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약속(..........)

2012.05.27 01:05

august 조회 수:6773

듀게에 시간약속 안 지키는 친구나 애인에 대한 한탄과 비난이 올라올 때면 마음이 따끔따끔 찔립니다.

제가 그 시간약속 안 지키는 친구인데... 시간약속 지켜본 적이 그래도 세어보면 꽤 있겠지만;; 암튼 거의 없어요.

이렇게 살다보니 사람마다 시간약속을 지킬 수 있는 에너지라는 게 있고 저는 그 에너지를 남들보다 특별히 더 적게 갖고 태어났다는 이론을 개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아니면 그런 유전자를 저희 어머니께서 동생에게만 물려주셨나 봅니다. 어머니랑 동생은 안 그러거든요.

저를 일반화하기는 좀 어렵지만;; 암튼 이 모자란 시간약속 에너지를 그래도 학교와 직장에 크게 늦지 않게 도착하기 위해 평일에 써야 하기 때문에(...) 주말이면 바닥이 나요(...)

제가 이런 사람이다 보니 친구들도 대개 시간약속 에너지가 부족한 친구들과 오래 사귀게 되는데;;

제가 야 나 늦었어ㅠㅠ 이렇게 문자를 보내면 ㅎㅎ 나도 늦었어 뭐 이렇게 답문을 보내는 친구들입니다. 아니면 근처가면 전화할께 뭐 그런 식;;

혹여 먼저 도착해도 늘 책이나 잡일을 할 거리를 들고 다니면서 삼십분 한 시간 기다리는 건 별일도 아닌 사람들이죠.

네, 무려 삼십분 한시간입니다. 이런 인종과 십분 이십분 늦으면 큰일나는 인종이 같이 사는 것은... 참 힘든 일이에요.

어쩌다보니 저도 취향은 맞는데 이 시간약속 페이스가 안 맞는 친구가 있기는 한데, 그래서 이 친구는 몇달에 한번 가끔 만나요. 시간약속 에너지를 비축해야 하거든요(...)

시간약속 에너지가 충분히 비축되기 전에 만나면 너무 힘들어요. 당연히 늦어서 친구는 화나고 저는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모자란 에너지를 억지로 끌어올렸기때문에 매우 피곤하고 의기소침해지기 때문에 만남이 크게 즐겁지를 못해요.

저랑 이 친구랑 안 맞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순전히 에너지가 바닥났기 때문입니다. 몸이 피곤할 때면 반가운 사람을 만나도 반가움을 충분히 즐길 수가 없잖아요.

사방에서 전자시계가 번득이는 문명사회에 시간약속 못 지키는 미개한 인종이라고 밝히는 것은 심히 민망한 일입니다만;; 두 인종간의 이해에 다소 도움이 될까 해서 끄적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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