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문자중계 하는 버릇.. 이라는 글을 썼는데 왜 이런 버릇이 생겼을까 댓글을 보고 생각해 봤습니다.

http://djuna.cine21.com/xe/6269415 )


같은 환경에서 자란 동생은 이런 버릇이 없습니다. 그러니 부모님 교육때문은 아닐것 같고요.

생각해보니 제가 어릴때 사고친적이 있네요.


1. 유치원때 실종

유치원을 집에서 좀 떨어진 곳으로 다녔습니다. 지금이야 유치원차, 학원차가 있지만 저 어릴땐 그런게 없었으니..

아침에 아버지가 출근하면서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끝나면 유치원 근처 사무실에 있는 친척누나가 저를 데리러 왔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유치원에서 기다려도 친척누나가 안오는 겁니다. 친구들은 다들 갔고 혼자 기다리다가, '그래 내가 사무실로 갈 수 있어!' 라고 하고 6살짜리 꼬마가 용감하게 출발했습니다. 어렸을적 제 기억에는, 유치원에서 쭉 나가면 랜드마크가 보이고, 그 앞에서 길을 건너서 첫번째 골목에서 우회전을 하면 누나네 사무실이 나와야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가도 랜드마크가 안보이는 겁니다.  그러다가 길이 끝나고 횡단보도가 나왔는데, 분명 길은 한번만 건넜기 때문에 글을 건너지 않고 좌측으로 꺾어서 또 계속 걸었습니다. 그렇게 몇시간(?)을 걷다가.. '이거 아무래도 잘못됐어. 유치원으로 돌아가야 겠어' 하고서는 다시 기억을 더듬어 온길을 그대로 거꾸로 돌아갔습니다.  또 몇시간(?)을 걸어서 저 멀리 유치원이 보이니까 눈물이 나더군요. 그런데 지나가던 아이가 저를 보고 '엄마, 쟤 울어' 라고 해서 눈물을 꾹 참고 유치원에 들어갔는데.. 거기 어머니 아버지 친척누나 원장선생님 등등 사람들이 우르르 모여있더군요. 엄마 아빠를 보니까 갑자기 참았던 눈물이 터져서 '우앙~~~ 엄마 아무리 가도 ***(랜드마크)가 안나와~~' 하고 울었네요.  나중에 확인해 보니 제가 유치원 앞길에서 우측으로 틀었어야 했는데 좌측으로 틀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제가 없어진 동안 벌어졌던 일들...

 - 친척누나가 일이 바빠서 평소보다 조금 늦게 왔더니 애가 없음.

 - 유치원을 다 뒤져도 애가 없음

 - 아버지 어머니 연락받고 달려옴. 우리 친척누나 자기가 늦게 와서 애가 없어졌다고 포풍통곡..

 - 그날이 또 하필이면 유치원에서 근처 수영장에 갔던 날이라 수영장도 다 뒤짐.

 - 수영선생님은 수영 끝나고 제가 있었는지 기억을 못함. 수영장 직원들 총동원해서 물속을 봤는데도 못찾음. 여자 수영선생님 혼절... 우리반 담당 선생님들 다 울고 난리남.

 - 수영장 물빼기로 결정해서 수영장 물뺌.. (...)  애 없음 다행히 애가 물에 빠져 죽은 것은 아님.

 - 유괴를 의심해서 경찰에 신고하기전에 한번만 더 찾아보자고 해서 유치원을 다시 샅샅이 뒤짐.. 그런데도 없음.

 - 경찰에 신고하고 유치원앞에서 경찰 기다리고 있는데 애가 나타남. 서울시내 몇시간 돌아다녀 꾀죄죄한 몰골로..


그래서 저 유치원 졸업할때까지 '쟤가 수영장 물뺀애'라는 별명이 붙어다녔습니다. (...)



2. 초등 2학년때 동생이랑 쌍으로 실종.


초등 2학년때 미술학원에서 소풍을 갔는데, 보물찾기를 해서 커다란 군함 프라모델을 받았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짜리가 군함을 어떻게 만듭니까.. 그런데 저는 평소 자주 놀러가는 사촌형(당시 중1)이라면 만들어줄거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동생한테 사촌형한테 간다니까 동생도 따라온답니다. 당시 동생 5살이었고요. 

그래서 저랑 동생은 커다란 프라모델 박스를 들고 시내버스를 두번 갈아타고 1시간 반쯤 걸려서 큰집에 도착했습니다. 큰집은 서울 반대쪽 끝...

큰집에 도착하니까 큰어머니가 깜짝 놀라서 너네 둘만 왔냐고 하시더니 집에 전화를 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 어머니가 저희를 데리러 오고 군함은 다음에 오면 같이 만들기로 하고 출발했습니다.


역시 저희가 없어진 동안...

  - 해가 졌는데 애 둘이 다 안들어옴

  - 여기저기 동네 갈만한곳 가봐도 없음

  - 친구들집에 전화해보는데 오늘은 온적이 없다고 함. 이쯤에서 슬슬 분위기가 안좋아짐. 할머니가 온동네 돌아다니면서 우리 이름을 부름

  - 동네 아줌마들 애 없어졌다고 또 발칵 뒤집힘.. 자기 애들 붙잡고 '너 오늘 가라 언제 봤어? ' 등등 추적 들어감..

  - 어머니가 아버지한테 전화해서 애들이 없어졌다고 함. 아버지 깜짝놀라 또 집으로 부랴부랴 달려옴.

  - 그런데 큰집에서 전화와서 애들이 서울 반대편에 있다고 함.


그래서 어머니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냐고 물어보니 '**번 버스타고 가다가 세종문화회관 보이면 내려서 다시 **번 버스타고 가서 **병원 보이면 내려서 다시 **번 버스타고 **극장 앞에서 내렸어요' 라고 했다네요. 



그런데 두번 다 제가 막 크게 혼난 기억은 없습니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없어진줄 알았던 애가 잘 나타나니까 안심해서 그러신듯.

지금도 부모님은 그러십니다. 동생은 자잘하게 사고를 자주 쳤고.. 저는 사고없이 잘 있다가.. 잊을만하면 크게 사고쳐서 방심하면 안된다는걸 깨우쳐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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