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 권력?

2012.02.09 11:13

hybris 조회 수:6727

고종석씨가 트위터에

한국은 서울대의 나라이자 이대의 나라라고 

여성할당제 찬성 이대 권력 반대라고 쓰셨네요.


속상했습니다. 몇 마디 쓰고 싶은데 

저는 트위터를 안 하지요.



지금 계약직으로 하고 있는 일에 

정치광고 리서치가 포함되어 있어서 

관련 자료들을 살피고 있는데 

제가 평소에 체감하는 것보다 여성 정치인이 무척 적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SKY라인, 특히 고대 출신 정치인이 생각보다 무척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이대?????

정말 한 줌입니다. 100명 가까이 프로필 정리하고 있는데

여성 딱 한 명 있어요. 그 한 명이 이대이긴 합니다.  

그러나 그에 비해 

서울대 고대 출신은 너무 많아서 몇 명인지 헤아리지도 못 하겠어요.


비교할 건 비교해야 하지 않을까요.

서울대의 나라이자 이대의 나라라니...

언제부터 여기가 그렇게 여성의 권력이 높은 나라였나요?


왜 이대 출신 여성 정치인이 그렇게 많냐고, 

말 그대로 쥐어서 한 줌도 안 되는 사람들을 이대 권력이라 몰아부치기 보다 


왜 남녀공학 출신 여성 정치인이 적은지를 먼저 봐야 하지 않을까요?


부디 아저씨들, 이대 권력화 욕하기 전에  

자기 학교 여자 후배들이 어디 있는지, 어디로 사라졌는지, 

자신들이 그 후배들을 어떻게 보았는지 보아주세요.


정치판에 있는 소수의 여자들 중에 

왜 이대 출신이 많은지, 많을 수 밖에 없는지를

다른 측면으로 보아주세요


이대 권력, 이대 카르텔이 문제가 아니라

정치판 내의 남성 권력, 남성 카르텔 때문에 

다른 대학 출신 여성 정치인이 적은 것 아닙니까.




이미 다른 트위터리안이 고종석씨에게 

서울대 고대에 비하면 이대 출신이 많지 않을거라고 조심스레  말씀하셨더군요. 

(기실 많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비교급도 안 된다'가 맞지만...)


그에 대한 고종석씩의 말은 더 놀라웠습니다.

그 서울대 고대 출신 정치인들의 아내가 대부분 이대일 거라고.

그러므로 이대권력, 서울대 권력 못지 않다고.


'누군가의 아내'인 사적 영역에서의 권력을

어떻게 공적 영역에서의 권력과 비교할 수 있나요?


'누군가의 아내'라는 것이 

한국 여성의 권리 향상과 무슨 관계가 있나요?


이대도 등록금 높은 학교로 유명하지요. 이대에서 등록금 투쟁을 할 때 학생처에서는 이런 말을 자주 하곤 했습니다. 

다른 남녀공학은 선배들의 학교 발전 지원금이나 후원금이 많이 들어온다.

그러나 이대는 여대이기 때문에 다른 학교들에 대해 지원금이나 후원금이 적고 재단이 약해서 

적립금을 계속 쌓아두고 가져가지 않으면 위험하다. 

'누군가의 아내'들이 많은 것과 '누군가'가 많은 것은 다르다고.


좀 엄한 예를 든 것 같지만

학교 후원금 규모만 놓고 봐도 그렇듯

'누군가의 아내'라는 것과 '누군가'라는 것은 결코 같은 권력이 아니예요.


문득, 여성 참정권에 반대했던 과거 사람들의 논리가 떠오르네요. 

여성은 남편의 표를 통해서 충분히 자기 의견을 나타낼 수 있다고,

굳이 한 표를 가질 필요가 뭐가 있냐, 

아내로서 남편에게 자기 의견을 피력하라던 그 논리들.


고종석씨의 '이대 권력' 언급과 그 논리와 

그다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이상적으로 봤을 때 국민의 절반 50%는 되야 하는데 

(이건 의사나 식당 같은 직업이 아니라,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잖아요. 

여기서의 성비는 다른 직업에서의 성비와 비교할 것이 아닌데...)


반의 반에도 한참 못 미치는데

고작 15% 할당 가지고 이렇게 떠들썩하다니

 

새삼스레 당혹스럽고 

갈길 멀구나 한숨 나오고 그런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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