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에서 어떤 글짤을 봤습니다. "나보다 27살 많은 남자 사귀고 있는데 너무 행복하다"는 
대단한 제목이었는데 본문은 어마어마했습니다.
자신은 "XX대 상대 입학 예정인 상큼한 (->진짜 본문에 이렇게 썼음) 20살 (여자)"이고 
남친은 "대기업 부장 47살"인데 20대 중후반으로 보이고 강동원과 판박이랍니다. 
스폰은 아니며 데이트 비용을 6:4로 부담하고 있다고 합니다.
당연히 주작에 대한 의심과 비웃음의 댓글이 줄줄이 달렸겠죠. 그러니 보충글을 썼는데
너희들이 비맞으며 데이트할 때 나와 남친은 외제차 타고 "드라이브 할 거요"라는 것이었습니다.
"드라이브 할 거요"에서 20세 여자가 아니라 누가 봐도 47세 남자가 쓴 줄 알겠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정말 간만에 엄청 웃었습니다. 본문에서 나름 디테일을 늘어 놓으며 20대 여성의 '상큼한' 문체를 
전체적으로 유지하려고 했는데 아무도 속아주지 않으니 (혹은 오히려 그걸 바랐을 수도? 
계속 어그로를 질질 끌며 노는게 진짜 목적이었다면요) 답변을 덧붙이다가 그만 자기 본래 나이의 어투가 튀어 나온 것 같았습니다.

이 민망한 사태를 보며 넷플릭스에서 본 <맨헌트:유나바머>가 생각났습니다. 
1970-80년대부터 범인 추적에 프로파일링 기법이 도입된 걸로 알고 있는데 유나바머를 본격적으로 수사하던 1990년대에도 
텍스트만을 분석하여 범인을 추정하는 수사 방식은 생소한 것으로 묘사됩니다.
또한 (진범이 아닌) 다른 사람이 유력 용의자로 떠올랐기에 FBI 높은 분들은 유나바머 수사하라고 
짐 핏츠제럴드(샘 워딩턴)를 발탁해놓고도 유나바머에 대한 그의 추리와 분석을 끊임없이 무시하고 간과합니다. 
유나바머가 언론사에 보낸 선언문이 수사의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었는데 이 선언문 분석하는 에피소드들이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글이 담은 내용, 사상, 철학도 글쓴이의 내면이지만 '글 자체', 즉 글의 전체 양식, 철자법, 특이하게 사용하는 표현, 
글 안에 '있는 것'뿐 아니라 '없는 것'도 글쓴이의 정체성의 핵심 요소이기 때문에 
이것들을 바탕으로 글쓴이-유나바머를 형성해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했습니다.

폴 베타니, 크리스 노스, 마크 듀플라스도 출연하는데 이 배우들 틈에서 싱겁고 순박하기 그지 없는 얼굴의 
샘 워딩턴은 헐렁한 양복을 입고 다니며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말단 수사관역에 딱인 것 같습니다. 
<러시아 인형처럼>에도 나오는 제레미 밥이라는 배우가 상관으로 나오는데 샘 워딩턴을 엄청 달달달 볶고 갈궈요ㅠㅠ
그래서인지 샘 워딩턴이 유나바머가 그랬던 것처럼 산 속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첫 회 첫 장면에 턱수염이 무성한 채로 계곡을 돌아다니는 샘 워딩턴이 나와서 저는 턱수염 빼고 
'실제 유나바머와 너무 다르게 생겼는데'하고 완전 미스캐스팅으로 오해했습니다ㅋㅋ

유나바머가 선언문에서 인용한 논문과 책의 저자들을 FBI에 초청해서 그의 글을 분석해달라고 하는 부분도 웃겼습니다. 
학자들이 폭탄만 안썼지 말로 서로서로를 어찌나 콕콕 찔러대는지- 
한국인 같으면 서로 멱살 잡고 너 몇 학번이야 하다가 끝났을 듯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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