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사용하는 아몰랑.

2015.07.06 15:47

madhatter 조회 수:3898

'오빠가' 시리즈 두 번째를 릴레이 해 봅니다.


아몰랑은 잘 알려졌다시피, 기원은 어느 여성의 페이스북에서 현 정권의 정치 체제를 비판하면서 제대로 근거나 이유를 대지 않고 '아몰랑'이라고 회피하는 댓글에서 시작한 것이며, 인터넷 커뮤니티인 '여성시대'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비난/비판하기 위하여 사용된 이래 폭발적으로 퍼져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즉, 그 어원 자체는 '여성의 비합리적이고 무책임한 태도를 여성스런 말투로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용례는 조금 달라졌는데 초기에 '여성시대'의 문제 회원들 혹은 '여성시대' 그 자체를 여성형으로 인지하여 쓰던 것에서 전이되어 성별을 구분하지 않고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는 대상'들에 대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보통 저 용어를 즐겨 쓰는 남성들은 여성 != 여성시대 이기 때문에 저 단어는 여혐이라고 볼 수 없고, 여성에게만 쓰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여혐/여성비하가 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언듯 맞는 말처럼 보이나 실상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왜냐하면, '아몰랑'이라는 말이 갖고 있는 함의 자체가 '여성의 무책임한 태도를 묘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며, 최초로 사용이 캡처되어 알려진 사람도 여성시대 회원이 아니라 그냥 페이스북의 어떤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시대를 특정한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아몰랑'이라는 말 자체는 성을 구분하는 면이 없다고 하는데, 이미 저 말투에서도 누구나 알 수 있듯이 여성스럽게 변경된 발음이고 들으면 바로 여성의 목소리가 연상될 정도로 저 말은 '여성형'입니다. 그래서 저 단어를 사용하거나 듣는 순간 저 말을 남발하는 여성이라는 관념을 떠 올리게 되고 여성은 무책임한 태도를 갖고 있다는 편견을 강화하게 됩니다. 여기서 용례는 단지 그런 관념을 대상에 한꺼플 씌우는 것입니다. 즉, 부정적인 관념을 형성한 다음 그걸 대상에 투사하는 거죠.


가령 '돼지'란 말을 생각 해 봅시다. 여기서 돼지란 '돼지처럼 많이 먹어 뚱뚱하고 둔한 누군가'를 의미하는 데 쓰이는 바로 그 '돼지'입니다. 누군가에게 '돼지'란 말을 사용하면, 그냥 그 사용된 대상이 '많이 먹고 뚱뚱해서 둔해 보이기 때문에 사용했다' 라는 사실만 남을까요? 아닙니다. '돼지는 많이 먹으며 뚱뚱하고 둔하다'는 편견도 다시 강화됩니다. (실제로 돼지는 체중에 비해 그리 많이 먹지도, 뚱뚱해서 둔하지도 않습니다.) 물론 돼지는 명확한 대상을 특정하는 명사이기 떄문에 '아몰랑'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겠지만, 말투로 판단했을 때 '아몰랑'이 여성 발화자로부터 비롯됐다는 것은 누구나 '특정'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오빠들이 사용하는 '아몰랑'은 여성혐오나 비하가 아니라 여시에 대한 비하가 기원이고 남녀 구분 없이 쓰인다'는 말은 잘못된 것이고 '아몰랑'에는 분명 여성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여혐 용어가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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