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기...(기대)

2020.03.04 03:11

안유미 조회 수:490


 1.늘 쓰듯이 그래요. 어렸을 때는 아무것도 되지 않아도 좋단 말이죠. 오늘의 나자신이 아무것도 아니어도 기분이 나쁠 게 없거든요. 어린 나이라면 무언가가 되었다는 것보다 무언가가 되어가는 중이라는 점이 멋진 거니까요.


 sns에 가보면 '사람들의 말이나 기준에 왜 신경쓰니? 넌 진정한 네가 되도록 하렴'같은 말들을 주워섬기는 놈들이 많아요. 그야 기본적으로는 맞는 말이예요. 



 2.허나 남자라는 게 그래요.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나이가 들면 들수록 바뀌어가는 게 그거예요. 나에게 기대받는 나보다 사람들에게 기대받는 내가 어느새 더 커져버려 있다는 거죠. 


 많이들 이런 경험이 있잖아요.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까지만 해도 목표가 서울대인 사람이 많아요. 그러다가 1년 사이에 많은 게 바뀌죠. 첫 모의고사를 치른 후 서강대로 눈을 낮추고 그 다음엔 홍익대, 그 다음엔 아주대...이런식으로 서서히 입결표 아래로 내려가다가 평생 들어본 적조차 없는 대학교를 눈여겨보고 있는 자신을 깨닫게 되곤 해요. 


 이렇듯 세상을 살다 보면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은 작아져버리고, 아무것도 이룬 게 없어도 사람들이 기대하는 나의 모습은 점점 커져가게 돼요. 대부분의 경우가 그렇죠.



 3.딱히 한 게 없어도 나이는 먹거든요. 그리고 나이를 먹었다는 것만으로도 2n살쯤엔 취업, 3n살쯤에 차 한대, 30 후반엔 아파트 한 채쯤 있어야 한다고 사람들은 생각해요. 


 생각해 보면 그걸 자력으로 해내는 건 미친듯이 난이도가 높아요. 한국 사회에서 수저 없이 30대 초반에 차를 마련하고 30대 후반쯤에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하려면 애초에 20대에 하는 취업의 빌드업부터가 굉장히 잘 되어 있어야 하니까요. 


 그런데 여기서 더 무서운 점은, 자신의 힘으로 차를 마련하고 아파트를 마련하고 나서 40세가 되어도 그게 존경받을 만한 건 아니라는 거예요. 사람들은 그 정도를 보통 사람, 보통 남자라고 인식하니까요. 그야 아는 사람이고 옆에서 그 과정을 봐왔다면 그가 열심히 산 삶을 존중할 수도 있겠지만 딱히 아는 사이가 아니라면...사람들은 그걸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4.휴.



 5.누구나 어렸을 때는 서강대나 홍익대를 우습게 보고 차 한대나 아파트 한채, 꼬마건물 한 채를 우습게 볼 수 있지만 나이가 먹으면 그게 힘들어요. 정말...힘들단 말이죠. 


 위에서 예로 든 '너는 네자신이 되도록 하렴!'같은 것도 사람들이 최소한으로 기대하는 조건을 충족시킨 다음에나 가능한 거라고 생각해요.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서 최소한으로 여겨지는 것을 가지지 못했다면 자아실현 같은 건 무색한 거니까요.


 물론 이건 나의 생각일 뿐이예요. 타인들의 시선에 초연할 수 있는 사람도 많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나는 글쎄요. 전에 썼듯이 나는 그렇거든요. 어떤 허들을 제시해 놓고 '너 이거 뛰어넘을 수 있어?'라고 히죽거리는 놈들을 벙찌게 만드는 걸 좋아하니까요. 



 6.하지만 전에 썼듯이 영앤 리치와 진정한 리치는 달라요. 나이가 들면 '젊은 것치고는 돈이 많은'이 아니라 '그냥 존나게 돈이 많은'이 되어야 하니까요. 사람들하고 계속 척을 지며 살면서도 가오를 지키고 싶다면 말이죠. 뭐 그래요.



 7.뭐...열심히 살아야죠. 코로나 사태가 벌어지고 보니 한가지 다행인 점은, 외부 요인과 내가 열심히 사는 건 별 상관이 없다는 거예요. 내가 하는 건 딱히 장사를 하거나 경기를 타거나 하는 일이 아니니까요. 휴. 그냥 열심히 계속 하면 되는 일이니.


 어쨌든 그런 것 같아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사는 사람에겐, 나이가 드는 게 어깨에 짊어진 짐이 무거워지는 것과도 같은 일이예요. 해놓은 게 없다면 사람들의 기대 때문에 어깨가 무겁고 해놓은 게 많다면 자신이 벌여놓은 업 때문에 어깨가 무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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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심하네요. 번개라도 쳐보고 싶은데 빨라도 한두달은 지나야 가능하겠죠. 드래곤시티가 가고싶네요. 드래곤시티는 유독 중국인을 노린 곳이라 그런지 가기가 더 꺼려져요. 드래곤시티라고 해도 그랜드머큐어엔 중국인이 적다지만...그래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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