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01 02:26
일단 다들 아시다시피 건국 이래 최초로 전국의 초, 중, 고등학교 개학이 일주일 미뤄졌습니다.
좀 당황스럽지만 뭐 여기까진 괜찮아요. 그까이 거 여름방학 1주일 줄이면 됩니다. (사실은 눈물을 흘리며 자판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근데 지금 상황을 보면 다음 주까지도 일단은 코로나는 확산 분위기일 가능성이 아주아주 높죠. 그러면 아주 높은 확률로 한 주가 더 밀립니다.
그렇게 되면 여름 방학이 (보통 4주 남짓이니까) 보름으로 줄어들겠죠.
하지만 방학이 준다!! 보다 교사 입장에서 더 큰 문제는 1학기 학사 일정을 다 변경하는 걸 피할 수가 없다는 겁니다. 보통 학교들이 4월 마지막 주 쯤에 1차 지필 평가(설마 아직도 '중간고사'라는 표현 쓰는 할매 할배는 안 계시겠죠? ㅋㅋ)를 치르는 걸로 일정을 잡는데 이게 한 주 줄어드는 것까진 감당을 해도 두 주가 줄어들어 버리면 시험을 치를만큼 진도를 나가기가 아주 힘들어져요. 게다가 중학생의 경우엔 1학년은 일제 지필평가를 안 치르기 때문에 선배들 시험 보는 동안에 직업 체험을 다녀야 하거든요. 거의 대부분이 외부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고 이런 프로그램들 예약을 이미 마친 상태입니다만, 학사 일정이 바뀌면 이런 예약이 싸그리 다 리셋이 되겠죠. 게다가 지금 상황에선 1학기 내내 코로나 시국이 이어질 예정이기 때문에 아마 외부로 나가는 체험학습은 다 캔슬하고 아예 교내에서 진행하는 걸로 새로운 활동을 잡아야할 겁니다. 오 마이 갓. (참고로 제가 바로 그 올해 중1 담당인 동시에 방학 동안 직업 체험학습 예약을 진행한 사람입니다. ㅋㅋㅋㅋ)
그런데 만약에, 정말 만약에 3주 이상 밀리면 어떻게 될까요?
일단 1학기 학사 일정이 다 뒤바뀌는 건 당연히 확정이구요. 덧붙여서 교육부에서 수업 일수를 조정 시킬 확률이 큽니다. 방학 때문에요. 정확히는 3주까지는 아니고 3주 꽉 채우고 며칠 더 넘겨야 수업 일수 조정이 가능해지는 걸로 되어 있어요.
사실 방학이란 게 그냥 단순하게 학교가 한 달 쉬는 기간이 아니거든요. 그 한 달 동안에 부모들이 휴가를 써서 학생들과 여행을 가구요. 방학 특수를 통해 소상공인 및 기업인들이 돈을 벌구요. 이래저래 '방학 기간'이라는 게 사회 전체에 미치는 경제적인 영향력이 결코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게 1주일 이하로 줄어들어 버리면 거의 전국민의 올해 인생이 꼬이게 되죠.
근데 그걸 또 이래저래 조정하다 보면 2학기 학사 일정에도 영향이 가겠죠. 그럼 이게 또 골치아파집니다. 보통 중, 고등학교는 입시를 위한 내신 산출 때문에 2학기 시작하고 얼마 안 돼서 지필평가를 치르는데 학사 일정이 (뭐 교육부가 괜찮은 방법을 찾아낼 수도 있겠습니다만) 꼬여 버리면 고입이 꼬이고 대입이 꼬이고 중1 체험학습 담당자의 인생도 꼬이고 뭐 수능 날짜까지 바뀔 수도 있는 거구요. ㅋㅋㅋ
결론적으로 교사들 입장에선 미리 해놓았던 신학년 준비의 대부분이 리셋될 위기이구요.
학생들 입장에선 1, 2학기 사이의 휴식 기간이 줄어드니 2학기 생활에 스트레스가 더 커질 것이고. 그리고 그건 또 교사가 감당을...
특히나 입시 치를 학년의 학생들은 올해 이 난리가 되게 불안하고 불편하고 짜증이 날 거에요.
덧붙여서 학부모 입장의 어른들 역시 여름 휴가가 망하고 자녀들에게도 평소보다 몇 배로 신경이 쓰이는 상태로 올해의 절반 이상을 버텨야 하겠죠.
그리고 방학 특수에 해당되는 업종의 자영업자분들... ㅠㅜ
정말정말 소올직히 말하자면,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가 10대들에겐 큰 위험도 없다는데,
어차피 학교에 손소독제 같은 거 다 구비되어 있는데 예산 좀 더 들여서 듬뿍듬뿍 쓰게 해 주고 3월 9일부턴 개학을 하면 좋겠다... 라는 "심정"입니다만.
"그러다 우리 애 코로나 걸리면 너희가 책임 질거니?" 라고 물어보면 할 말 없죠 뭐. 책임 못 지니까요. ㅋㅋㅋ 특히 대중 교통을 이용해서 등하교 해야 하는 학생들을 생각하면 부모들의 그런 걱정은 당연하구요. 학교 전체에서 한 명이라도 확진자가 나오면 또 상황이 말도 못하게 복잡해질 테니 '그냥 얼른 개학하는 게 옳다!'라고 주장하기도 힘들구요.
오해를 막기 위해 여기에다가 한 줄 덧붙이자면, "그러니까 걍 얼른 개학하는 게 옳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걍 답답함의 토로죠. 휴업을 하고 연장 가능성이 높은 것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대구 지역의 초, 중, 고는 이미 개학 2주 밀리는 것까지는 확정이 되었더라구요.
그 외의 지역은 1주일만 밀린 채로 아직 새로운 소식은 없습니다만, 지금의 '폭발적 증가' 국면이 사나흘 안에 진정이 될 것 같지가 않네요.
아. 암울합니다. 사실 전 코로나19에 감염될 걱정은 전혀 안 하고 사는데 이 코로나19가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너무 스트레스에요.
+ 사실 제 아들이 이번에 초등학교 입학하는데, 결과적으로 3월 첫주를 무소속 백수로 지내게 되었습니다. ㅋㅋㅋ
쌩뚱맞지만 시간 참 빠르죠. 이 놈이 아가였을 때 제가 배째라고 듀게에 사진 올려대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리고 이제 여섯살 된 둘째놈은 엊그제 저한테 그러더라구요. "아빠. 코로나 바이러스는 좋은 거 아니에요? 그것 때문에 내가 어린이집 안 가고 집에서 아빠랑 놀잖아요." ㅋㅋㅋㅋㅋ 그것 때문에 아프고 힘든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생각하면 안돼... 라고 말해주긴 했지만 사실은 '이 놈, 벌써 머리를 좀 굴릴 줄 아네?' 라고 생각했습...;;
++ 참고로 개학 연기, 방학, 수업일수, 체험학습 진행 등등에 대한 교육부의 최신 입장은 이렇습니다.
2020.03.01 03:12
2020.03.01 10:27
2020.03.01 03:32
밀린 수업시수 및 수업일수의 완전한 소멸 ( 방학 안 밀리고 졸업시수도 문제없고 등등등.. ) 을 기대해보고 있습니다.
2020.03.01 10:29
2020.03.01 05:29
2020.03.01 10:34
2020.03.01 11:37
옛날이 50명씩 같은 교실에 있을 때보다 낫긴 하지만 지금도 먼지 풀풀 날리면서 밀도 높게 다들 몰려있는 생활 공간에서 호흡기 질환에는 여전히 많이 취약하다고 봐야겠죠. 보통 때도 감기 환자 발생만 해도 번져 나가는 속도가 높은 편이라는걸 아시잖아요.
공기청정기까지 들어가 있습니디만 관리가 잘되는지도 잘 모르겠구요.
2020.03.01 12:59
네 그래서 예전보다 낫'긴 해요' 라고 말씀드렸습니다. ㅋㅋ
2020.03.01 13:04
네, 과거보다 나은건 사실이죠. 글을 다시 읽어보니 현실적인 걱정에 대해서도 충분히 쓰셨지만 전반적으로는 저같이 불안과 공포에 엄습되어 있는 사람에 비해서는 낙관적이고 비교적 긍정적으로 생각하시는거 같아서 많이 부럽네요. 저보다 책임이 많으시고 아이도 초등학교에 가게 되는데 대범하시니 저도 이제 마음을 가라앉혀햐 하는데 싶어지네요.
2020.03.01 06:26
학기 중에 학생들이나 교직원 가운데 확진자라도 나오면 폐쇄되는 식의 돌발 변수가 너무 많을 거 같아요.
계획이라는 걸 갖기가 너무 힘든 한 해가 되겠네요.
2020.03.01 10:36
2020.03.01 11:41
학교는 사실 학생들 숫자가 제일 많지만 교직원과 청소, 학교 관리등등 근무하는 인원들도 많고 변수가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전 10대가 코로나에 안전하다는 것의 근거가 너무 궁금하기도 하고-지금 찾아봐야겠네요- 그러나 학교에는 꽤 고령인 분들까지 많이 근무하다는거죠. 아~ 정말 갑자기 안하던 기도만 간절히 하면서 하루하루 무사하기를 바래야 하는 상황이 믿어지지 않아요.
2020.03.01 12:28
아직까진 미지의 바이러스다보니 블랙박스가 많은 거 같아요. 10대가 코로나에 안전하다는 것의 근거 역시 통계에 근거한 내용이고요. 어떤 글에서는 10대의 경우 무증상 감염 비율이 높다는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2020.03.01 11:39
"계획을 가지기 어려운 해"라는 것에 진심 너무 공감해요. 그 어떤 것도 예측할 수 없고 그러니 도무지 계획할 수 있는 것도 없이 하루하루 변해가는 상황에 맞춰가야 하는 상황인데 말이에요.
2020.03.01 10:39
이게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가 10대들에겐 큰 위험도 없다' 는게 사실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서로서로 집단감염을 일으키면서도 그냥 감기마냥 큰 문제 없이 학교생활을 하다 집에 돌아오면 부모님, 혹은 맞벌이 부부의 경우 아이들을 돌보는 역할을 떠안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옮아서 사망자가 급증하는 시나리오에 의해 사회가 마비되는거죠.
2020.03.01 13:01
네 그래서 휴업이 연장되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본문 내용은 그냥 푸념이에요. ㅋㅋ
2020.03.01 11:08
학사 일정이 꼬이는 대재앙을 어떻게 감당할지 상상도 안되는군요.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대구같은 곳이 개학하는게 맞는지 모르겠어요. 그 지역은 1달 휴교령이라도 놀랍지 않은 상황이잖아요. 다른 지역도 만약에, 서울같은 곳에서 학생들에게 전염병 확진자가 증가하는게 보인다면 그 때는 어떻게 하나요?
그나마 신종플루 때는 거의 겨울방학을 앞두고 있는 상황인데, 대혼란이긴 했어도 끝끝내 휴교까지 가지 않았던게 사실 자세히 설명하신 이유때문이었죠. 지금은 너무 기막힌게 딱 개학을 앞둔 3월 시점이라는게 공포 그 자체인거죠. 아~ 상상하기도 두렵습니다.
10대들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크게 영향이 없을거라고 생각하시는 건 10대니까 더 면역력이 높고 노약자가 아니면 그렇게 심각하게 전염이 되지 않을거라고 생각하셔서 인가요? 전 10대들도 안심할 수 없는 거 같은데요. 10대들에게 전염이 심하지 않아서 그나마 나와서 그때라도 공부할 수 있으면하고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지금 학사일정의 타격이 아무리 심해도 어차피 미뤄진게 이미 결정된 일이고 돌이킬 수도 없죠.
2020.03.01 13:02
그래서 저도 휴업 연장에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에요. 그냥 푸념이었는데 제가 글을 잘못썼군요. ㅋㅋㅋ
2020.03.01 13:07
아니에요. 구구절절 하시는 말씀에 크게 공감해요. 학교로서는 최악의 현실공포가 갑자기 닥친 셈이죠. 거의 초유의 사태로 학사일정이 뒤틀어지는게 맞고 그 여파가 연말까지 갈거라는 게 명백하죠. 대구처럼 3주가 늦어지면,,,어떻게 될른지 도무지 상상도 안되요.
2020.03.01 11:16
지금 찾아보니 대구는 3월 23일에 개학하는군요. 그 때까지라도 상황이 안정되면 좋겠는데 지금은 아무런 보장이 없다는거죠.
2020.03.01 13:02
어차피 그것도 예정이고 지금 상황보면 그보다 더 미뤄질 가능성이 크죠.
2020.03.01 13:11
대구의 학부모들과 교사들의 심정은 가늠할 수도 없습니다. 대통령이든 그게 누구든 이 상황이 어찌되는지 모르니 제발 제발 3월, 4월 무사히 넘기기를 바라고 바랄 뿐이에요.
2020.03.01 11:32
코로나19는 지병(기저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험한데,
상대적으로 어린 아이들과 젊은 사람들은 병을 갖고 있을 확률이 적죠.
10대들에겐 위험이 없다는 주장은 확률적이고 상식적인 이야긴데, 완전히 맞는 이야기는 아니네요.
그중에도 약한 아이들이 있을수 있으니까요.
위의 egoist님 댓글처럼, 10대 본인은 아무 증상이 없지만 그 가족들에게는 위험이 될수도 있으니까요..
선생님들은 좋겠다라고 잠시 생각했었는데, 지극히 가볍고 철없는 생각이었군요...
2020.03.01 12:53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얘기를 하신거군요.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학생들 중에도 취약하거나 건강했더라도 이 상황에서 어떻게 상황이 돌아갈지 모르겠어요.
2020.03.01 13:03
코로나가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더 좋은 사람은 아주 잘 쳐줘봐야 마스크 생산 회사 사주 정도 아닐까... 싶습니다. =ㅅ=
2020.03.01 13:25
당연히 코로나가 없어져야겠죠.
혹, 오해하고 계실지 걱정되는 데, 단순히 학교에 안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한 거에요.
그래서 가볍고 철없는 생각이었다고 제 뇌속의 생각을 반성한다는 것이였구요. ^^
2020.03.01 21:01
2020.03.01 22:23
지금 시험같은건 말할 것도 수학여행을 방학전에 예약까지 해두신 담당자 분들이 꽤 된단 말이죠. 그때 안하면 자리안난다고 수학여행 담당자들도 돌아버릴 상황이 된거에요. 그 일 뿐이 아니지만요. 방학은 겨울에 일주일 더 나올지도 모른다는 건 그냥 감수하자 싶은데 막상 그 때되서 1월에 한 주를 더 학교에 나오면....교직원들의 근무일수는 오히려 늘어나는 셈이에요.
2020.03.02 09:42
2020.03.02 17:09
3주연기 발표 ㅠㅠ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1&aid=0011442360
자녀분 입학 축하드려요~
중학생들 무섭지 않나요?전 초등도 무서워서(뭐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