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1562



시사인 3월 24일자에 실린 기사입니다. (시사인 홈페이지에 전문 오픈 된듯..)


민주주의는 너무 유약해서 감염병에 취약할까? 재난 상황에서는 단호하고 강력한 권위주의가 더 나은 체제일까? 중국 공산당은 확실히 그렇게 주장하려는 것 같다.

1월2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제도를 충분히 발휘한다면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중국은 우한 봉쇄와 감시용 드론 등 민주주의 체제가 꺼내들기 어려운 무기로 코로나19와 맞섰다. 베이징이 보기에 이번 방역전은 체제 경쟁이다. 그리고 중국 권위주의 시스템이 개방적 민주국가보다 우월하다고 입증됐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인 2월26일, 관영지인 〈인민일보〉 논평은 베이징의 관점을 압축해 보여준다. “코로나19는 위기이면서 국가 거버넌스 시스템과 능력에 대한 시험이다.” “중국 특색 사회주의 제도가 시대에 호응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고, 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중요한 제도적 보장이며, 세계적인 방역 전쟁에도 귀중한 노하우다.” 이제 세계는 권위주의 중국의 선도를 따라야 한다.

서방 언론은 베이징의 승리 선언에 맞설 반례를 원했다. 코로나19 방역전의 최전선에 있어야 하고, 민주주의 체제의 개방성과 투명성을 고수해야 하며, 화끈한 권위주의에 비하면 좀 못 미더운 그 무기로도 성과를 내야 한다.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나라가 하나 있다. 한국이다. 한국은 코로나19 영향권 한복판에 있고, 대구에서 집단감염이 터진 후에도 도시 봉쇄 옵션을 제쳐뒀고, 세계 최고의 진단 역량으로 확산세를 따라잡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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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식인들은 권위주의 체제가 더 취약하다고 보았을까. 재난 대응은 자원을 총동원하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정보의 문제다. 아마르티아 센은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인도 출신 경제학자이자, 경제학을 넘어서는 우리 시대의 사상가다. 센은 “민주국가에는 기근이 없다”라는 유명한 테제를 제시했다. 기근은 공공자원을 적시에 투입하기만 하면 막기가 꽤 쉬운 재난이다. 가난한 국가라도 얼추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권위주의 체제는 종종 기근 대응에 실패한다. 국지적으로 식량이 부족할 때,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현장 정치가와 행정가가 재빨리 반응한다. 거기에 그들의 자리가 달려 있다. 하지만 권위주의 체제는 최고 지도자의 의중이 가장 중요한 정보다. 위에서 생산된 정보가 아래로는 내려가지만, 아래에서 위로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 권위주의 체제는 국지적 식량 부족을 못 알아채거나 알고도 방치해서 일을 키운다. 기근은 그렇게 닥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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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반대편에 한국 모델이 있다(보통은 미국이 서던 자리인데, 영어권 언론들이 트럼프 행정부에 그 역할을 기대하는 기색은 별로 없다). 정보는 한국 모델의 핵심 무기다. 정보의 투명성과 생산성 양쪽에서 한국 모델은 세계의 찬사를 받고 있다. 감염자 정보는 구체적인 동선까지 공개된다. 인권침해 소지가 없지 않으나, 덕분에 재난 상황에서 종종 등장하는 집단 패닉의 기색은 없다. 외신은 긴장감이 높지만 차분한 대구의 분위기를 놀라워하며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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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1) 중국은 우한을 격리하여 코로나 상황을 진정시키고, 그것을 체제의 승리라고 선전했다.

2) 서방 민주주의 국가들이 원하던 반례를 한국이 해냈다. (보통 미국이 하던 자리)

3) 재난 상황에서는 '각자도생'과 '공동체 연대'가 동시에 벌어진다. 우리나라는 공동체 연대 의식이 발현되었다.

4) 재난 상황에서 지도자는 '재난을 벗어나기 위한 비전을 제시하는 지도자'의 역활과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지도자'라는 상충되는 두가지 모습을 요구받는다. 현재까지 문재인 대통령은 후자에 집중하는 것만으로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인터넷 글들을 보면 우리나라가 삐끗하면 서방 선진국들이 '봐라, 아시아의 한계다' 라면서 비웃을거라고 하는 글들도 있던데...

지금 서방 선진국들이 계속 어려운한, 중국 권위주의 체제의 반례로서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의 선봉에 서겠군요.


이번 사태로 유럽 선진국의 민낮이 드러났다는 글들도 많이 보이는데, 저는 이제 사람들이 '야,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네? 더이상 개도국, 중진국이 아니네?' 라는 의식을 심어준 것 같습니다. 솔직히 G20 에 경제순위  12위 전후, 국방력 10위권내 들어가는 국가가 중진국이나 개도국이라고 하면 안되긴 하죠. 주변 나라들이 워낙 쎄서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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