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작품이니 좀 묵었군요. 런닝타임은 2시간 8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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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터 위 아래에 붙은 카피들은 한국에서 만들어 붙인 것 같은데, 꽤 그럴싸합니다. ㅋㅋ)



 - 신학기를 맞은 교사들의 첫 인사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각자 이러쿵저러쿵 블라블라... 소개를 하구요. 우리의 주인공은 국어(그러니까 불어) 선생 프랑수와 마랭(마'행'이겠지만 뭐 암튼)씨에요. 이런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늘 그렇듯 대체로 이상주의적 성향의 선생이고 열정도 있고 능력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현실적인 범위 안에서... 로 튜닝이 되어 있네요.

 그리고 이후에 벌어지는 이야기는... 무슨 스토리가 있는 게 아닙니다. 그냥 마랭과 담당 학생들의 한 학기 '수업'을 그대로 따라가요. 영화 제목 그대로인 거죠. 어제 본 '티처스 라운지'처럼 영화는 학교를 벗어나지 않고 마랭의 수업 교실, 교무실, 운동장... 이라기엔 많이 민망한 교내 공터를 오가며 파리 변두리에 위치한 평범한 공립 학교의 풍경과 현실을 보여줍니다. 그게 다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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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동장이라고 부르기엔 뭔가뭔가뭔가한 공간... 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이 동네는 가난한 노동자 계급 동네구요, 당연히 이민이 많습니다. 짤의 해상도는 양해를...;)



 - 일단 교사 입장에서 보기엔 '티처스 라운지'보다 이쪽이 대략 3배쯤 압박스러운 이야기였습니다.

 이게 받아들이기에 따라 다른데요. 사실 주인공을 압박적 상황으로 몰아가는 건 '티처스 라운지' 쪽이 더 강합니다. 왜냐면 그 영화는 애초에 그게 중심 이야기니까요. 다시 말해서, 그렇게 압박스런 '이야기'를 설정해놓고 드라마틱하게 몰아가는 게 '티처스 라운지'구요. 이 '클래스'의 경우엔 그렇게 만들어진 이야기라는 느낌이 거의 없이 다큐멘터리스럽게 흘러가면서 자연스럽게 압박을 합니다. ㅋㅋ


 사실 '티처스 라운지'도 다분히 다큐스런 성격의 영화였는데. 요 영화랑 비교하면 그냥 좀 리얼한 톤의 극영화가 되어 버려요. 그 정도로 이 영화의 다큐멘터리스러운 성격이 압도적으로 강하단 얘기가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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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들이 차암 손은 잘 듭니다. 다만 들고서 하는 말들이 하나 같이 다... ㅋㅋㅋㅋ)



 - 그래서 런닝타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게 마랭의 수업입니다. 대략 특별할 것 없는, 그동안 이런저런 영화들에서 흔히 보아 온 서양식 수업이죠. 지식 주입은 하되 학생들과 상호 작용을 계속해서 시도하구요. 한국 같으면 뒷처리가 골치 아파서 잘 시도 안 할 법한 과제나 활동을 많이 시키구요. 다만 이게 프랑스의 리얼리티인지 아님 마랭 선생의 특징인진 모르겠지만 서양 영화 속에서 그동안 구경해 온 수업들에 비해 뭘 많이 시키고 요구합니다. 근데 이게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아. 학생들이 정말 헬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 대략 20명쯤 되어 보이는 학생들 중 최소 절반 이상이 타국에서 왔거나 타국 혈통이고, 그 중 대부분이 유색인종이고요. 프랑스어를 할 줄은 알지만 정말 간신히 일상 의사 소통 정도만 가능한 애들이 한 가득이에요. 그리고 당연히도 이들 중 과반은 수업을 따라갈 의욕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학생들이 네이티브 프랑스인들(물론 이들도 상태가 아주 좋지는 않습니다)과 뒤섞여 있는 가운데 오래된 어법이나 어려운 문법을 가르치고 문학 작품을 읽히고 글 쓰기 숙제를 계속해서 내 줘요. 허허. 이런 참교사님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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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판에 거한 실수를 저지르긴 하지만 그래도 참 존경스럽던 우리 주인공님. 참고로 이 영화의 원작이 되는 책을 쓴 분이고 실제로 교사였다고 합니다.)



 - 당연히 마랭의 수업 시간은 늘 전쟁터입니다. 여기가 또 프랑스인데 학생들이 선생이 시키는 일이라고 일단 고분고분하게 따를 리도 없잖아요? 수업 종이 치면 빨리 자리 잡고 앉으라는 당연한 지시도 거하게 언쟁을 벌여가며 설득을 시켜야 합니다. 숙제 하나 내 줄 때도 주제가 왜 그것인지, 왜 이런 게 필요한지 매번 따지고 들고 뭐 하나 순순히 따르는 게 없는데... 얘들은 8학년으로 비주얼에 비해 아직 어린 애들인 데다가 당연한 듯이 아는 것 없이 용감하기만 해서 대화가 좀처럼 성립이 되질 않아요. 논리적으로 아주 깔끔하게 설명을 해줘도 애들이 알아 듣지를 못하니 문제가 해결이 안 됩니다. ㅋㅋ 그리고 주인공도 사람인지라 그러다 종종 성질도 내고, 그냥 목소리 크게 내서 찍어 누르기도 하구요. 그럼 또 학생들은 우리 선생은 제대로 이유도 못 대면서 (댔다고!!! 제발 좀 알아 들으라고!!!!! ㅋㅋㅋ) 자기들에게 화만 낸다며 앙심을 품고요. 하하. 


 대략 30분쯤 보고 나면 갑자기 행복감이 밀려듭니다. 아아 나는 참 편안하게 돈 버는 웰빙 교사였어. 우리 학생들을 한 없이 사랑하고 아껴야겠다. 이거 대한민국 교사들 필수 관람 영화로 지정해야하는 거 아닌가. 이런 뻘생각들을 하게 되는 행복한 2시간... 이었어야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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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사실 저도 대략 10년 전에는 참으로 거친 학생들 참 많이 겪었는데요. 요즘 한국 학생들은 겉으론 덜 거칠어지고 속으로 와일드해지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합니다.)



 - 그게 별로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왜냐면 이 영화에서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는 문제가 이민자, 이민 2세들의 사회 적응 문제인데요. 이게 남의 일이 아니니까요. 제 직장만 해도 대략 10년쯤 전에 '아니 한 학년에 외국인이 이렇게 많이 들어왔어?' 라는 반응이 나오던 숫자가 이미 한 학급 수준에 육박하고 있어요. 한국 문화 적응 덜 된 아이들도 많고 교과서를 제대로 읽지 못해서 수업을 아예 포기해버리는 애들도 적지 않구요. 그냥 한국어 자체를 거의 못하는 애들도 몇 명씩은 꼭 있네요. 그 와중에 네이티브 한국인(?)들의 출산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으니 아마 빠르면 10년, 아무리 늦어도 20년 안에는 한국 교실도 이 영화 속 교실과 다를 바가 없어지겠죠. 그러니까 결국 이 영화 속 전쟁 같은 교실 풍경은 대략 한국의 미래인 겁니다. 몇 년 후의 미래가 될진 모르겠지만 제가 계속 일하는 동안에 이 풍경을 따라잡는다면 과연 정년을 채울 수는 있으려나... 라는 생각이 들어 한숨이 나오더군요. 그리고 미래의 교사 지망생님들아... 힘 내세요. ㅋㅋㅋㅋㅋ 저는 먼저 떠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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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화 사회를 대략 20년쯤은 앞서간 선례들이 해외에 즐비하니 한국은 열심히 참고해서 준비를 해야 할 텐데요. 뭐 별로... 그러고 있는 것 같진 않구요.)



 - 암튼 그래서 영화는 프랑스 공교육 시스템과 그것이 처한 현실을 굉장히 리얼하게 보여줍니다. 역시 누구 하나를 콕 찝어서 빌런으로 만드는 편한 방식을 지양하고 이 쪽도 저 쪽도 나름 최선을 다 하지만 현실 파워가 이렇고 그래서 결과가 이 모양 이 꼴이랍니다... 라는 식으로 흘러가구요.

 무조건 나쁜 쪽으로 몰아가지도 않습니다. 인간적인 한계가 엄연하고 이야기 후반에 가면 역시나 큰 실책도 저지르는 마랭 선생이지만 그 열정과 성실함은 존경심이 우러나올 정도이고 동료 교사들도 다 인간적으로 훌륭하고 인간적으로 별로이고 그래요. 그리고...


 '티처스 라운지' 대비 학생들의 입장도 꽤 많이 보여준다는 것이 또 이 영화의 장점 되겠습니다. 대체로 모자라고 처치 곤란한 아이들이지만, 심지어 가끔은 완전 빌런 같은 짓들도 저질러서 얄밉기도 하지만 어쨌든 각자 그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 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요. 그리고 이들이 마랭에게 꾸준하게 제기하는 이의들 중에는 가끔 정곡을 찌르는 것도 있어요. 아주 현실적으로 무식하게(?) 지적하긴 하지만 그래서 더 확실하게 찔리는 느낌이 드는. 그런 식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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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양반들도 그냥 열심히 사는 사람들입니다. 종종 실수도 하고 잘못된 판단도 하지만 맡은 일이 점점 더 격하게 힘들어지고 그러다 본인들 능력 밖으로 흘러 넘치는 게 이 분들의 잘못만은 아닌 것... 이라는 식으로 묘사되구요.)



 - 계속 이 영화의 다큐스러움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래도 어쨌든 극영화인지라 뒤로 갈 수록 그라데이션으로 갈등과 긴장이 쌓이게 되고, 클라이막스를 장식하는 큰 사건도 있고 그 사건의 마무리도 존재하고 그렇습니다. 다만 그 '큰 사건'이란 것도 어디까지나 평범한 학교에서 평범한 교사와 학생 사이에 벌어질 수 있는 일의 테두리 안에 속하구요. 그걸 극영화 속 가장 큰 사건답게 느끼게 만드는 건 영화를 보다 보면 차곡차곡 쌓이는 등장 인물들에 대한 관심과 이입입니다. 현실의 평범하기 그지 없는 학생, 선생들도 한 학기를 함께 지내다 보면 당연히 정이 들지 않겠습니까. 딱 그런 수준과 방향으로 이입을 아주아주 잘 시켜줘요. 그래서 이야기가 끝날 땐 꽤 큰 정서적 감흥도 생기고 그렇습니다. 한 마디로 이 또한 '잘 만들고 재밌는 영화'라는 얘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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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리스마 있는 척, 치명적인 척 다 하며 속을 썩이다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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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떨 땐 또 다르고, 기특하고, 장하고 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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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측할 수 없이 빵빵 터지고. 그런 게 학생이죠.)



 - 당연히 이 영화에도 깔끔한 엔딩 같은 건 없습니다. 한 학기 동안 마랭과 학생들이 겪은 전쟁은 그 학기가 끝난다고 해서 종료되는 게 아니니까요. 누군가는 많이 좋아지고 누군가는 전혀 변함이 없고 누군가는 최악의 일을 겪고... 그리고 무엇 하나 '끝'은 아니구요. 물론 이 영화는 현실을 보여주는 게 목적에 가까운 작품이니 이런 엔딩은 매우 합당합니다. 다 보고 나면 생각할 거리, 이야기 할 거리가 와장창창 쏟아지는 류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아주 보람찬 체험을 선사하는 영화에요. 남의 나라 사정에 대해 이해하게 될 수도 있고, 또 우리의 미래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교재 역할도 되겠구요.

 그래서 그냥 이렇게 마무리입니다. 슬슬 한국에도 이런 영화 하나 나와줘서 사람들이 많이 보고 함께 고민해볼 수 있으면 좋을텐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 아주 잘 봤어요. 그러니 교육 문제에 관심 많으신 분이라면 일단 이 영화라도 한 번... ㅋㅋㅋ




 + 문득 세기말에 한국 교육판에 불었던 '우리는 왜 프랑스처럼 교육 못하나!' 유행이 떠올랐습니다. 대표적으로 바깔로레아 같은 걸 언급하며 난리였던 기억이 있는데요. 이 영화를 보고 나니 그것도 참 다 허상이었구나 싶기도 하구요. ㅋㅋ 뭐 당시 한국 공교육이 괜찮았다는 얘긴 당연히 아니지만요.



 ++ 영화 중간에 교사 한 명이 "저 임신했어요!!" 라고 밝히며 행복해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참 존경스러웠습니다. 이런 학교에서 교사 생활 하면서 아이 낳아 기를 생각을 하는 건 보통 멘탈로는 불가능해 보입니... (쿨럭;)



 +++ 벌써 16년 묵은 영화입니다. 대충 들려오는 소식들만 놓고 보면 프랑스의 인종 문제는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나아지진 않은 것 같던데요. 똑같은 형식으로 이 이야기를 다시 만들면 얼마나 더 무시무시할까... 라는 생각이;



 ++++ 그런데 자막에서 계속 주인공 학생들이 8학년이라고 그러는데... 검색해보면 8학년이면 초등학생입니다. 절대 그럴 리가 없는데?? 하고 위키를 찾아보니 14~15세 아이들이라고 나오네요. 한국으로 치면 중3쯤 되는 듯. 그리고 주인공이 불어 선생이라 그런지 번역이 좀 잘 되지 않은 듯한 느낌이 드는 부분이 종종 있어요. 막판에 주인공이 저지르는 거한 말 실수 역시 상황이 이해가 잘 안 가게 번역 되어서 아쉬웠네요.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만. 특별한 흐름이란 게 거의 없는 영화라 별 거 없을 거에요.


 그래서 우리의 마랭씨를 특별히 더 힘들게 하는 학생들은 대략 이렇습니다.


 일단 쿰바라는 아프리카계 여학생이 있죠. 사사건건 태클을 걸고 시키는 걸 안 하는데, 알고 보니 예전부터 마랭의 수업을 듣던 학생이었는데 원래는 참 스윗하다가 갑자기 이렇게 되어서 마랭은 난감해하고. 결국 좀 감정적으로 야단을 쳐요. 그러자 쿰바는 장문의 편지를 써서 마랭의 사물함에 넣어둡니다. 나는 언제까지나 어린애가 아니고 변화하는 게 당연하며 지금의 나도 충분히 최선을 다하고 있다. 존중이란 상호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난 당신에게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낀다. 당신이 내게 나쁜 감정을 갖고 대하니 난 그냥 뒷자리에 앉아서 당신과 소통하지 않겠다. 

 그래서 마랭은 한동안 쿰바를 의식하며 조금씩 배려하고... 하다가 나중엔 그래도 자연스럽게 잘 풀립니다. 마지막 방학 날엔 웃으며 작별 인사도 하구요.


 웨이라는 중국인 학생이 있는데 완전 범생으로 수업 시간에 똑똑한 대답이 필요할 때 언제나 출동해주는, 예의바르면서 성품도 밝은 녀석입니다만 어쨌든 언어가 잘 통하지 않는 곳에서 사는 삶에 스트레스는 받고 있죠. 근데 이 녀석의 엄마가 갑자기 불법 체류로 붙잡혀갑니다. 교사들은 변호사비 마련을 위해 기꺼이 돈을 모으고, 탄원서도 써서 보내요. 정확한 결말은 안 나오지만 마지막 장면 즈음에 밝게 웃으며 잘 생활하는 걸 보면 잘 풀린 듯도 하구요.


 에스메랄다라는 푼수 학생은... 내내 친구들과 선생 속을 미묘하게 긁어대는 수다를 떨어대다가 막판에 아주 결정적인 진상짓을 시전합니다. 교사들이 다 모여서 하는 '학급 평가'라는 게 있는데 학생 대표도 두 명이 참석하게 되어 있거든요. 이 녀석이 그 곳에서 내내 집중 안 하고 친구랑 떠들고 웃고 장난치면서 민폐를 끼치고 가서는, 거기에서 마랭이 교사들의 의견들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했던 코멘트를 앞뒤 맥락 다 자르고 반 친구들에게 아주 자극적으로 전달해 버린 거죠. 이게 클라이막스의 갈등을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클라이막스를 장식하는 건 술리만이라는 학생입니다. 말리에서 이민 온 가족들과 함께 지내는데... 축구광에 공부와 학교 생활엔 아무런 관심이 없고 뭣보다 말과 행동이 내내 거칠어요. 툭하면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고 입에는 쌍욕을 물고 사는데, 그래도 나름 자기가 잘 하는 것도 있고 아주 가끔은 조금씩 나아진 듯한 행동을 보이기도 해서 마랭이 끝까지 열정을 보이며 지도해 봅니다만. 잘 지낼 듯 하다가도 어쨌든 공부는 아예 담을 쌓았고, 그러면서 우발적으로 한 방씩 큰 일을 저지르니 '학급 평가'에서 선생들에게 징계가 필요하단 의견을 몰빵으로 받죠. 그리고 그런 의견을 마랭이 정리한 것을 에스메랄다가 다이렉트로 '마랭이 넌 구제 불가능이니 포기했다'라고 옮겨 버리면서 수업 시간에 대폭발을 해요. 그래서 징계 위원회가 열리고, 이게 열리면 사실상 100% 퇴학이라는 걸 아는 마랭이 끝까지 애를 써 봅니다만. 결국 아무 보람 없이 퇴학 처분이 되어 학교를 떠나갑니다...


 다만 여기에서 교사들이 특별히 무책임한 빌런으로 묘사되진 않아요. 영화 속에서 술리만이 하는 행동들은 분명히 잘못이고 확실한 민폐거든요. '지금껏 갸 하나 고쳐 보자고 다 참고 노력한 시간이 얼만데, 이렇게 가망이 없는 걸 계속 냅둬서 다른 학생들에게 지속적으로 피해를 주는 게 맞냐'고 따지고 들면 할 말이 없을 정도.


 암튼 결말은 방학식입니다. 마랭은 학생들에게 '이번 학기 동안 배운 걸 뭐라도 하나씩 말해보자'는 활동을 하고 학생들은 지금껏 그래왔듯이 매우 힘들게 하찮은 경험들을 얘기하는데 그게 묘하게 감동적입니다. 이 활동이 끝난 후 학기 동안 진행했던 '나 자신을 표현하기' 활동이 결과물을 예쁘게 제본해서 학생들에게 한 부씩 나눠주고요. 그동안 지지고 볶고 디스해대던 학생들도 모두 웃으며 인사하고 떠나네요. 그런데 내내 아무 존재감 없던 학생 한 명이 마지막까지 교실에 남았다가 마랭에게 말합니다. 선생님, 저는 한 학기 동안 배운 것이 아무 것도 없어요. 기억해내기 힘들어서 그런 거겠지 설마 정말 그랬겠니, 다른 애들도 배운 게 뭐냐고 물었을 때 대답 힘들어했잖아. 아니에요 선생님 저는 정말 배운 것이 없어요... 마랭은 말문이 막히고. 그 무존재감 학생은 '전 직업 학교는 가기 싫어요. 공부할래요. 하지만 정말 수업을 하나도 이해할 수 없어요. 하지만 직업 학교는 가기 싫어요.' 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요.


 그러고서 영화 내내 운동장처럼 쓰이던 하찮은 공터에서 방학을 맞은 교사와 학생들 즐겁게 축구 경기를 하는 모습을 한참 보여주다가... 텅 빈 마랭 교실과 교무실의 풍경을 보여주고요. 그렇게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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