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으로 맥주를 마셨는데, 그 까페에서 생맥주 한 Jug를 마시는 동안 내내 어떤 발라드 한 곡이 흘렀어요. 평소엔 잔잔한 클래식을 틀어놓는 업소인데, 요즘 주인장이 꽂혀 있는 노래인지 한 곡이 여러 가수의 목소리로 반복되더군요.

발라드는 어느 계절에나 흐릅니다. 그 형식은 사회의 정서적 흐름과 관계돼 있는 거라더군요. 동시간을 사는 연인들의 찰라적 정서가 짜릿하게 사회와 서로 울림이 일어날 때 그 계절을 풍미하는 게 발라드라고 전문가들이 설명하는 걸 들은 것 같기도 합니다. 발라드를 통한 정서. 그 화학적 사랑의 정체가 비극이건, 해프닝이건, 풍자이건, 애도이건 언제나 발라드는 흐르는 겁니다. 그러므로 발라드의 정서는 프레자일하며, 사회의 디테일을 민감한게 드러낸다고 생각됩니다. 거꾸로 말하면 노래의 수용기, 노래의 안테나인 청자의 상태가 민감한 거겠지만요.

아무튼 흘러나오니 피하지 못하고 그 발라드를 들었습니다. 뭐랄까,  브레히트의 '익사한 소녀'를 읽는 느낌과 비슷했어요. . 지나간 사랑에는 기묘하게도 육체적인 것과 비육체적인 것의 관계가 드리워져 있죠. 오필리어가 물 속에 가라앉는다면, 그리고 그것이 비극적인 발라드가 된다면?  발목을 휘어잡는 수초가 마침내 바닥까지 이끌어서 물질적 해체가 이루어진다면?  그 노래 한곡을 반복해 듣는 동안 든 상상입니다. 한숨이 나더라도 피하지는 않겠다는 각오가 함께했죠.

예술이란 노골적으로 의식화되지 않는 방식으로 생각하고 정치적 무의식의 장치로써 사회에 특별한 감각을 권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저로서는 사실 발라드에 귀기울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그 선율과 가사들은 물 속에서 호흡을 멈추는,  45도로 기운 개인적 각도를  포함하고 있을 거라는 느낌적 느낌 때문입니다.  '45도의 물매'는 어쩔 수 없이 사랑의 현존 조건일 테죠. 그 물매가 무의식적으로 깃들어 있는 발라드를, 그것도 한 곡의 여러 버전을 점심시간 40분 내내 들었더랍니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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