했어요. 팩트팩트 찾으시는데 그럼 공중파는 그 좋은 장비가지고 소설을 써댔습니다. 그런 소스가 진짜라고 믿으니까 똑같은 무게로 양 쪽 저울에 놓고 저울질 하는거죠. 반지성적이네요.
맨 첨엔 유가족들한테 기자는 다 똑같다고 욕들어 먹고 좋지않은 유일한 장비까지 부서졌습니다.
끝까지 따라가 끈기있게 설득해 그들의 이야기와 분노를 그대로 전한게 그렇게 '욕먹을 짓'인지 궁금합니다.
마음과 머리가 같이 움직여야 어떤사건이든 좀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봅니다. 쿨내 풍기는 그런 분들? 이성적이 아니라 이기심이죠.
어떤 상황이 오든 자기한텐 물 한방울 튀기지 않길 바라는 거니까요.
2014.04.28 07:16
2014.04.29 00:08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마음이 더 아파옵니다. 문득 문득 전신을 오그라들게 할 정도의 고통을 느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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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무력감에 젖는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는 건 선거철 던지는 표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