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16 18:40
우선 이번 총선에서 저에게 가장 충격적인 결과는 민생당 당선 0명...
지역구는 어쩔 수 없다 해도 비례 투표 용지에 첫 번째로 나오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비례 후보 한 명을 당선시키지 못하다니... 놀랍습니다.
그야말로 훗날을 도모할 수 있는 씨알 한 톨도 남기지 않는 국민의 철퇴를 맞았다고 할까요...
민주당은 생각보다 많이 당선됐네요.
어제 방송3사 출구조사를 보고 앞으로 4년 동안 양극화된 두 거대 정당이 또 내내 싸우겠구나 하는 생각에 한숨이 절로 나왔는데
민주당이 경합 지역에서 대부분 이기고 180석을 가져가 버리니 국회 선진화법도 신경 쓸 필요가 없어져서 오히려 앞으로 싸울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여당과 야당이 맨날 싸우면서 서로 네 탓이라고 욕하고 일은 하나도 안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민주당이 대선 때까지 하고 싶은 일
다 추진해 보고 그 결과에 대해 깨끗하게 책임을 지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어요.
요즘처럼 코로나로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 경제가 휘청휘청할 때는 신속한 결정과 추진력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고요.
어쨌든 국민이 여당에게 이 정도로 힘을 실어줬으면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앞으로 민주당의 능력치가 어느 정도인지
국민에게 그대로 드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대선 때까지 열심히 일해서 뭔가 성과를 보여준다면 대선 때도 승리해서 장기 집권을 노릴 수 있을 테고
180석이라는 의석으로도 제대로 하는 일이 없다면 대선 때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겠죠.
국민들이 20대 총선에서는 국민의당을 밀어주면서 두 거대 양당의 대립이 좀 완화되길 바랐던 것 같은데
국민의당이 그 중재자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풍비박산이 나는 걸 보면서 제3당에 대한 기대는 접은 것 같습니다.
대신 이번 총선에서는 여당을 확실하게 밀어줘서 이 시국에 싸움 좀 그만하고 일 좀 하는 국회가 되라는 의지를 드러낸 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정부와 여당 국회의원들은 집권 여당으로서 하고자 했던 일을 방해 받지 않고 추진할 수 있게 된 만큼
그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현명하게 판단해서 나라를 위해 최선의 결정을 내려줬으면 좋겠네요.
이 정도 의석을 가진 집권 여당이 나라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건 정말 상상하기도 싫습니다.
2020.04.16 18:58
2020.04.16 19:06
국회소위 위원장이 갖는 권한이 어떤 것인지 잘 몰라서 통합당이 어느 정도로 방해할 수 있는지 저는 감이 안 오네요.
구글에서 검색해 봐도 국회소위 위원장이 뭔지도 잘 안 나오는데 조금만 더 설명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80석이면 정말 헌법 뜯어고치는 것 말고는 못 만들 법안이 없을 것 같은데요...
2020.04.16 19:16
2020.04.16 19:20
제가 대략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바에 따르면, 행정부의 부처의 거울상처럼 상임위원회가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국토교통부가 있으면 국토교통위원회가, 기획재정부가 있으면 기획재정위원회가 있지요. 국가가 전반의 업무를 전부 맡느라 카테고리가 생기는 것처럼, 국회도 모든 종류의 법을 만들고 그것을 다뤄야 하니까요. (그리고 행정입법도 있고.)
그리고 의외로 본의회는, 상임위원회에서 서로 조율하고 결정된 사항을 마지막으로 결재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본의회를 생방으로 처음 봤을 때 군 말도 없이 빠르게 처리되는 걸 보며 깜짝 놀랐었죠.) 입법 과정에서 상임위에서 법을 다듬습니다. 국회 회의록의 대다수는 상임위의 회의 내용이며, 이걸 조금 읽어보면 어떤 식으로 일하는지 알 수 있어요. 상임위원장은 이 과정에서 여러 결정과 회의 진행을 맡게 되고, 아마 교섭단체(20명 이상 정당) 비율로 각각의 상임위장을 나눠가질 것입니다.
소위원회는 일이 많은 상임위에 더 작은 조각으로 존재하는 위원회인데, 어떤 경우 회의록을 비공개할 수도 있어서 더 내밀한 이야기를 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 법안이 발의되면 소위원회 > 상임위 > (법사위 >) 본회의를 거쳐서 완성됩니다. 그 과정에서 계류되는 법안들도 많고, 국회 회기가 끝나면 다 소멸되게 되죠. 어떤 위원회 위원장을 주고, 받아오고 이런 과정들도 중요하다고 합니다. 제가 이해하는 방식은 이렇고 실제와 많이 다를 수도 있어요. 아마추어적이라 이해가 더 쉬울 것 같아서 설명드려봤습니다.
2020.04.16 19:26
2020.04.16 20:13
설명해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법안이 여러 위원회를 거치며 만들어지는 건 어렴풋하게 알고 있었는데 상임위원장의 권한이 그렇게 막강한 줄은 몰랐네요.
권한이 막강하면 상임위원장을 뽑는 절차가 법으로 정해져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찾아보니 국회법 제41조에 다음과 같이 되어 있어요.
제41조(상임위원장) ① 상임위원회에 위원장(이하 "상임위원장"이라 한다) 1명을 둔다.
② 상임위원장은 제48조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따라 선임된 해당 상임위원 중에서 임시의장 선거의 예에 준하여 본회의에서 선거한다.
③ 제2항의 선거는 국회의원 총선거 후 첫 집회일부터 3일 이내에 실시하며, 처음 선출된 상임위원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경우에는 그 임기만료일까지 실시한다.
④ 상임위원장의 임기는 상임위원의 임기와 같다.
⑤ 상임위원장은 본회의의 동의를 받아 그 직을 사임할 수 있다. 다만, 폐회 중에는 의장의 허가를 받아 사임할 수 있다.
제48 제1항에서 제3항은 또 뭔가 하고 찾아봤어요.
제48조(위원의 선임 및 개선) ① 상임위원은 교섭단체 소속 의원 수의 비율에 따라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의 요청으로 의장이 선임하거나 개선한다. 이 경우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은 국회의원 총선거 후 첫 임시회의 집회일부터 2일 이내에 의장에게 상임위원 선임을 요청하여야 하고, 처음 선임된 상임위원의 임기가 만료되는 경우에는 그 임기만료일 3일 전까지 의장에게 상임위원 선임을 요청하여야 하며, 이 기한까지 요청이 없을 때에는 의장이 상임위원을 선임할 수 있다.
② 어느 교섭단체에도 속하지 아니하는 의원의 상임위원 선임은 의장이 한다.
③ 정보위원회의 위원은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으로부터 해당 교섭단체 소속 의원 중에서 후보를 추천받아 부의장 및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하여 선임하거나 개선한다. 다만,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은 정보위원회의 위원이 된다.
제41조 제2항에서 상임위원장이 본회의에서 선거로 선출되는 것이라면 대부분의 상임위원장이 민주당 국회의원일 가능성이 높지 않나요?
그리고 제48조 제1항에서 상임위원수가 교섭단체 소속 의원 수 비율에 따른 것이라면 각 상임위원회 위원의 수도 민주당이 훨씬 많을 것 같은데
다수의 상임위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상임위원장이 독단적으로 결정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민주당 국회의원 수가 통합당 국회의원 수의 거의 2배에 가까운데 통합당 출신 상임위원장이 몇 명이나 가능할지 의문이 생겨서 찾아봤습니다.
대충 검색으로 찾은 거라 잘 아시는 분은 조금만 더 설명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2020.04.16 20:34
2020.04.16 20:47
2020.04.16 20:56
아까 법조문 봤을 때는 미처 생각 못했는데 제41조에 [전문개정 2018. 4. 17.] 이라고 되어 있는 걸 보니
20대 국회까지는 상임위원장을 여당과 야당이 적당히 나누어 갖다가 이번 21대 국회부터 이 법조항에 따라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 저도 정확히는 모르겠네요.
2020.04.16 20:58
2020.04.16 21:04
앗.. 제가 또 하나 빼먹었는데 위 법조항에 [시행 2020. 2. 18.] 라고 되어 있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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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전문개정 및 시행 일자는 http://www.law.go.kr/법령/국회법 에서 본 것인데
http://www.law.go.kr/lsInfoP.do?lsiSeq=152073&efYd=20150319#0000 에서 보면 그런 전문개정 및 시행 일자가 없네요??
2020.04.16 20:34
사실 이제 전부 다 패스트트랙 올리면 됩니다. 시간은 조금 걸리겠지만 이제 협의가 필요없으니 1+4 때보다는 빠르게 진행할 수 있겠죠.
이게 여당의 독주로 비춰질지 야당의 발목잡기로 비춰질지는 하기 나름이고요.
2020.04.16 21:19
국민들이 여당의 독주로 여길지 야당의 발목잡기로 여길지는 결국 민주당이 국민을 설득해 낼 수 있느냐의 문제일 텐데
그게 결국 정치력이겠죠.
야당 국회의원과 협의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국민을 설득해 내는 능력이 진정한 정치력이라고 생각해요.
2020.04.16 20:51
그리고 민생당이 첫칸이라 이익을 얻을 거라는 예상은 어찌보면 우리 국민을 너무 무시하는 의견이 아니었나 싶어요. 실제 그런 표가 있기야 하겠지만 얼마나 되겠어요?
2020.04.16 20:56
2020.04.16 20:59
2020.04.16 21:11
저는 민생당이 비례 대표 맨 꼭대기에 있어서 혹시 더불어시민당 가야 할 표가 민생당으로 가는 게 아닌가 좀 걱정스러웠어요.
어느 정당을 지지하든 국민의 지지도는 투표에 정확히 반영이 되어야 하는데 실수로 엉뚱한 당으로 표가 가는 건 심각한 문제죠.
그런데 국민들이 정말 정치에 관심이 많아서 민생당이 민생당임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다면 놀라운 일이고
그런 실수까지 반영된 결과가 0명이라면 정말 민생당에겐 슬픈 일이군요.
2020.04.16 21:08
제 모친은 전라도 광주에 사시는데 민생당 박지원에 대해 여쭤보니 ' 이제 바꿀 때가 되었다. 오래 했다' 그러시더군요. 무려 박지원과 대학 동창이십니다.
2020.04.16 21:59
광주에서 민생당 지역구 후보들 초토화되었더군요. 천정배, 박주선, 김동철 의원 등 나름 굵직한 정치인들이
득표율 10%대에 머무는 걸 보고 놀랐어요. 광주 시민들이 칼같이 자르는구나 싶더군요.
민생당 나름 지역정당인 줄 알았는데 지역정당이라는 이름이 무색하네요.
2020.04.16 22:57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청문회와 부결과정에서 국민의당이 승리한 것 처럼 웃고 떠드는 것 보고 저것들이 지 목을 지 손으로 썰어 버려놓고 정신줄을 놨구나 싶었습니다. 지들 지역구 유권자들의 가슴에 불덩이를 심어 놔 버렸죠.
2020.04.17 00:10
국민의당이 했던 일들의 속사정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국민의당이 국민들의 기대에 한참 못 미쳤던 건 사실이죠.
일단 서로 반대하고 보는 두 거대 양당 사이에서 무게추를 적절히 움직여 국회 운영을 원활하게 해 주길 기대했는데
안철수 대표의 정치력 부족 때문인지 현 민생당 의원들이나 구 바른정당 의원들의 주도권 다툼 때문인지
그 작은 당 내에서 서로 싸우고 분열되기 바빠서 뭐 제대로 한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국민들은 실망시킨 정당에 대해서는 밀어준 만큼 가차 없는 심판을 내리는 것 같네요.
지난 3년간 민주당이 좀 더 잘 했으면 탄핵에 대한 심판도 할겸 이번에 미래통합당이 회생 불가한 상태가 되었을 텐데
민주당이 잘못한 일도 많아서 미래통합당의 명줄이 아직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국민들이 민주당에 힘을 실어준 만큼 민주당이 제대로 잘하면 미래통합당은 사라지는 정당이 될 테고
민주당이 국민들을 실망시키면 대선에서 미래통합당이 다시 살아나겠죠. 벌써 대선이 2년 후네요. 길지 않은 시간입니다.
밀어준 만큼 일하지 않으면 그 지지를 가차 없이 거두어 버리는 국민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민주당이 잘해줬으면 좋겠어요.
2020.04.17 00:58
2020.04.17 02:30
글쎄요... 제 생각에는 지역감정도 그 정당이 자기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는 힘 센 정당일 때 작동하는 것이지
자기 지역 발전을 위해 힘을 쓰지 못할 소규모 지역 정당에 대해서 작동할 것 같지는 않은데요.
미래통합당이 수도권을 잃고 진짜배기 지역 정당으로 추락하면 집권 세력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사라지는 것이고
집권 세력이 될 수 없는 힘 없는 정당을 영남에서 그렇게 지지할 것 같진 않아요.
미래통합당이 수도권에 계속 발 붙일 수 있느냐 없느냐는 다음 대선 결과로 결정될 테고, 다음 대선의 결과는
앞으로 정부와 여당이 추진할 경제 정책이나 검찰 개혁 등이 국민들이 수긍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냐
아니냐에 상당히 영향을 받겠죠.
민주당이 국민들이 동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한다면 미래통합당은 수도권에 발 붙이기 점점 힘들어지겠고
수도권의 민심을 잃으면 시간의 문제일 뿐 지역정당으로도 오래 버티진 못할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저는 정치전문가가 아니므로 그냥 대충 생각해 본 겁니다. ^^)
통합당이 국회소위 위원장을 나눠갖는 만큼, 싸울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적어도 '180석 몰아줬는데도 맨날 싸움질'이라는 기사가 나오게 하는 건 일도 아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