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간 베르세르크를 3탕했습니다. 처음 읽을 때는 너무 머리가 아파서 졸속으로 읽고 듀게에도 질문을 올리기도 했는데... (답글 달아주신 분들께 감사! 그런데 저 동인녀 아니에요 ㅠㅠ) 꼼꼼하게 두 번 더 읽으니 정리가 되는군요.

 

놀란 것은, 찬찬히 읽어보니 생각보다 이게 스토리가 단순하단 거였습니다.

매의 단이 제물로 바쳐진 이후, 가츠의 여정이 너무 처절하고 잔인한 장면의 일색이라 거부감이 들면서 내용에서도 집중력이 흐려졌을 뿐, 내용 자체는 단순했어요.

 

매의 단이 죽은 뒤 복수에 불타올라 가츠는 깡다구 하나만 믿고 출격합니다.

그러다가 이상한 마을에서 괴물들을 때려잡고 싸워대죠. 그 싸움이 알고보니 그리피스의 부활을 도와준 격이 됩니다.

고독한 싸움 끝에 가츠는 복수냐 캐스커냐의 갈림길에서 캐스커를 선택, 그녀를 치료할 엘프 소굴로 출격합니다.

가츠가 삽질하는 동안 그리피스는 자신에게 반기를 드는 사도를 때려잡고, 차근차근 야망을 이뤄나갑니다.

 

가츠가 괴물들을 만나서 싸우는 과정의 묘사가 복잡해서 내용까지 복잡하게 느껴졌던 것이고, 사실 스토리는 단순했습니다.

어찌 보면 우연이 남발되는 감도 있는데, 이건 중간에 등장하는 해설 캐스터 캐릭터들의 입으로 "운명의 인과율" "그것이 너의 운명"이라는 말로 모두 설명이 됩니다.-_-;

 

베르세르크를 읽으면서 이상하게도 슬램덩크가 겹치더군요.

이게 스포츠 만화와 다를 게 무엇이냐.. 하는 생각이 들더란 겁니다. 특히 가츠가 괴물들을 두들겨 잡는 일련의 과정들은 슬램덩크의 북산 vs 산왕전을 뺨치게 묘사가 상세합니다.;; 몇 권에 걸쳐 상세하게 묘사한단 점에서 꽤 비슷하죠. 아마 그래서 막판에 상당수의 독자들이 떨어져나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독자들은 하루라도 빨리 그리피스와 가츠가 운명의 대결을 펼치길 바랄 텐데, 가츠는 먼 변방(?)에서 열심히 못생긴 괴물들과 필사의 혈투만 벌이고 있고, 그리피스는 그리피스대로 혼자서 순정만화 비주얼을 펼치기에 여념없으니... (이상한 게, 그리피스 시즌 1은 직모였는데 그리피스 시즌2는 꼬불꼬불 파마머리로 변했더군요.. 이유가 뭔지?)

아무튼 스토리가 중간에서 뭔가 산으로 가버린 것 같아요. 가츠가 동료들을 모으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자아를 찾는 이야기가 중요한 건 알겠지만, 이렇게 라이벌 캐릭터와 따로 놀아서야??  그리피스 시즌2는 시즌1에 비해서 그다지 매력이 없네요. 만화 주인공의 말을 빌리자면 너무 동화속 왕자님처럼 같아서 오히려 매력이 없어요.

 

그래도 아직 의문이 들어요.

캐스커가 낳은 괴물의 '아빠'가 가츠인지 그리피스인지 처음 헷갈렸는데.. 댓글 달아주신 분들과 해골기사의 해설에 의하면 아무래도 아빠는 가츠가 틀림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그리피스 시즌2의 '그릇'이 된 것은 그 괴물아기잖아요.

그리피스에게 새로 육체를 제공한 그릇이 캐스커와 가츠의 아기라면... 그리피스 시즌 2는 캐스커와 가츠의 아이(...::)의 육체라고 봐도 상관없지 않나요. 이거 굉장히 복잡한 관계일 것 같은데.

 

그래서 그리피스 시즌2에게 아우아우 하면서 반갑게 달려간 캐스커의 행동이, 옛 그리피스에 대한 애정 때문이 아니라 자기가 낳은 아기임을 본능적으로 직감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어요. 아닌가?

 

다시 읽어봐도 이 부분은 정말 잘 모르겠네요.

 

아무튼 세계적인 수준의 만화란 점에선 의심할 나위는 없단 생각이 들었구요. 이런 만화가 나오는 일본이 살짝 부럽기도 하고..(한국은? ㅠㅠ)

한편으론 <강철의 연금술사>에 비해선 좀 많이 부족하단 생각도 들었어요. 스토리 구성에서는요.

강철.. 같은 경우엔 평범한 그림체와 캐릭터 때문에 처음엔 좀 얕잡아보고 읽은 작품이었는데, 뒤로 갈수록 탄탄하게 진행되는 스토리 구성에 굉장히 놀랐거든요. 반대로 베르세르크는 시작은 창대했지만 뒤로 갈수록 음... 하게 만드네요. 그래도 좋은 작품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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