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23 15:25
전 좋게 봤습니다.
사실 스토리는 연계성이 있다기보다는 따로 노는 면이 있는데,
그냥 그 때 할리우드 그 시절이라는 영화제목을 생각하면 이해가 됩니다.
60년대의 영화 및 TV 감성과 샤론 테이트의 비극을 아는 사람이라면 흠뻑 빠져볼 영화더군요.
이 영화가 특이한 것은, 배경지식 없이 보면 영화의 절반만 보게 되는 셈이거든요.
최소 샤론 테이트의 피살, 그리고 어떻게 비극적으로 피살됐는지에 대해선 위키피디아 정도는 읽은 후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샤론 테이트의 얘기를 메인으로 다루기엔 조심스러워서 (실제 샤론의 자매가 이 영화화를 반대함),
실존인물 캐릭터를 영화 속에 넣어 적절한 오락성을 버무리고 마지막엔 그녀에게 내심 헌정하는 영화를 만들었는데.
전형적 타란티노 식 '허용된 잔혹 복수'라는 포맷에 명쾌하게 먹힙니다.
브루스 리를 때려눕히는 장면은, 인종차별의 시선으로 해석하기보단,
어쩌면 당시 온갖 백인 캐릭터들을 때려눕힌 최고봉으로 그려진 브루스 리를 해학적으로 그린 건 아닐까요.
디카프리오의 한물간, 연기 열정은 대단한, 긴장해서 대사 까먹는 연기를 하는 연기는 정말 훌륭했구요.
여전히 오버하는 마초풍만 좀 버리면 좋겠습니다.
극중 샤론 테이트가 막 영화계의 샛별로 떠올라 자기 영화를 자기가 보러 혼자 극장에 찾아가
설레는 맘으로 관객들의 반응에 함께 웃다, 다리를 앞좌석에 올리고 세상 행복한 여성처럼 영화를 보는 장면은.
참 아름답고 슬프지 않나요. 영화 속 캐릭터처럼 히로인이 되고싶은 환상과 현실을 동일시하는 듯한 그 표정은
우디 알렌의 '카이로의 붉은 장미'도 살짝 떠올랐어요. 그리고 마고 로비는.. 너무 아름답습니다.
+ 맨슨 패밀리 살인집단 실화는 알고 있었고, 로만 폴란스키가 '악마의 씨'를 찍은 후 부인이 살해당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 두 사건이 연관이었는 줄은 전혀 몰랐어서 다소 충격이었습니다.
+ 당시 로만 폴란스키가 범인으로 브루스 리를 의심한 적이 있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는 사실 역시 충격이었구요.
아니 어떻게 그를 의심할 뿐더러 그걸 입밖에 낼 수가 있는지. 팬이지만 실망
+ 당시 피살사건에 그 집이 타겟이 됐던 이유는, 당시 그 집에 살던 누군가가 (아마도 평론가인가요) 찰스 맨슨의 음악을 비판해서였다네요.
안타까운 건 로만 폴란스키와 샤론 테이트는 그 이후 새로 이사왔던 사람들이라고
+ 찰스 맨슨은 음반을 냈었고, 그 음반을 유튜브로 들을 수 있다는 것도 놀랐어요
+ 레베카 게이하트, 제임스 리마, 마이클 매드슨, 에밀 허쉬, 알 파치노 등이 카메오 출연합니다
** 스포일러 **
영화에선 실제와 달리 샤론 테이트를 살려둡니다.
영화와 현실을 연결하는 영화팬들을 위해, 타란티노가 샤론 테이트를 살려준 건 아닐까 생각들어 좀 감동했어요.
다행히 그 맨슨 패밀리가, 브루스 리를 때려눕힌 스턴트맨이 그날 잠시 집에 들른 틈에 침입하는 바람에 통쾌한 죽임을 당합니다.
그 절묘한 타이밍 덕에 샤론 테이트도 살 수가 있었겠죠. 어찌보면 그 연출이 더 슬픕니다.
2020.04.23 15:40
2020.04.23 16:08
2020.04.23 15:54
며칠 전에 본의가 아니게(?) 다시 봤어요.
마지막에 모든 난리가 다 끝난 후 샤론 테이트의 집 앞에서 대화 주고 받는 장면 연출이 참 인상적이었죠. 철창으로 된 문을 사이에 둔 산 자와 죽은 자(극중에선 안 죽었지만)의 대화. 그리고 문이 열리고 둘이 처음으로 한 곳에서 만나 어울리는 결말. 같은 '영화인'으로서의 뭐시기... 같은 것도 느껴지고 암튼 그 장면은 참 아련하고 숙연하고 좋았습니다. 전체적으로 그렇게 재밌게 보진 않았지만요.
2020.04.23 16:09
그 동양 무술인 (전 브루스 리로 특정해서 보여지지 않았어요) 이 여러 스텝 앞에서 허세 부릴 적에 ‘저 놈 좀 맞겠구나’ 싶었는데 배려였는지 뭔지 별로 죽사발도 안당하고 흐지부지되어 실망했습니다. 물론 영화와 현실을 구분 못하는 사람들의 투정들은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되려 똥 폼 잡는 동양무술인들이 실전 격투기로 단련된 파이터에게 줘 터지는것이야 말로 훨씬 리얼하죠. 영화를 통해 각인된 거짓 이미지로 영화에 그려진 또 다른 가짜 이미지에 투덜대는건 좀 웃긴거 같아요.
타란티노가 이 영화를 만드는데 하나의 강력한 동기가 되었던 것이 샤론 테이트에 대한 레퀴엠이라고 들었어요. 아마 영화로 가능한 가장 멋지고 아름다운 레퀴엠이이 아닐까 싶습니다.
2020.04.23 18:44
사실 브루스 리의 '아뵤' 구호는 연출적이었을 뿐 본연의 모습은 아니었다더군요. 근데 소위 그 똥폼 덕에 스타가 된 거 아니었나요?
그리고 오히려 동양무술인들이 실전격투로 단련된 사람이라 생각하는데요.
샤론 테이트와 마고 로비의 교집합이 좀 있죠. 기분 좋은 에너지가 있는 사람들이에요
2020.04.23 19:24
그 중국의 억만장자가 중국 전통무술의 우월함을 선전하려고 무술인들을 내세웠다가 격투기 선수들과 대련을 족족 개박살나는게 현실이었죠.... -_-
기합소리야 상관 없는데 그 장면에서 동양무술인의 아가리 파이터 스러움은 딱 ‘저 놈 좀 터지겠네’싶은 클리세였거든요.
2020.04.24 01:23
2020.04.24 03:15
오스카 주연상, 조연상에 2번 노미됐다는 걸 어제 알고 놀란. 챙겨볼 영화 2편 생겼어요
2020.04.23 16:18
저는 바스터즈, 장고에 이어서 이 영화를 보고 타란티노가 이렇게 완고한 인간이었던가 싶어서 놀랬죠.
2020.04.23 16:23
2020.04.23 16:33
하긴 하비 와인스틴과의 관계만 봐도 솔직히 구린 구석이 많은 인간이죠. 폴란스키와 와인스틴을 보고 '저 동네도 별 수 없구만' 이런 생각이.....
2020.04.23 16:38
2020.04.23 16:39
저도 그 장면 촬영본 보고 식겁을;;;;;
2020.04.23 16:56
저는 실화를 익히 알고 있었어서 계속 물음표물음표 연속이다가 마지막 장면에 가서야 아.. 이럴려고 만든거구나 싶긴 했어요
워낙에 PC 따지고 만드는 감독은 아니었지만서도 브루스리랑 너무 히피혐오가 가득한 건 그냥 편하게 봐지지만은 않더라고요
디카프리오 마초연기도 이렇게 애잔한 분위기까지 갈 정도면 나름 캐릭터가 완성되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요?ㅎ
전 오히려 빵형 굳이 이 영화로 상받은 게 그다지..공감은 안되고 이 영화에서는 디카프리오가 더 나았네요ㅎ
여자배역들도 다 훌륭한데 비중은 다들 생각보다 적어서 실망..
2020.04.23 18:42
저도 이게 브래드 피트가 그간 쌓아온 영화중 유일하게 오스카 받을 정도의 연기였나 했어요. (사실 전 12몽키즈에서 제일 좋았어요) 물론 좋았지만, 이젠 오스카가 그 연기를 잘 해서라기보단 tribute 개념이 된거 같더라구요. 저도 디카프리오가 어째 레버넌트보다 더 연기 잘했지 싶더군요. 타란티노나 당시 무술영화팬들의 브루스 리 혐오라기보다는, 그냥 유치함을 즐기는 마초들의 'I win!' 정도처럼 보였어요. 여자배역들이 또 누가 있었죠..
2020.04.23 18:54
아 브루스리는 혐오라기보다는 별로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는 조롱이라고 느꼈습니다ㅎ 브루스리 좋아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뭔가 싶기도 했고요ㅎㅎ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건지 아니면 같은 조롱이라도 공인된 팬이 하면 다르게 받아들여질 걸로 생각한건지ㅎㅎ
여배우는 또랑또랑한 아역배우(줄리아 버터스)도 있었고 어머니인 앤디맥도웰보다는 레베카 홀이 연상되었던 (개인적 느낌ㅎ) 마가렛 퀄리도 인상적이었죠ㅎㅎ
2020.04.23 19:25
세계 영화인들은 브루스 리를 부활시켰다는 거 자체에 (근데 뭔가 가벼워보이고 별로 안 비슷하긴 한) 일종의 트리븃으로 받아들였을거 같아요.
쌈박질 영화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그게 또 재밌어보였겠죠. 그리고 히피 혐오는, 극단적 히피인 맨슨 패밀리의 배경을 모른 채 영화를 봤을 때 그렇게 느낄 순 있다고 보여요. 요지는 그들에 대한 통쾌한 복수이거늘. 전 레베카 게이하트가 거의 목소리만 출연해서 아쉬워요. 나름 90년대 하이틴 배우였는데다 빵핏의 아내로 나왔는데
2020.04.23 23:51
가끔 올라오는 원스 어폰 어 타임... 헐리우드 리뷰를 보면서 몰랐던 사실들을 계속 맞춰가네요. 전 사전 지식 전혀 없이 봤던 사람이고, 그 내용 일부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도 전혀 몰랐어요. 그래서 마지막의 쌩뚱맞은 살육씬이 도대체 무슨 일이지 싶었고, 나중에 알아보고 알게 되었습니다.
2020.04.24 03:17
그게 듀게의 맛이(었)죠
2020.04.24 13:04
샤론 테이트가 나올 때 이 영화가 역사의 현장에 참여하되 개입하지 않는 방식으로 갈지, 개입하여 평행우주로 갈지 궁금했는데
전체적으로는 관망하다가 결말에서만 개입해 대체역사로 마무리한 방식이 맘에 들었습니다.
같이 본 친구는 사전지식 없이 영화를 보고 황당해 했는데, 실제 사건을 알고나서 많이 감탄스러워 하더군요.
ps. 데미언 루이스는 스티브 맥퀸과 놀라운 싱크로율을 보였습니다.
그 집에 원래 살던 사람은 음반 제작자인가 그렇게 알고있어요. 자기를 노리고 왔다가 벌어진 사건이라는 걸 알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