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노래방 도우미

2011.05.18 15:59

엘케인 조회 수:3944

0.

긴 글을 썼다 지웠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난상토론이 되길 원하진 않으니까요.

 

 

1.

요즘엔 제법 짬도 차서 어지간하면 도망가도 문제가 없고(직장생활이 벌써 9년째네요)

본사로 들어와서 회식자리 자체가 줄고 해서

노래방엔 일년에 한 두 번도 갈까 말까지요.

 

사실 노래는 잘 못 부르지만, 노래방은 좋아합니다.

코인제 노래방 기계때부터 좋아했어요.

말 그대로 "방"인지라 마이크에 대고 노래를 부르면 막 울리잖아요.

운전하면서 가끔 차안에서 노래를 불러도 노래방 맛이 안나요.

요컨데,

전 노래방을 좋아하는데, 노래방에 자주 못가요.

 

 

2.

이유?

네.

도우미들 때문이에요.

고등학교 시절(대학생이었을땐, 가뭄에 콩나듯, 여자 동기들이나 후배들이 끼어 있었죠)에는

참 재미있었어요.

남자들끼리 가면, 막춤도 추고 서로 자기 노래 많이 부르려고 난리가 아니죠.

아주 유쾌해요.

아니면, 가끔 바람을 맞았을때 두세명이 가서

시간 끝날때까지 발라드-발라드-발라드 만 불러제낄 때도 있구요.

 

그런데,

회사에 들어오니, 뭔가 다르데요.

도우미 들이 들어와요.

신입사원이었던 우리들의 큰누나~이모뻘되시는 분들..

몇몇 고참들때문에 뭐라 말도 못하고 있긴 하지만,

참 싫었습니다.

제일 큰 방이라고 해도

우리 직원들 대여섯명에 도우미 누님 두세명이면 완전 비좁아요.

노래도 막 못부르고

댄스곡 나오면 자동으로 일어나서 춤 비슷한 거라도 춰야하고

숨차다 싶으면 부르스가 가능한 노래도 불러야 하고...

게다가 윗분들이 모르는 최신곡은, 막내들 말고는 부르지도 못했으니까요.

 

 

3.

작년 연말에 간 게 가장 최근이 되겠네요.

회사 근처에 있는 노래방이었는데,  그날은 제가 빠져나갈 수 가 없더라고요.

신입사원때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 때보다 능숙하게 트로트를 선곡해서(그 나이때 고참들 취향이 정말 다 비슷해요) 부르고

가끔 분위기 띄우는 노래 틀고 망가지듯 노래 부르고

중화반점으로 쇼타임~ 한 번 땡기고...

(가격의 스케일은 엄청 커졌더라구요. 그 돈이면... 한우라도 먹을 수 있었을텐데, 얼어죽을 양주는...)

 

4.

왜 이런 글을 적었냐구요?

제가 잘못 생각하는건가 하는 의문이 들어서요.

 

도우미 누님들(거의 10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저보다 어린 분들은 거의 보질 못하네요)이

들어와서 같이 노래를 부르는게 '성매매'에 범주에 들어가고, 또한 지탄받을 일인지요.

이 누님들을 쫓아낼 순 없으니(제 의지로 우리끼리 있을 순 없으니)

그냥 놀 뿐이에요.

무슨 신체적 접촉? 그런거 없습니다. 도우미를 부르신 고참들이야 부르스를 추며 접촉(?)을 하긴 하지만요.

우리 사무실이 웃겼던건지 모르지만,

여직원이 한 분 계셨는데, 가끔 같이 노래방에 왔어요.

여직원이 있어도

높으신 분들은 도우미를 불렀고... 무슨 문제 있는건 없었어요.

 

아니면, 제가 모르는 무슨 다른 노래방의 세계가 있는 것인지.

 

 

5.

노래방은 그냥,

도우미들 부르는게 싫지만,

의사결정권자들을 이기지 못하기 때문에 같은 공간에 있을 뿐입니다.

마님에게도 말을 해요.

노래방 간다~ 갈꺼다~ 뭐 이렇게 얘기하는 게 아니라,

그 한시간 동안에 전화가 왔을때 말해요.

어쩔수 없이 왔고, 내가 접대(?)중이야.. 뭐 이렇게 말하죠.

개인적으로 제가 떳떳하기 때문에, 숨기는 것보단 낫다고 봐요.

 

케이스 바이 케이스 겠지만,

그리고 자주 가지도 않는 노래방이지만,

"사나이의 노래방에 대한 로망을 매도하지마~~~" 의 기분으로 몇 글자 적었네요.

 

언제 고향 내려가서 친구들이랑 노래방 한 번 가야겠네요.

후평파출소 네거리에 다비드 노래방.. 아직 있으려나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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