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펩시 제로 라임을 연속으로 두캔을 마셨다가 카페인 때문인지 밤에 잠이 안오더군요. 사이버 세계의 방랑자가 되어 계속 알고리즘의 인도를 받고 쇼츠만 보고 있었습니다. 뉴진스 영상과 정국의 세븐 영상을 몇번 봤더니 자연스레 쇼츠가 저를 케이팝 월드로 이끌었는데, 다른 나라의 일반인들이 퍼포먼스를 커버하는 영상도 꽤나 많이 올라오더군요. 


커버영상이 올라오는 거야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닌데, 제가 놀랐던 건 상당한 숫자의 일반인들이 케이팝 아이돌들의 안무 하이라이트를 정확히 꿰고 있고 그 안무를 이삼십명이 모여서 한꺼번에 추면서 놀고 있더라는거죠. 이게 특정 가수의 팬들이 플래시몹처럼 하거나 한 두명이 안무를 재현하는 게 아니라 다수의 인원들이 여러 케이팝의 안무를 재현하면서 놀고 있는 그 문화 자체가 굉장히 신기했습니다.

이제 케이팝은 어떤 덕후들만의 특별한 놀이가 아니라 다수의 사람이 함께 즐기는 놀이문화가 된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뉴진스의 슈퍼샤이는 이렇게 노래에 맞춰 다수가 한꺼번에 춤을 추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그게 뮤직비디오의 내용이기도 하니까요. 단순히 다 같이 춤을 추는 게 아니라 뮤직비디오를 재현하고 있다는 쾌감도 함께 느끼지 않을까요.

  



#Kpopinpublic 을 보면 정말 여러 영상이 나옵니다. 인기가 제일 많은 건 뉴진스의 슈퍼샤이와 여자아이들의 퀸카, 정국의 seven인 것 같아요. 춤을 잘 추고 케이팝 안무에 해박한 덕후들이 두각을 드러내는 건 맞지만 꽤 평범한 사람들도 같이 섞여서 춤을 춥니다. 아주 예전에 유행했던 김수로의 꼭짓점 댄스 열풍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남들이 못하는 걸 뽐내는 성격이 아니라 자기가 아는 걸 남들과 함께 즐기는거죠. 


이 지점에서 여자아이들의 퀸카는 특히 인기가 많습니다. 하이라이트 안무가 막 전문적인 것도 아니고, 몇번 연습하면 따라하기 쉬운 움직임이라 노래가 나오면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와서 같이 춤을 추죠. 틱톡 세대가 댄스 음악을 즐기는 새로운 방식이 유행한다는 느낌도 받습니다. 좋아하는 가수가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면 그걸 떼창으로 따라부르며 즐기듯이,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가 나오면 그 안무를 다같이 추면서 즐기는 문화라고 할까요. 락까페나 락밴드가 공연하는 곳에서 다같이 해드뱅잉을 하고 방방 뛰어놀듯이, 케이팝이라는 장르의 곡을 그 장르대로 즐기는 새로운 방식이 만들어진 것 같기도 합니다.




이 노래는 엑소의 메인 댄서인 카이의 로버라는 노래입니다. 이 노래의 군무 영상을 올린 이유는, 이 노래가 그렇게 대중적으로 흥한 노래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국 사람들 중에서도 이 노래는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을 겁니다. 그럼에도 이 노래의 안무를 제대로 시현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죠. 케이팝이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면서도 한편으로는 매니악한 인기도 아주 많다는 증거가 아닐까요. 놀랍게도 꽤나 옛날 케이팝들도 많습니다. 투애니원의 내가 제일 잘 나가라거나, 브아걸의 아브라카다브라라거나, 슈퍼주니어의 쏘리쏘리라거나... 단순히 현재진행형의 일시적 유행이 아니란 거죠. 케이팝을 즐기는 사람들은 아주 옛날의 케이팝 안무들이나 매니악한 안무들도 다 외워서 함께 춤추는 것을 즐깁니다. 




심지어 크레용팝의 빠빠빠도 있습니다!! 이 컬트적인 노래를...?? 거의 10년전 노래를 현 10대 20대의 외국인들이 즐기는 걸 보면 굉장히 신기합니다. 

저 노래가 유행할 때 한국에서 이렇게 떼춤을 추는 문화는 없었던 것 같은데 말이죠...



마지막으로 케이팝에 정통한 의문의 퍼리 영상을 올립니다. 저 쇼핑몰의 마스코트 같은데 춤선이 너무 깔끔해서 시선을 완전히 훔쳐가버리네요....

어떤 나라의 10대들에게는 케이팝 춤을 함께 추는 게 문화가 될 정도로 케이팝은 이제 한 장르의 반열에 올라섰습니다. 케이팝은 이 정도로 세계적인 비즈니스이자 문화가 되었다는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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