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17 14:38
- 다들 아시겠지만 일본의 종군 위안부 책임 문제를 주제로 다루는 다큐멘터리이고... 그러니 뭐 스포일러 같은 건 없겠죠. 올레티비 vod로 봤습니다. 무료더라구요.
- 다큐멘터리이니 줄거리 요약은 필요 없겠구요. 대략 어떤 식이냐면... 종군 위안부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일본측 인사들을 보여준 후에 그들의 주장 하나를 제시하고, 이어서 한국인이나 일본 내의 진보 인사들이 그걸 반박하는 내용을 보여주는 패턴의 반복입니다. 감독의 입장이 애초에 확고하고 다큐멘터리의 의도도 분명해요. 중립적 입장에서 이쪽 저쪽 다 이해해보려고 한다든가 그런 거 전혀 없습니다.
아주 초반에 '위안부 20만명'이라는 수치에 대해서는 좀 가운데 쯤에 서서 균형 잡는 모습을 보여줍니다만, 끝까지 보고 난 감상으론 그게 아마도 그 뒤로 이어질 줄기찬 일본 정부 비판을 위한 밑밥 깔기 같은 역할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구요.
- 되게 재밌고 흥미진진하고 그렇진 않아요.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이런 얘긴 좀 불경스러운(?) 느낌인데... '재미'로 치자면 그냥 무난한 정도라는 느낌. 그리고 뭣보다 한국인의 입장에선 전부 까진 아니어도 대부분 아는 이야기니까요. 하지만 어쨌든 지루하거나 늘어지거나 하는 느낌은 없이 속도감있게 팍팍 전개되고, 또 막판에 강력한 한 방(...)이 있어서 전체적으로 재밌게(?) 봤습니다.
- 어쨌든 한국인의 입장에선 한 번 봐두면 좋을 영화입니다. 일본 우익들의 위안부 책임 부정 논리들을 보여주고 거기에 대한 반박 논리와 근거들을 보여주니 교육적인 효과도 충분하구요. 또 뭣보다 이 문제를 앞장서서 덮으려고 하는 일본의 사회 리더들이 얼마나 무식하고 파렴치한 사람들인지 리얼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전투력 상승(...)의 효과도 있어요.
- 소재가 소재이니만큼 박근혜와 아베의 얼굴이 자주 나옵니다. 특히 아베는 후반에선 거의 주인공급이죠. 그러다 정신이 혼미해지게 만드는 강력한 끝판 왕 등극에 존재감을 잃긴 합니다만... 그러다 너무나도 박원순처럼 생긴 사람이 화면 구석에 스쳐지나가서 '저거 박원순인가?'라고 했더니 같이 보던 친구의 말이 '박원순처럼 생긴 놈은 박원순 밖에 없어!'라고 해서 웃음을. ㅋㅋㅋ
아. 그리고 제일 신기했던 건 일본 관료 뭐시기씨였는데... 이름은 기억 안 나지만 되게 실세라서 얼굴은 익숙하거든요. 이 사람이 자꾸 나오는데, 늘 다른 사람이 일본 국회나 회의에서 발언하는 장면의 배경으로 나옵니다. 근데 늘 언제나 화면 우측 구석에 앉아서 졸고 있는 모습으로 나와요. 다 같은 회의인가? 싶어서 이 사람이 잡힐 때마다 집중해서 봤는데 그것도 아니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비슷한 위치에 앉아서 언제나 졸고 있습니다. 뭐죠. ㅋㅋㅋㅋㅋ
- 초반에 중국의 우한이 한 번 언급돼서 깜짝 놀랐네요. 그곳에도 위안소가 설치되었던 모양입니다.
- 제목인 '주전장'의 의미가 '주된 싸움터'란 뜻이고 일본 우익들이 이 말을 쓸 때는 '미국'을 뜻한다는 모양이더군요. 일본, 한국이 아니라 미국에서 싸워서 이겨야 위안부 문제를 덮을 수 있다... 뭐 그런 맥락이라는데, 그래서 영화에도 미국에서 벌어지는 평화의 소녀상 관련 논란을 가장 큰 비중으로 다룹니다. 그러다보니 한국의 할머니께서 미국 의회에 가서 연설하는 장면도 나오고, 그래서 몇 년 전 모 한국 영화의 클라이막스 장면도 떠오르고 그랬네요. 개인적으로 그 영화는 참 좋다가 클라이막스가 너무 작위적이라 좀 망쳤다는 느낌이었어서, 이 다큐에서 나오는 장면들이 훨씬 맘 아프고 감동적이고 그랬습니다.
- 암튼 뭐... 그랬습니다. iptv에 있으니 시간 나실 때 한 번 보셔도 좋을 듯.
2020.02.17 15:05
2020.02.17 15:19
"조그만 강아지가 멍멍 짖으며 화내는 것 같지 않아요? 정말 귀여워요 한국~~"
ㅋㅋㅋㅋㅋ 킬링 파트였죠.
2020.02.17 15:28
'박원순처럼 생긴 놈은 박원순 밖에 없어!',,,,저도 여기서 ㅋㅋㅋ
2020.02.17 19:58
2020.02.17 17:24
저는 이 영화를 보고나서 소름이 돋았는데요. 보통 저도 후기로 '무식하고 파렴치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무식해 보이지 않다는 것에서요. (대신 파렴치함이 2배다.. 라고.) 영화의 펀치라인인 '한국, 귀엽지 않아요?' 등의 특정한 태도와 '나는 알고 싶지 않은 것에 대해서 알지 않(은척하)겠다'라는게 소시오패스적 똑똑함이 느껴졌습니다. (그 사람이 얼마나 많은 집단의 장을 하고 있느냐를 생각해본다면..) 논리라는 소켓을 아예 선택하지 않는 방법이 무식의 소치가 아닌 것 같아서요. 또 중간의 "변절자" 여성 행위자가 눈에 띄더군요. 그런 전환점은 어디서 오는가에 더 관심이 가더라구요.
그리고 그 당시 읽었던 일본회의라던가, 일본의 현대 우파 흐름이라던가 등등을 보고나니, 누군가 일본의 신사와 관련된 준-행정조직을 잘 파서 정리해줬으면 좋겠더군요. 전국에 지사가 있고 관료적 네트워킹이 잘 갖춰져 있는데다 준-국교 수준의 개입을 계속 진행해왔던 것 같더군요. 신사나 신도에 관련된 책들은 종교성에만 집중해서 다뤄서 아쉽더라구요.
2020.02.17 20:02
우리에겐 절박한 문제를 어떤 할아버지 하나가 "한국 귀여워요.그러다 말겠죠. 위안부관련 책? 뭣하러 읽나요, 됐어요."이따구 태도로 위에서 누르고 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