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20 01:02
요즘 <프렌즈>를 다시 보고 있어요. 연애나 생활 면에서 저한테는 지금 봐도 파격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주는데도
보고 있으면 어쩐지 그립고 따뜻한 느낌이 들어요. 저에겐 시즌 끝까지 본 유일한 미국드라마이기도 하네요. 다른 드라마는
보통 시즌이 길어지면 캐릭터 중 한 명 정도는 민폐 수준으로 밉거나 갈등이 너무 복잡해져서 보다가 중단해버렸거든요.
(<길모어 걸즈>, <에버우드>, <섹스 앤 더 시티> 등등 중간에 포기한 드라마가 무척 많아요.) 프렌즈도 종종 주인공들이
도를 넘는 행동을 했지만 그래도 6 명 모두 마지막까지 사랑스럽고 친근해요.
극 중 인물들도 사랑스럽고, 그 인물들을 연기한 배우들도 다른 배우를 생각하기 싫을만큼 각자 캐릭터 소화를 잘한 것 같아요.
게다가 시즌 마지막까지 6명이 한 에피소드도 빠지지 않고 모두 함께 10년을 함께 했다는 사실이 참 놀랍고요. 그 중 한 명이라도
중간에 하차하고 다른 캐릭터가 투입되었더라면 <프렌즈>의 의미는 많이 퇴색되었을 것 같거든요. 프렌즈는 주요 멤버 뿐 아니라
초기에 출연했던 멤버들이 비중이 적은 역할도 끝까지 변하지 않아서 더 고마웠어요. 건터나 에스텔은 비중이 적은데도 꾸준히
나오고, 리차드, 데이빗은 몇 년의 공백 후 다시 등장해서 이 6명이 속한 작은 세계가 계속 이어진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제가 기억하는
멤버 중 중간에 바뀐 경우는 로스의 전부인 캐롤이 초기에 바뀐 것과 벤이 성장 과정에 따라 바뀐 정도네요. 숱한 게스트가 등장하지만
주요 인물들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그 세계를 든든히 지켜주는 것 같아서 좋았어요. 모니카와 챈들러가 교외로 이사가려고 하는 부분과
시즌 10의 마지막 에피소드는 아직도 보기가 힘들어요. 센트럴퍼크에서 그들이 함께 한 시간이 끝나간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거든요. 김혜리 기자가 말한대로 프렌즈는 "우리가 결코 가진 적 없거나 아마도 갖기 어려울 관대하고 행복한 20대의 찬가"였죠.
그 따스한 기운을 나눠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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