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16 23:22
워크래프트 게임 이름만 알고 있습니다. 오크 분장과 시각 효과만 볼만하고 그 외는 별거 없네요.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눈을 한껏 높여놓은 게 틀림없습니다. 익숙한 설정이야 차치하더라도 충분한 캐릭터 소개도 없이 이야기 전개가 FF 급. 지옥마법에 물든 마법사가 나옵니다. 그런데 왜 이 사람은 지옥마법에 빠졌나? 인간에게 잡힌 이종족 혼혈 여자 포로가 있습니다. 그런데 왜, 언제, 어쩌다가 인간 용사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는가? 중간에 마법 수련을 그만둔 마법 수호자 후계자가 있습니다. 그런데 왜 수련을 그만두었나? 나는 관심이 많은데 정작 영화는 이런 질문들에 하나도 관심이 없습니다.
해결책이라고 나오는 대사가 친구들을 믿어라, 입니다. 좀 어이가 없었죠. 도원결의 장면까지는 바라지도 않아요. 문제는, 주요 등장인물들 사이의 멤버십 묘사가 거의 없어요. 등장인물들 사이의 케미 따위가 형성될 시간은 주지 않은 채 이야기는 훅훅 진행되니 긴장감은 하나도 없구요. 애초 원작이 되는 게임 설정이 얄팍한 건지 시나리오 각색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게임 캐릭터 설명을 찾아보면 뭔가 이런저런 사연과 설정들이 있긴 하던데 말이죠. (찾아보니 영화 제작에 관여하는 기업들이 너무 많아 각색에 수시로 개입하는 바람에 각본 작업이 힘겨웠다고 던컨 존스가 밝힌 바 있네요. 그래서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고;;)
캐스팅도 좀 불만입니다. 주요 캐스트들이 너무 젊단 느낌이던데. 나이 문제라기보다 역할들이 전형적인데 비해 그에 어울리는 이미지들은 아니어서요. 왕과 왕비는 풋내기 느낌, 그 곁의 장수는 다년간 전장에서 구른 노련함보다는 이제 막 공을 세워보려는 혈기왕성함이 느껴집니다. 얼굴에 상처 분장이 많긴 하던데 그것으로 무게감이 채워지진 않네요.
오크들이 그저 무뇌아인 야만적인 종족이 아니라 자기들 나름의 문화와 전통을 가진 전투 종족으로 묘사된 점만은 괜찮고요.
오락영화로 추천은 못하겠습니다. 반지의 제왕에 견주어서가 아니에요. 그리고 후속작은 커녕 걍 서막을 리부트해야 할 것 같아요.
이런 거에 진짜 관대한 사람 중 하나라고 자부합니다만 노잼이에여.. ㅠㅠ
2020.04.17 00:12
2020.04.17 10:02
가모나인지 가로나인지 그 오크 혼혈의 아버지가 수호자라고 하던데, 정말 뜬금없네요. 그 분위기가 그거였나...? 애초 시리즈가 발매되면서 살을 붙여나가다 보니 게임 설정도 넓은 세계관에 비해 정교하지 않고, 설정 구멍도 많은 것 같더라고요.
2020.04.17 08:14
던컨존스 아버지 후광 없이도 더문 - 소스코드로 좋은 평 받았었는데요ㅠ
워크래프트는 평이 너무 안좋아서 볼 염두도 안나고 (판타지가 원해 취향이 아니기도 했지만..)
이후로 만든 넷플릭스 영화도 평이 별로고.. 요새는 뭐하나 모르겠네요
2020.04.17 10:03
소스코드 재밌었는데요. 그 영화 각본은 던컨 존스가 작업한 건 아니더라구요. 판타지가 취향 아니시면 더 재미가 없을 것입니다.
2020.04.17 08:46
2020.04.17 10:05
편집도 망.. 이에요. 이렇게 산만한 교차편집은 또 첨 봤어요. 거기다 아들램 죽었는데 그 뒤에 애정씬 붙여넣으면 감정선이 참 잘도 이어지겠.....
2020.04.17 10:47
전세계적으로 폭망하는 가운데 중국에서 흥행 폭발해서 이익도 많이 남고 속편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는 얘길 들었는데 속편이 정말 나올지는 모르겠네요. 망작들 찾아보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환타지물은 좀 제 취향이 아니라 아직도 안 봤습니다. ㅋㅋ 그래도 명색이 전쟁의 '서막'이니 속편이 나오긴 해야할 것 같은 기분인데 말이죠. 그러고 보면 '서막'을 붙이면 영화가 망하는 것 같기도 해요. 무슨 카터... 라는 영화 있지 않았나요. '바숨 전쟁의 서막' 같은 부제가 붙어 있었던 것 같은데 그건 문자 그대로 멸망해서 전 아직도 '바숨'이 뭔지 모릅니다.
2020.04.17 12:39
말씀하신 영화는 [존 카터]입니다. 흥행은 망했지만 듀나님께는 별 세개 받았죠. 영화 자체로는 케이블같은 걸로 봤을 때 재미없진 않은데 굳이 찾아보고 싶어지진 않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최근 영화 중 '서막' 붙였는데 안 망한 영화는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이 있어요.
2020.04.17 13:08
아 맞네요 존 카터. ㅋㅋ
그리고 그런 훌륭한 '서막'을 잊고 있었네요. 하하. 저도 재밌게 봤는데 왜 기억이 안 났을까요.
2020.04.18 02:08
이 망작에는 망작의 즐거움도 없을 것 같습니다. B급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거 별 3개 준 평론가들이 이해안돼요.
2020.04.17 11:45
2020.04.18 02:02
후속편은 안나올 것 같네요. 대충 세계관 훑어봤는데 이런저런 설정은 많지만 깊이는 좀 없더라구요. 캐릭터들 성격이나 기타 등등. 소설과는 아무래도 다르겠죠.
말씀하신 거의 모든 것들을 게임 원작에서 찾아야 겨우 그럴 듯한 답을 얻을 수 있으니 영화 자체가 망한 건 너무나 당연하죠. 워크래프트 시리즈와 와우를 플레이했던 저도 도무지 잘 만들었다고 할 수 없었던 그런 영화였습니다...... 게임팬들이 좋아할만한 장면들이 조금 (정말, 아주 조금) 있는 정도로 위안을 받아야 했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