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무한도전은 이른바 정총무 특집이었습니다. 원래 하려던게 뭔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많이 뛰어다녀야 하는 미션이었는데, 정형돈과 길 두 멤버가 다리를 다쳐서 할 수 없게 되었고, 위기상황에서 급조한 아이템이었지요. 3일만에 자세한 경과는 이미 다 까먹었는데 ㅠㅠ 하여간 멤버들은 평소 총무 역할을 많이 한 정준하에게 한 번 쏘라고 압박했습니다. 게임의 형식을 빌렸지만 사실상 정준하 뜯어먹기였지요. 나머지 멤버들이 이거 저거 마구 사오면 정준하는 그 총액이 얼마일지 제시하고, 오차범위 안에서 맞추면 나머지 멤버들이 계산, 오차범위를 벗어나면 정준하가 계산하는 게임이었습니다. 정준하는 의외의 계산능력을 선보여 적당한 잔재미를 제공했습니다.

 

그런데 그 편을 보며 제가 느낀 건,  평소 속좁고 잘 삐치는 소인배 캐릭터였던 정준하마저도 저보다는 대인배라는 것이었습니다. 주변에서 자기가 돈을 쓰게 만들려고 하고 있다는 점에 다소 난감해하는 게 눈에 보이긴 했지만, 하여간 쏘긴 했잖아요. 전 그런 경우 절대 안받아줍니다. 여럿이 모이는데 제 이동 거리를 생각해서 저 가까운 곳으로 왔다거나, 후배들을 만났거나, 친구 혹은 선배라도 제가 무슨 일 있어서 소집했거나, 딱히 제가 쏠 일은 없지만 장소별로 번갈아 계산하는 분위기가 될 것 같으면(즉 2~3차까지 갈 것 같으면) 제 차례다 싶을 때 제가 냅니다. 그게 아니어도 "이번엔 내가 낼게. 다음에 한 번 사줘." 라며 내고싶을 때도 있지요. 하지만, 당시 무한도전 분위기처럼 아~무 이유 없이 "그냥 니가 한 번 쏴" 분위기 되는 건 매우 싫어합니다.

 

물론 반대로 덮어씌우지도 않아요. 전 잘 이해가 안됩니다. 같이 잘 먹어놓고, 특별히 남들보다 독보적인 고소득을 올리거나, 눈먼 돈으로 쏠 수 있는 입장도 아닌 사람에게 쏘라고 압박하는 이유가 뭔지요. 게다가 그 태도가 "이거 사주지 않을래?" 라는 부탁하는 태도도 절대 아니죠. "야 좀 쏴라. 쪼잔하게 이거 한 번 못쏘냐." 이렇게 되면 사도 당연한거고, 안사면 짠돌이 되는겁니다. 돈 쓰고 본전 겨우 찾는 모양이 되니 뿔나서라도 못쏘겠음. ㅡㅡ;;

 

상당히 짜게 살아오신 아버지께서도 가끔 "돈 내야될 때 있으면 좀 내고 그래라."하시는 거 보면 제가 짠돌이 행태를 보일까봐 좀 걱정되시는 모양인데ㅎㅎ 그래서인지 오히려 남들이 별 의미없이 많이들 하는 "밥 한 번 사라~" 하는 말 들으면 뜨끔합니다. 내가 저 사람한테 특별히 빈대같이 보인 적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달까요. 덕분에 지금까지 술 먹고 아침에 겨우 일어나보니 지갑에 기억도 안나는 어마어마한 금액의 카드슬립이 들어있는 경험, 쏘긴 했는데 다음날 후회한 경험, 뭐 그런건 없습니다만... 없는게 이상한 건가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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