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16 16:45
일상 자체가 코로나19에 포위되어 있습니다.
코로나19 이슈에 잠시라도 벗어나려고 해도 인터넷에 접속하거나
하다못해 사람들을 만나도 코로나19 주제가 끊이질 않네요.
펭수라고 기억하시나요? 작년 연말에 박원순 시장 옆에서 제야의 종 타종을 했을 정도로
뜨거운 이슈몰이를 했었죠. 불과 몇 개월 전인데 어느새 잊혀진 기분입니다.
단순히 스낵 컬쳐의 한계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한가하게 펭수의 좌충우돌을 감상하고 있을 만큼
현실의 일상이 각박해졌기 때문이겠죠.
한때 헬조선이라 불릴만큼 나름 하드코어한 라이프를 살았던
한국인들에게도 코로나19과 팬데믹은 만만치 않은 난이도 같아요.
그런데 일년 내내 지중해 태양이 내리쬐이고 미세 먼지 없는 대기에
연금과 온갖 복지 제도를 누리며 나이브하게 살았을 유럽의 여러 국가 사람들은
이 하드코어한 일상의 파도를 어떻게 잘 처신해나갈지 모르겠습니다.
제 코가 석자라 사실 딴 나라 걱정할 여지까진 없지만 말이에요.
은혜의 강 교회 확진자 중 한 분이 정수기 관리해주시는 매니저였습니다.
직업의 특성상 30분 단위로 거점을 이동해가며
도촌동 휴먼시아 아파트 곳곳에 경로를 남겨두었고
증상 발현 하루만에 흉통을 느낄 정도로 상태가 심각해졌던 거 같아요.
마스크를 썼다고해도 정수기 관리 중에 손을 통한 밀접 접촉이 있었을 거 같고
식수와 직접 관련된 용품이다보니 주민들은 상당히 예민할 수밖에 없겠더군요.
이탈리아 북부 베르가모란 도시의 지역 신문입니다.
페이지의 상당 부분이 아마도 이번 코로나19로 희생된 어르신들의 부고란이네요.
사상자들이 현재 진행형으로 계속되는 가운데
지역 신문 같은 현대 문명의 매체들은 여전히 계속 작동하는 모습으로 대비가 되어
기이한 느낌이었어요.
2020.03.16 16:55
2020.03.16 17:04
그래도 우한을 떠올리면 저렇게 부고를 기록하고 추모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게 됩니다.
2020.03.16 17:36
은혜의 강 교회에서 분무기로 소금물을 예배에 참석한 신자들 입에 뿌렸다더군요. 사진보니 입에 바짝 댄 폼이 거의 입안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느낌입니다. 이 시국에도 소금물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물리칠거라고 믿고 그걸 뿌리는 사람들 덕분에 집단 감염이 일어났다는 게 기가 막힙니다.
2020.03.16 18:03
불치병 치유 이벤트 등 은혜의 강 교회의 지난 행적들을 보니까 소금물이 단순히 소독용이 아닌 성수 등의 제례적인 의미로 사용되었을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듭니다.
코로나19 이후에 종교는 어떻게 될까요? 페스트 이후에 중세 교회가 몰락하고 인본주의가 시작되었다고는 하는데
울 나라의 경우는 코로나19를 계기로 교단이 더 강해질 것만 같네요.
2020.03.16 18:08
외국에서 한국의 코로나19 관련 뉴스가 꽤 디테일하게 전해집니다. “31번이 되지 말자” 는 소리가 나올 정도니까요.
이제 31번, 신천지, 드라이브스루에 이어 ‘분무기 감염’이 유명세를 타게 생겼어요. 외국애들 정말 헷갈릴듯 합니다.
최첨단 방역 기술 짱~ 인거 같은데 어디서 신천지 같은게 튀어 나왔다가 역시 드라이브스루 멋짐~ 했는데 분무기 감염;;
뭐 이런 인포데믹과 정보비대칭성이 창궐하는 나라가 다 있나 싶을거 같군요;;;
2020.03.16 19:25
저런 면에서 이탈리아가 한국보다 훨씬 '감성'적인(긍정적 의미) 국민들인 거 같습니다.
집안에 갇히고 문화생활을 못 하자, 테라스에서 노래하고 춤추고 악기 연주하고,
그걸 이웃집이 공연처럼 보고 듣고 박수치고. 정말 아름답지 않습니까?
부고란도 비슷한 의미에서 좋네요.
연락 끊긴 내 지인이 죽었는지 10년 동안 모를 수도 있을 판에, 한명한명 언급해주는 것도 좋은거 같아요
2020.03.16 20:20
2020.03.16 20:43
ㅋㅋㅋ 몬 소린가 했다가 뿜었어요. 그러게요. 눈치보는게 되려 음성적으로 가는 한국의 변질 흥문화
2020.03.16 21:07
한국인들은 하드코어한 지옥같은 삶을 살았고 지중해의 유럽인들은 나이브한 삶을 살았을 거란 건 직접 목격한 경험에서 나온 얘긴가요? 지중해의 유럽인들도 빵빵한 연금과 복지를 누리며 햇볕이나 쬐는 삶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은 베이비 부머들, 그 중에서도 젊었을 때 꽤 괜찮은 직장을 가져서 연금이 두둑히 쌓인 사람들이 아닐까요? 그런 사람들은 우리나라에도 많은데...
그렇지 않고 가난한 사람들은 지중해 연안 유럽에도 있겠죠. 금융위기 이후 유로존 위기를 겪으며 삶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험을 한 대표적인 나라가 그리스와 이탈리아이고 그 두나라는 유로존 위기 이외에도 난민 문제등 내부적 문제가 많았죠.
젊은 사람들의 삶을 따진다면 헬조선이든 유럽이든 어느 대륙이든 마찬가지겠죠. 헬조선만 벗어나면 젊은이들의 천국....인 나라가 세상에 있을 리가 없잖아요. (중국은 잘 모르겠지만) 베이비 부머들은 요즘 젊은 애들은 게을러서 노력을 안한다고 꼰대질이고 젊은 세대는 '너네가 가져온 금융위기 때문에 우리는 부모세대보다 가난하게 사는 첫 번째 세대가 되었다.'며 싸우는 중입니다. 구직 시장은 진짜 피가 터지죠. 금융위기 한 참후에 만났던 이탈리아 친구는 '내 생각에 금융위기의 극복은 부의 분배가 제대로 되느냐의 문제같아. 겉으로 보기에는 극복한 것처럼 보여도 가난한 사람들은 아직도 그 위기에서 허덕이고 있지.'라며 의미심장한 멘트를 던졌습니다. 프랑스의 젊은이들은 첫직장으로 정규직을 구할 수 없습니다. 정규직에 대한 법적 보호가 너무 견고하고 노조가 너무 강력해서 해고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회사에선 직원들을 모두 비정규직으로 채웁니다. 그 비정규직이라도 구해야 어떻게든 정규직으로 전환할 기회가 생기기 때문에 하나의 자리에 벌떼같이 달려들죠. 그리고 입사한 이후에도 로비가 치열하다고 하고요. 물론 운이 좋아 나이브하게 삶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겠습니다만 유럽에서 유유히 여행을 다니는 한국인들을 보며 혹시 그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건 아닐까요?
2020.03.17 13:37
이번 달 이코노미 인사이트 커버스토리가 세계의 '청년빈곤'이더군요. 큰 꼭지로는 프랑스부터 시작하던데 말입니다.
2020.03.17 14:12
유럽이나 미국이나 길거리에서 백주대낮에 이불깔고 눕는 사지 멀쩡한 백인들을 못 본 사람들이라면 오해할만도 하죠.
부고란...끔찍하네요; 오래전에 홀로코스트를 주제로한 사진전을 본 기억이 소환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