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사장님 얘기는 뭐...예전에도 한 적이 있으니 아시는 분은 아실 테지만, 레알 비건이십니다. 그 어떤 동물성 음식도

섭취하지 않는 게 채식계의 끝판왕, 비건이죠. 그러나 단지 비건이실 뿐 아니라 사장실에 텐트 치고 명상하시고 뭐 이런

행동패턴을 봐서는 '칭하이무상사' 뭐 그런...그런 거이신 거 같다는 의혹이 스멀스멀 올라오긴 하지만...암튼 이건 나중에.

 

슬슬 송년회 시즌이잖아요. 저희 회사도 작년엔 큰맘먹고 고깃집을 빌려서 송년회를 했댑니다. 그치만 올해는?

채식뷔페에 간다는거예요. 사람들이 뿔났습니다. 저희 사장님은 그냥 혼자 조용히 채식하시는 게 아니라 거의

포교 수준으로 저희에게 캠페인을 하시기 때문에, 뜻하지 않은(혹은 필연적인) 반작용으로 울 회사에는 '채식

포비아'들이 생겨나고 있었던 것이죠. 게다가 송년회는 분위기 어수선하니 1월초 채식식당에서의 신년회로

대체하겠다는 말을 들은 이후로는 이사님들까지 한마음이 되어 결집을 시작합니다.

이른바 몰래 우리끼리 육식 송년회!

이사님들끼리 갹출해서 고기, 고기, 고기, 고기로 이루어진 송년회를 하고 말리라..하는 오기섞인 기획이었죠.

물론 사장님껜 쉬쉬하고요. 그런데 역시 이 조그만 회사에서 비밀은 무슨 비밀, 오늘 오후 전직원에게 사장님의

메일이 날아와 꽂힙니다. 내용인즉슨,

 

 

 

1 6일로 정해진 신년회 외에

직원들끼리 별도로 송년회를 한다고 들었습니다.

 

말씀드린 것 처럼

친환경을 공식 표방했고 술담배 육식식당 광고도 받지 않는 이상

대표적으로 환경을 해치고 살생이라는 폭력식사를 회사비용으로 제공할 수는 없습니다.

 

, 채식식당을 이용할 경우 비용제공은 문제없습니다.

 

만약 그냥 직원들 개인적으로 채식식당이 아닌 곳에서 송년회를 할 경우

송년회 비용 50만원을 환경단체에 전직원 이름으로 기부를 하고자 합니다.

 

000 이사(경영지원본부장)께서는 송년회에 대한 직원들의 뜻을 교통정리해서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일동 벙....하앍 우리 폭력식사 추구하는 사람 되었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엉엉엉엉엉

직원이 서른다섯인데 50만원이라니;;; 참 통큰녀성이십니다 하앍;;;;;; 기부드립은 또 웬.... 

회사사람들이 어디가서 고기를 못먹어 이러겠어요, 우리가 원해서 친환경 회사에 들어온 것도 아닌데

사장님 본인의 인생관이 바뀌었다고 회사 전체 컨셉을 바꾸는 건 물론이거니와 일년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한 단체회식까지!!!!! 맘대로!!!!!!!!!!!!!!!!!!!!!!!!!!!!!!!!!

 

 

 

그러나 백마디 천마디 나누어봤자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냥 허, 웃고

-어차피 우리끼리 내기로 했던거였잖아

하고 말았습니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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