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26 00:47
- 제목의 결국, 기어이는 별 뜻 없고 걍 넷플릭스 오류 때문에 이틀을 실패했었거든요. ㅋㅋ 스포일러는 없게 적겠습니다.
- 이게 사실은 SF 디스토피아 영화입니다? ㅋㅋ 정확한 연도는 안 나왔던 것 같지만 가끔씩 등장하는 물건들을 보면 미래가 맞을 거에요. 그리고 한국은 imf 시절보다도 훨씬 더 지독한 경제 폭망으로 생지옥입니다. (극중 뉴스로 'IMF에서 구제 금융을 거절' 같은 소리가 들렸던 것 같습니다) 도시는 텅텅 비어 있고 공권력은 있는지 없는지 헷갈릴 정도. 동네 강도들이 기관총 들고 다니고 그런다네요. 또 그 와중에 원화의 가치가 너무 떨어져서 달러 아니면 안 받아주고 뭐 그런...
암튼 그런 한국에서 살아가는 젊은이 최우식과 안재홍의 모습으로 시작을 하죠. 걍 되게 양아치스러운데 어쨌든 둘은 절친. 뼈빠지게 일해봐야 방세 낼 돈도 없다고 투덜거리며 감옥에서 출소하는 이제훈을 맞이하죠. 원래 셋이 한 패였는데 금은방 털다가 이제훈이 다 뒤집어쓰고 혼자 감옥 가서 3년을 썩었다네요. 그리고 당연히 이제훈은 출소 하자마자 '마지막 크게 한 탕'을 제안하고, 그 한 탕을 위해 셋은 배키 박정민을 끌어들여 4인조를 결성하여...
- 음... 그러니까 뭘 기대하느냐에 따라 만족도가 많이 달라질 영화인데요. 음...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어떻게 설명을 해야할지 좀 애매한데요.
1. 포스터 이미지에 나온 네 배우의 팬이라면 그래도 볼만... 하다기 보단, 보셔야겠죠? ㅋㅋㅋㅋ
넷 다 자기들 이름값, 밥값 충분히 합니다. 사실 다들 각본상의 캐릭터는 얄팍하기 짝이 없어요. 그 캐릭터들을 그래도 이 정도 느낌으로 살려낸 데엔 배우들의 능력치와 성실함이 큰 역할을 한 게 아닌가... 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캐스팅도 뭐. 오히려 '너무 안전빵으로 간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캐릭터에 딱딱 맞게 되어 있더라구요. 게다가 이제훈과 박정민은 '파수꾼'에서의 캐릭터랑도 좀 닮은 느낌이라 아아 배키는 다 커서도 저러고 사는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네요. ㅋ
2. '파수꾼'을 기억하고 그런 영화를 기대하신다면 보지 마세요.
그렇게 섬세한 관계, 감정 묘사는 전혀 없구요. 음... 이 영화는 그냥 되게 장르물이에요. 그게 나쁘다는 건 당연히 아니지만 '파수꾼' 갬성은 거의 없습니다. 그냥 서로 쌍욕하며 엉켜 다니는 남자애들이 주인공이고 갸들 관계 묘사가 나쁘진 않지만... 그래도 '파수꾼'은 아니네요.
3. 재미있는, 혹은 잘 만들어진 '이야기'를 기대하는 분도 걍 스킵하시는 편이 정신 건강에 좋습니다. ㅋㅋ
기본 설정의 무리수야 뭐 그러려니 눈 감고 넘어가준다 하더라도 개연성이 실종되는 전개, 연출이 시종일관 튀어나오구요. 그러면서 완성된 이야기가 무슨 개성이 있거나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요. 그리고 결말은... 뭐 좋아할 분도 있겠지만 전 좀 '이게 뭐꼬' 싶더군요.
4. 그럼 도대체 장점은 뭐가 있냐? 고 하신다면.
처음에 말했듯이 일단 배우들이 꽤 잘 끌고 가 줍니다. 어차피 결말이 빤히 보이는 류의 이야기인데, 그리고 캐릭터들 깊이는 참 얄팍한데 그걸 배우들이 어느 정도 해소를 해줘요. 다들 능력 되는 배우들이고 합도 잘 맞더라구요.
그리고 이게 결국 '액션 스릴러'인데. 한국 액션 영화들 중에 총질이 주가 되는 영화가 좀 적은 편이고 그 중에서 그 총질이 허접하지 않은 경우가 그리 흔치 않잖아요? 그런 상황을 감안할 때 이 영화의 총기 액션은 상대 평가로 상당히 우수한 편입니다. 뭐 물론 마이클 만 영화 같은 건 기대하시면 아니 됩니다만. ㅋㅋ
또... 이건 포스터에도 홍보 문구로 적혀 있는 내용이니 말씀드립니다만, 이 영화 내용의 2/3가 결국 어설픈 풋내기들이 위대하신 프로 한 분에게 토끼 몰이 당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터미네이터'나 '노인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 비슷한 분위기를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근데 주인공들이 그렇게 공포에 질린 채로 무기력하게 쫓겨다니는 과정의 긴장감이 장면장면마다 꽤 잘 살아납니다. 배우들 연기도 좋지만 미장센 같은 것도 상당히 좋아요. 그래서 그냥 그 긴장감, 스릴에 집중한다면 썩 괜찮은 영화일 수도 있어요.
결국 간단히 말해서, '파수꾼' 감독의 10년만의 신작!!! 그들이 다시 뭉쳤다!!!! 같은 거 완전히 뇌리에서 지워버리면.
'단점 많고 부실하지만 그럭저럭 시간 때우기로 볼만한 국산 총질 스릴러' 정도로 기대치를 조절하신다면 볼만한 영화입니다.
그 이상의 무언가는 없지만, 전 그냥 이 정도로 만족했습니다.
+ 이 영화의 진짜 가장 심각한 단점을 말하자면 '사냥꾼' 캐릭터입니다.
주인공들의 허술함과 대비되어 나름 긴장감은 잘 조성해줍니다만, 하나씩 따지고 들기 시작하면 너무 별로에요.
그냥 진짜 B급 장르물의 빌런이라고나 할까요. 카리스마도 없고 능력도 별로인데 감독이 자꾸 연출로 폼을 잡아줘서 더 없어 보입니...;
++ 대사가 있는 여성이 딱 둘 나오는데 한 명은 걍 주인공들 '한 탕' 과정에서 스쳐지나가는 인물이고 또 한 명은 주인공 중 한 명의 엄마에요. 나오는 시간은 대사 없는 장면까지 합해야 한 3분 되려나... '파수꾼'에 이어 또 이런 영화를 만드는 걸 보니 윤성현 감독은 '쏴나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 '파수꾼'에서 이제훈 아버지 역이었던 조성하씨가 특별 출연으로 또 나오는데... 이 분 덕에 개그 하나 없는 이 영화에서 딱 한 번 웃었습니다. 왜 웃었는지는 나름 스포일러라서 안 알려드릴래요.
++++ 보면서 '매드맥스' 1편 생각도 좀 났습니다. 그 영화의 배경이 아포칼립스인 이유는 걍 제작비가 없어서였고 그래서 세계관이 되게 믿을 수 없는, 대충 그냥 막이었잖아요. 이 영화도 그렇습니다. 이 영화의 한국이 쫄딱 망한 이유는 그냥 주인공들이 다 총을 쏘며 난리를 치는 것에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그리고 엑스트라 없이 텅 빈 건물들에서 액션씬을 찍기 위해서... 그냥 그것 뿐인 것 같거든요.
+++++ 망해버린 한국의 분위기는 매우 적절한 로케이션과 적당한 cg 합성으로 아주 그럴싸하게 살려냅니다. 의외로 시각적으로 꽤 훌륭한 영화에요. 하지만 영화 속 내용대로 망한 한국이 과연 그런 풍경일 수가 있나... 를 생각해보면 뭐. 절대 아니겠죠. 세계관은 정말 대충입니다. ㅋㅋㅋㅋ
2020.04.26 06:13
2020.04.26 11:53
운이 좋은 것도 있었겠지만 일단 배우 보는 눈은 있는 것 같고. 또 직접 쓴 각본의 (적어도 이번만은) 부실함을 배우들이 본인 능력치로 커버할 수 있을만한 공간은 주는 것도 같구요. 암튼 무려 10년만의 신작이었는데 이번에 기대치가 확 내려갔으니 다음 작은 언제 또 만들어서 확인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2020.04.26 09:19
진짜 말 그대로 헬조선이 되어버린 한국에서 파수꾼의 장점이었던 주인공들간의 관계, 우정도 일부분 끌어오고 여기에 디스토피아, 언급하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터미네이터 같은 느낌을 섞어서 뭔가 좋은 짬뽕을 만들어보려한 느낌인데 저에게는 전부 별로였네요. 총기액션 연출이 따로 훌륭한 것도 아니고 애트모스 음향으로 총기사운드만 좋았습니다 ㅎㅎ
2020.04.26 11:57
쫓기는 액션은 본인이 참고한 영화들에 비해 많이 부족했고, 파수꾼에서 땡겨온 남자애들 관계성은 내용상 얄팍해져서 울림이 떨어졌구요. 말씀대로 열화 카피들의 조합 같은 느낌이 있긴 했죠. ㅋㅋ 그래도 전 나름대로 신경 쓴 듯한 장면들 중에 부분부분으로는 괜찮았던 게 꽤 있어서 나쁘지는 않게 봤습니다. 뭣보다 한국 영화에서는 그리 흔치 않은 스타일의 영화이기도 했구요.
2020.04.26 16:03
시나리오가 좋지도 않은것 같은데 배우들이 출연한건 감독이름+다른 세배우들의 이름- 이런것이었을까요
2020.04.26 16:09
이제훈, 박정민은 아무래도 파수꾼에서 주연이었던 인연이 컸겠죠. 본인들이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였으니... 박정민은 주인공들 중에서도 비중이 제일 쳐지고 별로인 역할인데도 약간 우정으로 출연한 느낌.
2020.04.27 11:24
이제훈, 박정민의 경우엔 의리!! 도 있었을 거고 나머지 배우들에겐 '파수꾼' 감독이라는 신뢰감도 있었을 거고... 그랬겠죠.
2020.04.26 19:54
젊은이 버전 알탕영화...
2020.04.27 11:25
근데 뭐 딱히 한국 아저씨 정서 같은 건 크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냥 감독이 남자들 이야기에 관심이 많구나... 라는 느낌 정도.
2020.04.27 10:18
이제훈이 박정민 돈 갚으라고 갈굴 때 파수꾼 복도씬에서 쳤던 대사를 똑같은 톤으로 하더군요. 아는 사람 손 들어...! 하는 것 같았어요.
2020.04.27 11:26
대사까지 똑같았나요? ㅋㅋ 그 장면에서 바로 파수꾼 생각이 나긴 했어요. 인물 관계가 똑같진 않은데 그 장면 그 상황은 정말 파수꾼의 재현이었죠.
2020.04.27 12:19
마치 아들 대하듯이 이제훈을 잘 챙겨주는 조성하의 캐릭터도 파수꾼 생각나게하는 설정 같았고 이제훈 밑에서 넘버투 역할이었던 배우가 박정민이랑 그 카지노 동료로 나오는 것도 피식하는 요소였죠.
2020.04.27 16:52
정말 죄송하지만, 대사 있는 여성 캐릭터가 하나 더 있습니다 ㅠㅠ
블랙잭 딜러(요런건 대사로 안쳐주는건가요^^;)
2020.04.27 17:16
2020.04.28 13:16
아 간호사!!!
설정의 개연성에 무심할 수 있는 외국인의 그럭저럭 잘 봤다는 리뷰도 봤습니다. 윤성현 감독은 십 년 전의 파수꾼이 어쩌면 초심자의 행운 같은 게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어요. 이제훈, 박정민과 같은 배우운이 컸던 거 같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