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스퀴드 게임 감상중인

2021.10.19 01:24

googs 조회 수:698

오겜 단어가 하도 물리니까 괜히 스퀴드라고 써봤습니다.


네 히트의 이유도 저는 직관적으로 납득되었고..

보지도 않고 혹평할만큼 떨어지는 작품은 아니네요.


설정이 좋아요. 캐릭터성은 오히려 좀 떨어지는것 같은데,


* 어린시절 했던 기억도 가물가물한 놀이를

* 대부분 다 큰, 혹은 쇠락한 중노년들이 

* 목숨과 돈을 걸고

* 이 시국에 한다. 



매우 캐치하게 짜여진 설정입니다. 특히 이 살풍경한 코로나 대유행 시기에서

온갖 증오범죄, 생계곤란, 특정 국가의 경우는 오겜보다 더 심하게

길에 시체가 즐비한 .... 현실이 영화를 압도한 시대이지 않습니까?


보통 예전엔 영화가 현실보다 더 과장되기 마련이다.. 이런 암묵적인 공감대가 있었다고 봅니다만.

코로나 이후의 삶은 현실이 영화를 압도적으로 찍어누르고 있어요.



그래서 코로나 이전에 이 작품이 나왔으면 인기의 정도가 덜했을 거라고 봅니다. 운도 참 좋았어요.

코로나 상황 하에 이런 작품은, 오히려 영화가 현실을 모사하는 것으로 느껴질 정도입니다.

기묘하지만, 그 기묘한 역전의 감각이 오겜이 타 데스게임 류와 차별되게 받아들여지는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코로나 무렵에 운영하던 숙소에서 오랫동안 묵었던 손님 커플이 있어요. 

코로나 상황 하에서 근 1년 간 손님은 5명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중 2명은 요금을 지불하지 않고 도주했고, 나머지 2명도 나중에 지불하지 않고 잠적했어요.

그들은 저와 꽤 친근하게 같이 떠들고, 노래하고, 한잔 나누던 사이였고요.


오겜을 보면서 그런 인간군상들이 떠오르더군요.

아마 이런 감각을 되새김질하는 사람들도 적잖이 있을 것 같고요.



또하나 좋았던 점은 역시 미술과 세트, 분장입니다.

아주 좋아요. 에셔나 마그리트의 구조가 연상되는 세트에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시절을 연상시키는 

파스텔톤 혹은 강한 원색의 컬러감으로 내용의 음울함을 기괴한 방식으로 비틀면서 우회하고 있어요. 


응8풍의 세트에서 구슬치기 하는 라운드에선..

특정 캐릭터가 노을 질 무렵 형~ 형~ 하고 외치다가

결국 돌아갈 곳이 없단 걸 깨닫고 망연자실하는 시퀀스가 나오는데,



아주 오랜 옛날 언젠가, 그런 저녁무렵에 비슷한 일을 겪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아무튼 

과거의 그리운 게임들을 / 닳고 닳은 어른들이 서로 죽이면서 한다. 



이 구조가 너무 강력해서 오징어 게임의 인기는 오래 지속되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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