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바낭] 그분의 그림자

2020.04.10 15:14

가라 조회 수:950

제 예전 직장 상사였던 '그분' 이야기 입니다. 
아마 연장방송 되지 않는다면 그분 이야기는 한번정도 더 적으면 끝나지 않을지
(며칠전에 썼다 지웠던 이야기의 보완입니다.)

0.
제가 다니는 회사는 '사내 협력사'가 있는데 공장의 일부 업무를 아웃소싱하는 업체들입니다.
이 회사들은 저희 회사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고 그 회사 사장, 팀장급은 저희 회사에서 낙하산으로 꽂(?)습니다.
보통..아니 거의 대부분 진급 못하고 있는 고참들 중 '후배에게 자리를 내줘야' 하는 분들이 갑니다.
그래도 여기라도 가는게 어디냐, 그냥 나가는 것 보다는 낫지 라는 인식입니다. 여기도 아무나 못가는거지요.

'그분'은 부장 진급을 포기했을때부터 협력사 자리 없나 기웃기웃 하셨죠. 협력사 사장님들이랑 친하게 지내려고 했고요

1.
지난번에도 언급했지만, 그분은 협력사로 가셨어요. 운이 따랐던거지요.
다들 놀랐어요. 못갈줄 알았거든요. 공장장부터 해서 너무 평판이 안 좋아서...
그런데, 그쪽 팀장이랑 공장장이 밀어줬다고 하더라고요. 퇴사시키고 싶어서...
하긴 뭐 자기 나이 많다고 (능력은 없으면서) 고참 대우 해달라고 팀장이랑 각세우고 지시하면 말 안 듣는데 어떤 팀장에 데리고 싶겠어요.
우리회사 같은 보수적인 분위기에서는 나이가 많다는 것 만으로도 껄끄러운데..
(그런데, 그 팀장도 이번에 같이 그만두게 생겼.... )


2.
그분이 협력사(여기는 진짜 협력사, 우리회사 지분 1%도 없는..) 직원들 일하는 현장 사무실에 자리가 있었어요. 저도 그 팀에서 일할때는 있었죠. 생산라인마다 현장 사무실이 있고 저희 파트는 4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사무실에 자리가 있고, 제 담당인 현장 사무실 두곳에 자리가 있었죠 그 사무실에는 협력사 직원들만 있으니까 공장 사무실에 있을때보다는 아무래도 좀 더 자유(?)롭죠. 
그분이 퇴사하고 그분 자리를 치웠답니다. 아니 그냥 비워놔도 되는데 굳이 치운걸 보면 협력사 직원들도 꼴보기 싫었겠지요. (제가 이 팀으로 옮겼을땐 제 자리 안치웠는데...)
그리고 그분이 갑자기 현장 사무실에 나타나서 자기 자리 치워놓은걸 보고 불같이 화를 냈답니다. 협력사 직원들한테 욕하면서 자기 자리를 왜 치웠냐, 내가 그만둔지 얼마나 되었다고 치우냐 하며 난리를 쳤대요.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달려간 후배가 왜 여기 오셨냐, 뭐하시는거냐며 말렸더니 네가 치우랬냐 하며 욕을 하고 멱살잡이를 하셨다고....(...) 그 과정에서 비품도 좀 파손되고요.
아니, 아무리 자기가 OB 라고 해도 이제는 우리 회사 소속이 아닌데, 불쑥 나타나서는 자기 자리를 치웠다고 자기가 갑질하던 을회사 직원(이제는 을도 아님)에게 폭언을 하고 후배 멱살을 잡는게 정상인가요?

멱살잡힌 후배는 이 양반 가만 안두겠다며 보고를 했는데 파트장이 얼마전까지 같이 일하던 분이니 이번만은 넘어가주자 라며 그쪽 협력사 사장에게 전화해서 (폭언/폭력은 빼고) 이제 퇴사하신 분이니 함부로 사무실에 들어오지 않게 해달라고만 했다고 합니다.


3. 
후배가 저한테 찾아와서 팀장님, 팀장님 계실때도 이랬나요? 라면서 물어봐요. '그분'이 예비품을 사적으로 가져간 정황이나, 설비 투자하면서 현장 단말기용으로 납품받은 PC가 서류상은 5대인데 실제로는 3대만 들어왔다거나, 예비품 구입비로 SSD 나 외장 하드 같은걸 샀는데 그게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모른다고요.

아.. 그래서 내가 그 팀에 있을때 자기 담당 예비품 재고관리는 자기가 한다고 승질 내거나, 납품 들어오면 검수하는 귀찮은 일을 자기껀 자기가 한다고 얼씬도 못하게 한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후배가 협력사 직원들을 붙잡고 '솔직히 말해달라, 이거 어디 갔냐, 누가 가져갔냐?' 라고 집요하게 물어보니 '그거 아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단말기용 PC 를 모니터 따로 본체 따로 하는 식으로 한대씩 들고 가셨다.' 같은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저도 같이 근무하고, 협력사 분들이랑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저한테는 그런 이야기를 안해주신거지요. 다들 아는데 나만 몰랐던 것인가 싶고...
개인적으로 쓰거나 팔 수 있는 노트북이나 하드, 램 같은건 받아놓고 가져가고 단가는 비싸고 쓰거나 팔수 없는 산업용 장비는 2대 필요하면 3대 발주 내서 1대는 납품 안 받고 뒤로 받아 먹은것 같다고 합니다.

하여튼, 후배는 '그분' 엿먹인다고 이런 저런 정황증거를 모으고 있고 그중에는 제가 있던 시절도 있는데 나는 왜 몰랐지 하는 생각도 들고 이거 잘못하면 나한테도 불똥 튀겠구나 싶네요. ㅎㅎㅎ 
지금도 그렇지만, 내가 너무 순진하게 회사생활 하는구나 싶네요.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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