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지에서 IT쪽 공부를 짧게 한 후에 이번에 취업을 했습니다. 

회사 분위기가 특별히 좋아서 1지망으로 꿈꿨던 캐나다 내 몇 손가락 안에 드는 회사입니다. 

제가 30대 중반에 캐나다에서, 싱글맘으로 아이 키우면서 일하면서 공부해서, 커리어도 전혀 다른 분야로 이렇게 괜찮은 회사에 취업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 안했습니다. 

레주메 스크리닝 인터뷰 백그라운드체크 .. 엄격한 심사를 거쳤지만 단 한번도, 제 나이나 status, 결혼 여부, 자녀에 대해 묻지 않았습니다. 

뭘 배웠고, 뭘 할줄 아냐, 프로젝트 뭐 했냐만 묻더군요. 

여성이라서 불이익받은 것이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저와 같이 졸업한 한인 동기들 중 여자분들은 전원 취업했습니다. 


출근해 보니 알겠더라고요. 

특별히 왜 여자라는 불이익이 없었는지. 

9-5 칼퇴근에 야근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습니다. 주 하루는 재택근무로 대부분 실질적으로 주4일 근무를 해요. 

출퇴근도 10-3 코어 업무시간에만 자리에 있으면 되고 알아서 7.5시간 채우고 퇴근하면 됩니다. 

회식도 많이 합니다만 모든 회식은 점심에 합니다. 물론 더치페이지만 퇴근 후 가정생활에 지장을 주는 일은 전혀 없습니다. 

팀 분위기 아주 좋습니다. 업무 스트레스 경쟁 전혀 없습니다. 서로 이름을 부르기 때문에 직급에 따른 상하 관계가 아니더라고요. 

오히려 매니저들이 스탭들 챙겨주고 눈치보고 배려해 주느라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 매니저는 아이가 둘인 여성분입니다. 저를 너무 잘 이해해 줍니다. 저뿐 아니라 아이가 아프다, 집에 일이 있다 하면 무조건 재택근무 가능합니다. 

디벨로퍼 중에 여남 비율은 약 30:70인데 워낙 BA와 PM들이 많고 이쪽 분야에 여성분들이 많다보니 전체 IT파트에 여성비율이 절반은 됩니다. 

매니저 중에 여남 비율은 반반입니다. 60대 이상 현직에 계신 분들이 5%는 되더라고요. 

일부는 저희 회사 한정 케이스일 수 있습니다만 캐나다 IT 분야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이렇습니다. 


출근 후에 깨달았습니다. 

야근과 회식이 없고 군대 문화가 없고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이 중시되다 보니 - 남성을 선호할 이유가 별로 없구나. 

특별히 수직적 위계관계가 없다보니 제 나이도 중요하지 않았구나.

어차피 모든 사람이 가정생활을 중시하니 싱글맘이든 뭐든 중요하지 않았구나. 

한국에서였다면, 제가 30대 중반에 커리어를 전혀 다른 분야로 바꿔서 싱글맘으로 대기업에 신입사원으로 취업할 수 있었을까요.   

캐나다에서 살면서 오히려 한국에서 제가 받아온 불이익이 무엇이었는지, 사회구조적 문제에 대해 좀 더 명확하게 깨달은 느낌입니다. 

한편으론 한국 사회에서 남성들이 받고 있는 상대적 혜택과 기득권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도요.

그래서인지 이곳에 정착하신 분들 중에 여성분들이 더 빨리 현지 문화에 적응하고 취업을 하는 모습을 봅니다. 

애초에 별 기득권이 없었고 항상 사회적 약자였으니 이곳에서 영어도 못하는 이민자로서 약자의 처지에 놓여도 타격이 적달까요. 

물론 좀 다른 맥락들도 있긴 합니다만. 


또 하나 제가 느낀 것은.. 뭔가 엄청나게 속고 살았다는 기분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렇게 취업이 힘들고, 회사에서 상사에게 쪼이고, 야근에 술자리에 개인생활 없고, 무한경쟁 실적에 치이고, 마흔 넘으면 먹고 살 걱정하며 사는 것이 

어떤 밥벌이를 위한 숙명이라고 생각을 했었어요. 제 주변의 대부분이 회사 생활을 힘들게 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공간을 이동해보니 훨씬 더 여유있게 인간적으로 즐겁게 일하면서도 좋은 대우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게다가 60대 현역으로 일하고 계신 디벨로퍼들을 만나니까 뭐랄까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면서도  

앞으로 20~30년 더 일할 수 있겠구나 희망도 생깁니다. 


늘 말씀드리는데.. 여성 분들 많이 많이 나오세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1319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033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0622
111651 쇼미더머니4 여혐가사 연쇄작용. [39] 자본주의의돼지 2015.07.13 3898
111650 [후기] 제2차 듀게 솔로대첩 [11] 남자2호 2014.06.02 3898
111649 틸다 스윈튼을 만나고 왔어요 [5] 토끼토끼 2013.07.30 3898
111648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보고왔어요 [7] 봄눈 2013.02.28 3898
111647 안철수와 박원순 모두 보수+자유주의자들입니다. 노무현보다도 더 우측에 있는 [12] soboo 2011.09.12 3898
111646 괜찮은 편의점 안주 [7] 푸른새벽 2011.08.12 3898
111645 서태지 데뷔무대 (특종 tv연예 -심사평,점수 있는 그방송) [16] 자본주의의돼지 2011.04.24 3898
111644 오빠가 사용하는 아몰랑. [45] madhatter 2015.07.06 3898
111643 권리세... 키이스트와 계약! [7] 달빛처럼 2011.07.15 3898
111642 최근 드라마의 경향 [8] 보이즈런 2010.10.07 3898
111641 유니클로 홈페이지 [10] lyh1999 2010.10.31 3898
111640 [바낭질을하고싶은오후] 소시꿈, 더위, 에바:파 [6] 가라 2010.07.13 3898
111639 현대자동차 생산직에게 근무 중 와이파이가 필요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82] Joseph 2019.12.12 3897
» 캐나다에서 경험한 직장 문화 - 젠더 기득권에 대해서 [44] 차이라떼 2016.08.01 3897
111637 [세월호] jtbc 뉴스 9에서 언딘을 인터뷰 했는데... [18] 가라 2014.05.27 3897
111636 SBS에서 이은미-문재인 찬조연설 시작했습니다. [9] the end 2012.12.13 3897
111635 그 겨울 원작 결말 아시는 분 [8] 자본주의의돼지 2013.04.03 3897
111634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옛날 표어 [7] amenic 2012.08.15 3897
111633 떡밥 회수의 날입니다 [18] 지지 2012.08.13 3897
111632 [음식바낭]간장국수 좋아하세요? [20] 오늘도안녕 2012.07.06 389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