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6 00:32
(그래도 그 연세에 그림체 퀄 떨어지거나 갑자기 정 안 가게 휙 변하지 않은 게 어디냐... 라는 생각을 합니다. ㅋㅋ)
1.
아다치 팬으로서 자주 하는 얘깁니다만, 이 분이 자기네 나라에서의 위상에 비해 한국에선 대접을 좀 덜 받는 편이죠.
아무래도 일생 최고 히트작인 '터치'가 한국에서는 한참 후에 들어온 데다가 역시나 일본에서만큼 대히트를 하진 않아서 그런 게 아닌가... 싶구요.
그래도 어쨌든 'H2'의 한국 성공 이후로 확실히 인지도도 높고 팬들도 꽤 많은 작가가 되어서 이 작품의 연재 소식이 전해졌을 때 나름 화제가 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도 듀게에 관련 글을 적었던 기억이 있구요. 그래서 그게 대체 언제였나... 하고 확인해 보니 2012년. 띠가 한 바퀴 돌았네요. 허허허.
그동안 나온 단행본 권수는 21권. 한국도 마찬가지이고, 아직 일본에도 22권은 안 나온 모양입니다. 그리고 내용상으론 이제 대략 절반은 넘게 온 듯 하구요.
(이것도 아주 오래 전 짤이고 이제 최근 권에선 캐릭터들이 다 나이를 먹어서 생김새가 좀 변했네요.)
2.
이 작품을 아예 모르는 분들을 기준으로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작가님의 일생 히트작 '터치'의 정식 후속작입니다.
현실 세월의 흐름을 그대로 반영해서 2010년대의 메이세이 고등학교가 배경이구요.
원작의 주인공들과 아무 상관 없는 고딩들이 쭈굴쭈굴해진 메이세이 야구부에 들어와서 30년만의 고시엔 진출을 노린다... 라고 간략하게 설명할 수 있겠네요.
물론 야구만큼 중요한 것이 소꿉친구, 혹은 배다른 남매간의 썸타기(...)구요.
중요한 것은 작품의 제목입니다.
이게 일단은 주인공네 집안 사정을 나타내죠. 엄마가 세상을 떠난 가정과 아빠가 세상을 떠난 가정이 합쳐져서 두 집안이 믹스!! 우리 함께 고시엔!!!
하지만 거의 모든 팬들이 이딴 건 신경 안 쓰구요. ㅋㅋㅋ
'아다치 미츠루 월드'의 캐릭터들과 설정들이 아예 대놓고 재활용되며 마구 뒤섞이는 작품이라는 게 포인트입니다.
그러니까 쌍둥이는 아니지만 생일도 같고 같은 부모 아래 자라는 쌍둥이나 다름 없는 남자애 둘이 야구를 하구요. 그 둘이 좀 더 어른스러운 천재와 좀 어리숙한 노력파 후천적 천재... 라는 조합이고. 둘 다 가족 같은 (가족이니까!!!?) 여자애 하나를 위해 그렇게 열심히 야구를 한다... 는 건 '터치'겠죠.
그리고 둘 중 한 남자애랑 그 집 막내딸은 피가 안 섞인 남매니까 한 집에 살며 로맨스! 를 시전하는 건 '미유키'에서 가져왔겠구요.
에 또... 뭐 근데 이걸 하나하나 언급하는 건 사실 의미가 없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아다치 미츠루는 워낙 자기 복제의 대가(...)라서 말이죠. 이렇게 제목부터 대놓고 '다 섞어 비빔밥이다 이것들아!!!' 라고 선언했다는 게 좀 특이할 뿐이지 그냥 평소의 아다치 만화에요. ㅋㅋㅋ
(작가 본인도 1/4은 틀렸다는 전설의 아다치 주인공 컬렉션 짤.)
3.
소재가 야구에서 멀어질 수록 평가가 하락하다가 다시 야구 만화만 그리면 귀신 같이 폼을 회복하는 패턴을 수십 년간 반복해온 아다치답게.
일단 20권을 넘기면서도 계속 인기리에 연재 중이니 재미가 없다... 라곤 할 수 없네요. 재밌습니다. 30년간 봐 온 그 맛이지만 원래 요리 잘 하는 양반이다 보니 여전히 재미는 보장을 해요.
물론 이건 정말로 요리 같은 게 아니니 이젠 식상하고 질려서 재미가 없을 수도 있고, 작가의 게으름(?)에 짜증이 날 수도 있겠지만요. 하지만 어차피 아다치 스타일로 아다치 같은 이야기를 하는 만화가가 현실 세계에 또 있는 것도 아니니 팬으로서는 이렇게 또 하나 그려주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이고. 그래서 그냥 "와 익숙해! 뻔해!! 그래서 더 좋아!!!!!" 라며 즐기는 쪽에 가깝습니다. ㅋㅋㅋ
(애니메이션도 나왔고 반응도 좋았다지만 전 그냥 만화책으로 만족합니다.)
4.
하지만 아무래도 전성기 시절 작품들에 비해 허술하고 아쉬운 부분들이 많습니다.
일단 중간에 이야기가 갑자기 한참 동안 루즈해지는 구간이 있어요. 살짝 삽입된 짧은 작가 만화를 보면 아마도 코로나 시절이었던 듯 합니다. 이때 휴재를 한참 했었다고 하더라구요. 암튼 이 구간은 정말 '할 얘기가 없으신가요?'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별로 안 중요하고 크게 재밌지 않은 이야기가 한참 이어지며 연재 분량을 낭비합니다. 이게 주인공들이 중3때 시작한 이야기이고 최근 에피소드는 고2 말. 그래서 고3 마지막 고시엔으로 끝낼 이야기인데, 이게 할 이야기가 3년 분량을 꽉꽉 채우고 있는 게 아니라 3년 분량을 채우기 위해 이야기를 억지로 만들어 넣는 느낌이랄까요. 제가 이렇게 한 번에 몰아서 봤기에 망정이지 연재 기다리며 매 에피소드를 실시간으로 따라가는 입장이었다면 성질 좀 났을 거에요. ㅋㅋㅋ 그래도 최근 권에선 이야기가 다시 궤도에 올라서 다행이었구요.
아다치 월드 잡탕밥이라는 정체성의 작품이지만 어쨌거나 기본적으로는 이게 '터치'의 속편인 것인데요. 그래서 '터치'의 인물들이 중간중간 튀어나와서 추억 돋게 만들어주는 게 또 이 작품의 재미 포인트인데... 이런 특별 출연들의 활용이 그렇게 좋지는 않습니다. 정말로 적절하게 나와서 할 일 하고 사라지는 캐릭터도 있는데, 또 어떤 캐릭터는 '믹스' 주인공들 스토리에 별 영향도 주지 않으면서 분량을 와장창 잡아 먹기도 해요. 저야 원작 팬이니 그래도 견디며 보고 있습니다만. 아마 요 '믹스'부터 보게 된 젊은이들 입장에선 대체 이 놈은 뭔가... 하면서 짜증이 났을 것 같더라구요.
그 외에도 전체적으로 좀 허술합니다.
아무리 보고 보고 또 봤던 이야기의 반복이라지만 그게 좀 탄탄하게 반복될 수도 있잖아요? 근데 대체로 그냥 관성대로 전개되는 느낌이 강해요. 이런 거 하나 나올 타이밍 되었으니 그런 거 보여드립니다... 라는 느낌이랄까요. 인물들의 감정선도 그렇구요.
또 캐릭터들의 비중과 역할 배분도 애매합니다. 딱 봐도 '터치'의 미나미 포지션으로 등장한 캐릭터가 갑자기 한참 동안 비중이 공기가 되어 버리기도 하구요. 굳이 삼각관계를 떡하니 잡아 놓고선 그냥 계속해서 그 중 두 사람 이야기에만 집중하는 것도 어리둥절.
그리고 20권 즈음에서 터지는 아주 중대한 사건 하나는... 솔직히 짜증났습니다. ㅋㅋㅋㅋㅋ 아니 왜 이러시는 건데요 작가님. 컨셉 재활용은 작품의 정체성 그 자체이니 받아들이겠지만 그래도 굳이 이럴만한 이유는 있어야? 라는 생각이 들었고 21권을 마칠 때까지도 납득이 안 되네요. 허허.
(아다치 특유의 쌍팔년st. 감수성은 당연히 이 작품에도 차고 넘칩니다. 근데 뭐 전 그런 거 좋아하니까!!! ㅋㅋㅋ)
5.
여러모로 '터치'나 'H2'는 물론이고 '크로스 게임'에도 미치지 못할 퀄리티의 작품이 아닌가... 싶은데요.
사실 괜찮습니다. 애초에 기대치가 저 작품들까지 닿지 않았으니까요. ㅋㅋㅋ
이미 칠순을 넉넉하게 넘겨서 언제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작가님이 그래도 꾸준히 새 작품 이어가 주는 것 자체가 반가운 올드팬 입장에선 오히려 이 정도면 기대 이상의 퀄리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어쨌든 단행본을 옆에 쌓아 놓고 쭉 달리면 딱히 끊고 싶어지는 구간 없이 후다닥 다 봐버리게 될 정도로 괜찮습니다. 그게 막 엄청 재밌는 건 아니어도, 추억 팔이에 크게 의지하는 작품이라 해도 어쨌든 결과적으론 그랬어요. ㅋㅋㅋ 재밌게 잘 보고 있는데...
결국 스물 한 권이 나오기까지 12년이 걸렸단 말이죠?
아마도 완결까진 열 권은 남은 것 같고. 그렇담 아마 2030년쯤에나 끝이 날까요... ㅋㅋㅋㅋㅋ
제가 나이를 먹으면서 이젠 '다음 시즌 못 기다려!!!' 라는 이유로 드라마도 완결 아닌 건 제껴두는 사람이 되어 버린 관계로 이 세월은 거의 영겁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이게 완결날 때 쯤엔 아다치는 팔순을 맞겠군요. 아마도 마지막 장편이라는 맘으로 그리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은데, 현실적으로 그럴 확률이 매우매우 높고 하니 잘 마무리 해줬음 좋겠습니다.
그럼 이제 2030년 즈음에, 완결을 본 후 다시 적어보는 걸로...
그때까지 듀게가 꼭 살아 있는 걸로... ㅋㅋㅋㅋㅋ 기원을 담아 마무리합니다.
+ 제가 이 분과 쌍벽으로 좋아하는 작가인 다카하시 루미코는 '마오'를 연재 중이죠. 이쪽은 연재 5년 밖에 안 됐는데 벌써 단행본이 19권. 대단... 하시긴 한데 재미 면에선 조금 더 분발해주셨으면 합니다. ㅋㅋㅋ 이 분도 나이가 언제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분이니 제발. ㅠㅜ
++ 위에서 이러쿵 저러쿵 투덜거려 놓았지만 그래도 보다가 감정적으로 욱. 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참 별 거 아닌 장면인데 갑자기 그래서 스스로 당황했네요. ㅋㅋㅋ 이것이 짬밥이란 것인가!! 라고 생각했습니다.
+++ 벌써 한 20년 묵은 떡밥이죠. 터치 vs H2! 그리고 전 아주 당연히도(?)
터치 빠입니다. ㅋㅋㅋ
H2도 좋아하고 터치와 마찬가지로 단행본을 다 갖고 있지만 이건 터치만큼 반복해서 보게 되진 않더라구요.
그냥 제가 그렇다구요... ㅋㅋㅋㅋ
2024.03.26 01:37
2024.03.26 02:03
그렇습니다 12년... ㅠㅜ 확인해보니 제가 글을 적은 건 한참 뒤였더라구요. 2015년에 듀게에 글을 올렸는데 그것도 이미 9년 전이라는 거. ㅋㅋㅋ
러프 좋죠. 아다치가 그렇게 10권 내외로 그린 작품들 중에 잘 됐던 게 많지 않은데, 그 중에 러프가 최고였던 듯 합니다. 한국에 '응답하라' 시리즈를 남긴 공로도 있구요... ㅋㅋㅋㅋㅋㅋ
2024.03.26 10:19
2024.03.26 15:00
그게 가만 생각해보면 아다치의 특수성(?) 같은 게 좀 있긴 합니다. '터치' 정도의 메가 히트작을 낸 작가가 이후에 아다치처럼 그렇게 쉬지 않고 작품을 쏟아낸 경우가 흔치가 않더라구요. 장편만 대여섯 편에 두어권으로 끝난 짤막한 작품들도 그만큼이 더 있고 또 틈틈이 단편집 내고... 그러다보니 자신의 자기 복제를 남들보다 유난한 걸로 느꼈을지두요. ㅋㅋ 원래 썰렁한 아재 농담 좋아하는 양반이기도 하구요.
2024.03.26 19:55
2024.03.27 01:45
듀게에서도 꽤 팬이 많은 인기 작가였다 보니 그 세월 동안 아마 몇 번은 댓글 주고 받았겠죠. ㅋㅋ 믹스를 마지막으로 은퇴할지라도 오래오래 살아줬음 좋겠어요. 세상 떠났다는 뉴스 접하면 많이 슬플 듯.
맞아요. 둘 다일 겁니다. ㅋㅋㅋ 재미가 예전보다 못한 건 분명하구요. 또 그만큼 제가 아다치 만화 속 사람들 정서와는 거리가 멀어지기도 했고...
야구 만화이다 보니 터치와 H2 둘을 놓고 비교하지만 그냥 한국에서의 아다치 만화 순위를 따지면 터치보다 러프가 더 인기가 많았던 것 같아요. 그리 길지 않으면서 이야기를 참 깔끔하게 전개하고 멋지게 마무리 해놓은 게 러프였죠. 진베는... 저도 당시에 잘 봤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대단히 위험한 이야기 아닌가 싶구요. ㅋㅋ 카츠랑 QnA는 자칭 아다치 팬이라는 저도 일부만 구입했네요. 그래도 카츠는 후반부가 좋아서 그쪽만 구입해 놓은 게 저쪽 책장에 보이고... 하하;
2024.03.26 21:22
저는 10권 쯤에서 멈추었어요. 단행본으로는 5권정도 사다가 이후로는 이북으로 봤지요. 한동안 잊고 있었네요. 그동안 책 안사서 잔뜩쌓인 캐시로 몰아봐야겠어요.
자기복제 부분도 농담거리는 되겠지만 저는 크게 신경쓰지는 않는 편입니다. 사용하는 코드가 몇개 없더라도 언제나 명곡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니까요.
"크로스로드"부터 이미 완성이 되어버린 스타일인데 어쩌겠습니까. ㅎㅎ 저도 역시 h2보다는 터치인데 처음 본 작품인 미유키도 아주 좋아합니다. 해적판 시절부터 미유키-터치-러프는 정말 닳도록 봤었지요.
언젠가 남풍이라는 카페를 열어서 나폴리탄을 팔고 싶은 소박한 꿈도 여전히 갖고 있습니다. ㅋㅋ
2024.03.27 01:48
뭐 어차피 완결 나려면 5~6년은 걸릴 것 같으니 아주 먼 훗날에 다시 보셔도 상관 없을 것 같아요. ㅋㅋ 물론 중간중간 한 번씩 몰아서 봐 주는 게 더 좋겠지만요.
'크로스로드'라고 제목을 적어 주신 게 참 반갑네요. 언제부턴가 사람들이 다 원제대로 '미유키'라고 부르는데 전 옛날 옛적 해적판 만화책을 아직까지 갖고 있는지라 그 제목이 좋아요. 하하.
저도 어렸을 때 터치를 보며 남풍 카페에 대한 로망 같은 걸 키우고 그랬었죠. 전 요리 실력이나 미적 감각이나 그런 일엔 택도 없다는 걸 깨달은 후론 미련은 전혀 없습니다만. 하하.
2024.03.27 13:16
2024.03.27 14:33
앗 가라님이다!! 반갑습니다. ㅋㅋ
닥터K가 속편이 또 나오나요. 애초에 원조도 안 봐서 잘은 모르지만 그래도 반갑네요. ㅋㅋㅋ QED도 아직도 나오나보군요. 허허 장수 작품 많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