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내용 전반에서 "나는 구라로 사과하는거다"라는 엄포가 느껴질 정도입니다. 은근히가 아니라 아주 확 드러나는군요.


  " 대한민국의 대통령 후보로 나선 이상, 이 부분에 대해 보다 냉정하고 국민과 공감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역사인식의 문제는 국민과 공감해야 하는 과제가 아니라, 민주주의 국가의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정치관과 역사관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할 양심이 우선시될 사항이 아닌가요? 원래 내 진심은 아니지만, 하여간 국민들이랑 공감해야 되니까 사과하는 거다라는 식의 얘기로 들립니다. 


  그 밑의 내용인, 우리 아버지가 원래 나라를 위해 잘 하려 했던 거고 인혁당이니 뭐니 그런 건 불가피한 희생이었다는 식의 뉘앙스는 예전의 박근혜가 보여주던 인식 그대로입니다. 문제의 본질은 사과의 표현을 하냐 마냐가 아니라, 박근혜 본인의 인식이라니까요. 사과 해놓고 그래도 우리 아버지 잘했다고 자랑하면 어떡해요?


  게다가 분명 전문 서두에서는 "한 아버지의 딸이 아니라, 새누리당의 제 18대 대통령 후보로서" 말한다고 해놓고, 자식이 부모를 평가한다는 게 어렵다느니 딸이 아버지의 무덤에 침을 뱉는 걸 원하시느냐는 식의 이야기는 왜 합니까? 게다가 냉정한 평가를 한다면서 "딸"과 "아버지"라는 표현을 왜 계속 하는 건데요? 말 장난합니까?


  황당하네요. 이건 듣는 이들은 물론이거니와 본인의 양심마저 기만하는 말입니다. 국민들이 박근혜의 연설을 어떻게 받아들이든 간에, 저 개인적으로는 이번 연설을 계기로 박근혜에 대한 일말의 희망마저 버렸습니다. 누굴 찍을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누구를 안 찍을지는 확실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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