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에 "대사를 노래로 하는 뮤지컬 영화에 몰입을 못한다"고 짧은 글을 썼었는데

오늘 조조로 보고왔습니다.

결과는... 놀랍게도 장발장이 풀려나서 산에 오르는 장면에서부터 울컥하더니

중간에 웃기고 긴박한 몇몇 장면을 제외하고 영화 내내 눈물이 나도모르게 줄줄 흘렀습니다.

몰입이 안되기는 커녕 놀라운 결과를 낳았네요. 왜그런지 모르겠네요.

 

제가 원작 소설(원본)과 뮤지컬 공연을 보지 않아서 불확실한 부분이 많지만

거의 공연을 그대로 옮긴 느낌이 들었는데요.

클로즈업이 많다고 들었는데 제가 본 어떤 뮤지컬 영화보다 실제 공연을 보는 느낌이 받았습니다.

저는 클로즈업이 뮤지컬 공연의 느낌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왜냐하면 뮤지컬 공연 보면 대부분 개인이 혼자 노래(솔로? 아리아?)를 부를 때

무대 전체는 어둡게 하고 노래 부르는 사람만 커버하는 작은 범위의 조명이 배우를 따라다니잖아요.

고전을 대상으로 해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오페라 보는 느낌이 들더군요.

 

전문 뮤지컬 배우의 가창력보다는 못한 '그냥 배우'들의 노래 실력 등은

전문적인 뮤지컬 마니아들을 약간 실망시킬 수 있을것같고

지속적인 클로즈업이 다소 답답함을 주기는 하지만

놀랍게도 대사를 노래로 하는 '성스루?' 뮤지컬영화가 저를 내내 울린 건 음악과 원작의 이야기가 가진 힘 때문인것같습니다.

음악이 왜 이렇게 감동적인가요? 정말 감정을 고양시키는 데 있어 음악의 저력을 제대로 느낀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음악과 함께 전달되는 가사가 감동적이기 때문이겠죠.

단순 언어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음악이 가진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감정의 과잉이 될 수 있는 위험이 있겠지만요.

 

가장 좋았던 부분은 중반부에 "One day more"라는 합창곡이었습니다.

사회 전 계층을 아우르는 이야기의 특성을 뮤지컬의 양식만이 갖고 있는 매체적 특성으로 잘 살려낸것같습니다.

사회의 모든 계층?이 노래에 참여하는 데 뮤지컬은 한명씩 번갈아가면서 노래를 부르잖아요. 그러다 그게 합창으로 이어지는데 전율이 쫙~!

 

아무튼 레미제라블을 뮤지컬로 만든건 참 잘한짓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냐면 뮤지컬이란게 전체 이야기에서 강렬한 부분만을 노래로 압축한 장면들로 몽타주처럼 연결하잖아요.

원작 소설이 상당히 방대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를 전달하는데 이러한 뮤지컬의 양식이 효과적인것같아요.

원작이 갖고 있는 정서의 크기가 너무 커서 그것을 노래로 표현하는게 잘 어울리는 것 같구요.

그리고 중요한 부분으로 툭툭 건너뛰는데 속도감이 느껴져서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복잡하다는 인상이 별로 없었고 이야기가 아주 단순하게 느껴졌어요.

다만 자베르 경감이 투신하는 절정 후의 부분부터 좀 힘들더군요. 원작의 반영이겠지만

이미 절정이 지났는데 사족같은 부분이 느리고 감상적이라. 하지만 눈물은 끝장면에서 또 났습니다.

 

듀나님 평가대로 상당히 정말 매우 '선동적'이었는데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확실히 특별히 공감할 수 밖에 없는 면이 있네요.

시기적으로나 경제적인 이슈로나 너무 닮은 부분이 많아서.

"가난한 스펙터클"만 나와도 울컥하게 되네요. 초반에 '팡틴?'이야기가 너무나 맘아프게 절절해서 그런것도 있구요.

 

여관집 부분도 뮤지컬 스럽게 정말 재미있어요. 남자 여관주인은 마치 '캣츠'같은데 나오는 우스꽝스러운 뮤지컬배우같고

헬레나본햄카터는 정말 익숙한 캐릭터로 식상할만한데 언제나처럼 너무 잘어울리구요.

누구나 다 아는 것이겠지만 '인간의 천성은 변화한다'는게 주제의 핵심인가보네요.

장발장이 주교의 친절로 인해 변한것처럼

천성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고 굳게 믿던 자베르가 결국 죽은 아이의 시체에 훈장을 달아줄정도로 변하게 되는.

 

아무튼 실제 뮤지컬 공연도 몰입해서 재미있게 보는 편이 아닌데

영화보고 눈물 콧물 질질 흘렸다는 글도 봤는데 설마 제가 그럴줄은 정말 예상못했네요. 저는 좋았어요.

 

p.s. '라이프오브파이'는 3D로 봐야하는 영화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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