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블로거의 난립(?)으로 2천원으로 끼니를 때우는 식의 책부터 초보, 자취생을 겨냥한 요리책이 참 많습니다만

문성실이나 나물이 정도만 되도 이건 한사람만 사는 가정의 요리책이 아니라구요! (나물이는 그나마 1인백수를 타겟으로 하긴 했는데 그래도 주부에 가까워요)

나와 살다 보면 아침은 굶고 점심은 사먹고 저녁은 약속때매.. 주말은 뭔가 만들어보려해도 할줄 아는건 떡볶이 라면..

세끼 다 사먹다가 불어나는 살들과 맛이 가는 건강... 결국 요리블로그를 찾아보고 마트에서 막대한 비용을 들여 양념장을 사고 (아 그 막대한 초기비용이란!!)

그뿐만 아니라 냄비 후라이팬 온갖 도구는...

전 처음 자취하던 날에 마트에 갔다가 카드 할부긋고 택시를 세번 왕복해서 짐을 실어왔던 기억이 있습지요.

(당시 로망이 주모가 되는 것이었음. 내 원룸의 주막화;; 아 얼마나 어리석은가)

 

하여간 건강하게 살아보겠다며 이왕이면 야채 채소 과일코너에서 이것저것 사옵니다만은...

결국은 이렇게 만들어서 혼자1인분 먹고 남은 요리+ 남은 재료 모두 방안을 떠돌며 초파리를 불러모으다가 음식쓰레기로...ㅜㅠ

이것이 저의 무한 루프였습니다.

냉장고속은 언제나 썩어문드러진 채소가 물을 흘리며 크린백속에 담겨있고, 그옆엔 요리책을 따라하다보니 2~3인분이 만들어져서 남아버린 온갖 요리들이 락앤락속에서 제발 날 버려달라고 아우성..

 

휴학하고 완전 한가하던 시절에 본격 전업주부 블로거의 요리책을 따라하긴 했지만- 남는 재료를 요령있게 얼리고 녹이고 여기저기 집어넣으며 운용하는게......

그건...ㅜㅠ 아무나 할수 없는 직업의 영역이에요! 기초부터 공부하고 피나는 연습을 해야...

(아님 벚꽃동산님의 영역 -_- 당신은 이제 레전드가 되고 있다)

 

 

 

 

이러던 차에 오늘 교보에서 이 책의 서문을 보고.. 아니 이것은.. 어머 이건 사야해! +.+

<두가지 재료로 만드는 147가지 레시피 - 싱글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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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텅빈 냉장고를 부여잡고 물만 주구장창 마시다가 결국엔 다 먹지도 못할 피자 한판을 시켜버린다.

배는 고픈데 무언가를 먹기엔 너무 늦은 시간이라 배고픔을 참고 억지로 잠에 들기 일쑤..

싱글의 숙명이란 맘먹고 마트에 가도 파 한단, 양파 한 망 사기가 망설여진다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딱 두가지 재료만 사서 차려먹고 음식물 쓰레기는 최대한 버리지 않는다면, 그것보다 좋을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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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흑.... 내 이야기구나

원래는 서점에서 대충 읽어서 습득해오는게 보통인데, 이건 147가지를 다 해봐야겠다는 정복욕이 들고 있습니다.

사실 요즘 다이어트 중인데 레시피가 너무나 부족하고.. 네이버키친을 검색해보면 양념이 강하고 양이 많은 집들이, 술안주 , 온가족 저녁식사 요리가 대부분이라

대체 뭐해먹고 살아야 하나하고 고민하면서 은근 짜증났거든요. 다른 할일도 많다구! 하지만 밥도 건강하게 먹고 싶어! 왜 간단하게 안돼지? 사먹는거 보다 돈이 너무 많이 들어..

근데 재료가 2개 들어가다 보니 요리가 단촐하고 깔끔해요. 계란김치 볶음밥처럼 책 안봐도 한번 해보면 기억할만한 2~3단계 요리법!

 

 

 

게다가앞부분 2~30페이지에는 기초적인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나름 여러 책을 섭렵한 제 요리가 왜 강아지 발바닥 맛이 나는지 알수 있는 점이 여러가지 있었거든요.

예를 들면 '양념의 기술' 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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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한하게 레시피 그대로 요리했는데 맛이 별로다.그 이유는..... 두번째로, 순서가 틀렸기 때문이다. 이것저것 손에 잡히는 대로 먼저 넣은 양념이 음식에 먼저 맛이 배었기때문에 다른재료의 맛이 충분히 배지 않은 것이다.... 먼저 소금과 간장같이 짠맛이 나는 재료들을 먼저 넣으면 음식에 수분이 빠지면서 간이 먼저 들어가 다른 맛이 베이기 힘들다. 제일 처음 넣는 것은 단맛 그다음이 짠맛 그다음은 향이나 맛이 금방 사라지는 식초나 참기름을 넣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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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분은 제가 엄마한테 어깨너머 요리배우다가 순서가 중요하다고 기억해 놓으라고 할때 왜? 왜? 하고 물었던 부분이라 감동! 왜 그런지 원리부터 알고 싶다구요. 그럼 말 잘 들을텐데  내맘대로 걍 가까운것부터 잡아넣었더니 맛이 개판.. (심지어 비빔면 소스를 넣고 떡볶이를 끓였다가 친구들에게 구타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요리는 못하지만 요리실패는 많이 해본 제가 자신있게 (서점에 서서)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군요.

 

 

하여간 벚꽃동산님의 반찬샷 테러는 야밤의 야식테러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자기내면의 나태함과 극복할수 없는 한계에 대한 안타까움 이런걸 막 찌르면서

에이 저런건 엄마들밖에 못함~ ㅋㅋ 하고 포기했던 부분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인간으로 태어났을진대 자기 먹을건 건사할줄 아는 인간이 되고 싶어요.

 

요 며칠은 코알랄라에 꽃혀서 몹시 기름진 음식만 해먹었는데 147가지를 만들어먹어야겠습니다.  코알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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