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23 13:45
어떤 유행어들은 특정인에 의해 개발되고 전파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상남자"라는 용어일텐데요. 이 용어의 유래는 다른 유행어들에 비해 비교적 정확합니다. 왜냐하면 방송에서 김경호씨가 처음 말했고, 거기에 어리둥절해하는 다른 진행자들의 반응이 명확하게 담겨있거든요. 이 말을 하는 김경호씨도 이 단어를 즐겨쓴다기보다는 "천상남자"나 "쌍놈"이라는 말을 하려다가 뭔가 좀 꼬였던 것 같습니다. 자신이 긴머리 떄문에 여자로 오해를 받고 지하철에서 성추행을 하도 많이 당했다는 말을 한 뒤에 이 말을 한 건데, 이후에 이 말은 남성성을 증명하는 단어로 아예 자리를 잡았죠. 그런데 애석하게도 김경호씨가 이 유행어의 시초라는 걸 아는 분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 라디오스타에서도 잠깐 그런 말이 나오긴 하지만 "상남자"의 카운터격인 "하남자"는 이후에 침착맨에 의해 전파됩니다. 침착맨과 주호민이 무슨 국밥인가를 시켜놓고 "상남자특: ~~~ 함" 이라고 말도 안되는 너스레를 떨다가 서로 "하남자특: ~~~ 함"이라고 디스를 하거든요. 그 때 이후로 하남자라는 말이 완전히 자리를 잡았고 상남자라고 으스대는 남자들에게 바로 꽂아버릴 수 있는 용례가 생깁니다. 이걸 언어유통의 순서로 보면 처음에는 남성이 자신의 남성성을 과시하는 상황이 이어지다가 이후에는 그 남성성을 부정하는 흐름이 생겨났다고도 볼 수 있겠죠. 그런 의미에서 "중남자"라는 말이 유행을 하면 그 때는 완전히 정반합의 흐름으로 완성될 수 있을지도요? ㅎㅎ
저는 저 자신을 비하하기도 싫고 과시하기도 싫어서 중남자라고 포지셔닝합니다...
https://theqoo.net/square/114486983
좀 찾아보니까 재미있는 게, 전진씨가 "완전"이라는 말을 부사로 쓰는 게 그 당시 새로운 유행어였고 이제 한국어 안에 일상적인 관용어로 자리잡았다는 말이 있군요. 완전 맛있어, 완전 신나, 완전 썩어... 이런 말들을 저희는 지금 자연스럽게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 점에서 언어의 개발과 유통은 되게 신기한 것 같아요.
2023.09.23 13:59
2023.09.23 16:26
저는 "완전"의 용례가 저렇게 잡힌 최초의 과정이 생각이 잘 안나거든요. 그냥 언제부터인지 썼던 것 같은데 그게 저런 계기였다는 게 신기합니다 ㅋ
말씀하신 대로 모태솔로도 언제부터인가 자연스럽게 쓰이더라고요 ㅋㅋㅋ 근데 제 기억에는 오나미씨의 개그콘서트보다 인터넷에서 이미 일찍 쓰이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개콘의 그 코너가 나왔을 때 어 이제 이런 것도 차용하는구나 생각했던 경험이 있거든요 ㅋㅋ
2023.09.23 15:13
2023.09.23 16:26
ㅋㅋㅋ 만화책 달숙이에서나 나오던 표현이죠 이제 완전 사어가 되버린...
2023.09.23 16:33
저는 캡이 좀 더 오래 갈 줄 알았어요.
2023.09.23 16:12
소인배의 반대말로 대인배를 쓰는 것도 재밌지요. 이 정도야 즐겁게 유행에 참여해도 "당근이지"와 "역대급"의 유행은 좀 견디기 힘들었어요 ㅋㅋ 특히 여전히 살아있는 역대급은 정말... 이젠 뉴스에서도 쓰더군요.
2023.09.23 16:15
2023.09.23 16:33
그래도 그건 짧게 끝난듯하여....
2023.09.23 16:29
생각해보니 "역대급"이란 말도 자연스럽게 쓰이네요 ㅋㅋ 사실 단어 자체가 되게 이상하긴 해요. 원래 용례는 "역대 이런 영화는 없었다!!" 일텐데 그게 하나의 급으로 여겨지다니... 이거랑 연결되는 용어라면 "티어"가 있겠네요. 롤 게임에서 나온 단어일텐데 요즘은 1티어 2티어 갓티어 이런 표현이 되게 자연스럽게 쓰이죠 ㅋㅋ
2023.09.23 16:42
저는 유행어를 잘 못 씁니다. 이럴 때 쓰나 보다 하고 익혀서 쓸라치면 유행이 지나가서 썰렁한 사람이 되기 십상이라 그냥 관심끊고 삽니다.
그런데 인터넷신문 같은데서 쓰고 있는 걸 보면 부아가 치밀어요. 너무너무 날리는, 다 같이 싸구려로 가보자는 것 같이 느껴지고 말입니다. 이런 저는 꼰대일까요.
2023.09.23 16:56
ㅋㅋ 저도 줄임말은 일부러 안씁니다. 고터, 라거나 버카, 이런 건 좀 억지스러워서요 ㅋㅋ 누구나 자신만의 언어적 금기는 있지 않을까요
2023.09.23 17:53
2023.09.24 10:08
오 그랬군요?
2023.09.23 19:21
중남자는 중국남자같이 들릴수도 있으니 그냥 한남자가 낫지않나요 ㅋㅋ
2023.09.24 10:09
굳이 국적을 오해받는다는 생각은 안합니다 ㅎㅎ
자신을 어필하고 파트너에게 선택받아야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자기 마음이 그 누구보다 절실하다는걸 증명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강구해내다가 나온 말이겠죠.
유행어가 일상적인 용어로 정착된 사례 중에 모태솔로도 생각나네요.
개그콘서트에서 오나미가 긴 생머리에 하얀 옷을 입은 단정한 모습으로 성스러운 배경음악과 함께 등장해서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솔로, 모태솔로'라고 자신을 소개하는데 사람들이 빵 터졌었죠.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