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맥주와 기억들.좋구나.

2010.12.14 23:09

말린해삼 조회 수:2338

내일은 시험입니다. 하지만, 1학년 과목이고 저는 졸업반인데다가 알만큼 다 알아서(자부심 장난아니네요.) 걱정이 없습니다. 그래서 맥주를 사다가 영화를 봤습니다. 영화를 보고 이렇게 널널하게 글을 씁니다. 슈퍼에 갔는데 오늘따라 빵이 먹고 싶었습니다. 뚜레쥬르도 있고 빠리바게트도 있는 동네이지만 슈퍼가니깐 예전의 학교 매점에서 보던 빵들이 많더군요. 디지몬 초코롤이나, 땅콩샌드, 에이리언이 낳올듯한 외관의 피자빵, 그리고 겨울의 단골 호빵!!!!


그런데 호빵은 너무 비싸고 되려 오랫만에 보는 매점에서 팔던 빵들이 반가워서 초코롤과 땅콩샌드를 사왔습니다. 역시나 초코롤은 안에 스티커가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디지몬은 본적도 없는지라 무심하게 핸드폰 뒤에 붙였고(?!!) 초코롤을 한입 먹었습니다. 


아...달다. 풍부하게 달고 입안 가득퍼지는...........빵들.

뭔진 몰라도 어감상 프로방스 풍찻집에서 먹는 느낌이구나.


여기서 맥주를 한 모금 먹으니 저는 순식간에 프로방스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갑니다. 아 이 시원한 맥주!!! 쏘시지를 다오!! 하지만 쏘시지 따윈 없습니다. 냉장고엔 쌈장 뿐. 그래, 독일 음식은 짜댔어. 하고 배춧잎에 쌈장을 찍어 먹었습니다. 아 좋아... 말이 좋지, 요상하네요.


빵을 보면서 옛날 생각이 나서 써봤습니다. 점심 시간만 되면 복도를 갈아버릴 듯 뛰던 그때. 도시락이나 급식을 안먹고 매점 라면이나 비빔밥을 먹어줘야 어느정도 먹어주는 녀석으로 쳐주던 시절. 그 때 먹었던 빵들은 이리도 달콤한데 왜 그땐 그리도 거칠었을까.. 생각하니 웃깁니다. 급식 아줌마와 더 달라고 실랑이 하던 1학년때, 급식 시간이 아예 끝나서 아줌마들끼리 드실때 찾아가서 남은 반찬에 풍성하게 먹어대던 3학년때. 땅콩샌드의 달달함과 같이 모락모락 머릿속에 피어납니다.


아팠던 짝사랑도, 객기뿐인 학창 시절도 다 그립지만.

이젠 가끔씩 먹어보는 이 빵처럼, 가끔씩 내 기억에 다가오겠지요. 



오늘도 전 이렇게 낭만이라 자기 합리화에 살을 찌워갑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963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8547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8815
111567 <태어나긴 했지만> 한예슬, 송중기 캐스팅 [7] fan 2010.12.14 3265
111566 시크릿가든 책제목 씬 [17] 도너기 2010.12.14 6227
111565 기억 속에 남아있는 사건들 중 하나 - 니가타 소녀 감금 사건 [12] 한여름밤의 동화 2010.12.14 5259
111564 우울한 분들께 이번 겨울과 관련해.. [4] 이런이런 2010.12.14 1980
111563 외계인들의 침략? [6] 꽃과 바람 2010.12.14 1865
111562 아테나 2회 불판입니다. [66] nishi 2010.12.14 2846
111561 (종료)음악방송합니다.(Indie Rock) JnK 2010.12.14 1251
111560 크리스탈 이 아이는 대체 뭔가요 [15] fan 2010.12.14 6531
111559 다른 영어권 국가에서도 프레젠테이션을 PT라고 부르나요? [7] amenic 2010.12.14 2695
111558 질문이요)노트북을 샀는데 모니터에서 인터넷창과 글씨가 너무 작게 보여요 양쪽에 흰공간이 비어있구요. [8] 냉방탐험 2010.12.14 3626
111557 보일러 동파 관련 질문입니다. [12] chobo 2010.12.14 4127
111556 비영어권 비 다큐멘터리 실사영화의 영어녹음 [6] whoiam 2010.12.14 2111
111555 씨너스 이수 지아장커 특별전 개최 [10] Wolverine 2010.12.14 1754
111554 구구절절 [3] pingpong 2010.12.14 1356
111553 인문학 학회, 특강, 강좌..... [1] 현반아 2010.12.14 1723
» 한밤의 맥주와 기억들.좋구나. [12] 말린해삼 2010.12.14 2338
111551 자존감 증진 비법좀.. [39] 루아™ 2010.12.14 3999
111550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생각만큼 악몽적이지 않군요 [15] 샤유 2010.12.14 2206
111549 그런데 정말 인랜드 엠파이어는 어떤 영화인가요 [17] 샤유 2010.12.15 1949
111548 기억 속에 남아있는 사건 2: "난 이렇게 불행한데 넌 어떻게 그렇게 행복해?" [4] 한여름밤의 동화 2010.12.15 258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