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26 13:34
오늘 밤 10시에 OCN movies채널 (이전 채널CGV)에서 봉준호 감독의 첫 장편영화인 <플란다스의 개>를 방송하네요.
사실 저는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등을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별 감흥은 없었어요.
아마 제가 영화의 기술적인 면에 대해서는 제대로 평가할 능력이 없고, 영화의 각본과 메시지, 그리고 그 메시지를
영화를 통해 전달하는 방식 등을 중심으로 영화를 평가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런 저의 관점에서 가장 훌륭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기생충>과 <플란다스의 개>입니다.
<플란다스의 개>는 봉준호 감독이 2000년에 만든 영화인데 31살의 초짜 감독이 이 정도의 각본을 쓰다니 하고 놀랐습니다.
만약 이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지 않았다면 봉준호 감독은 지금보다는 좀 더 예술영화 감독스럽게 변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좀 들어요.
이 영화의 실패로 봉준호 감독은 좀 더 관객을 몰입시키고 설득할 수 있는 영화적 기술을 습득하는 데 매진하지 않았을까 추측해 봅니다.
그래서 이 영화에 깔려있는 감독의 문제 의식이 약 20년 후 감독의 기술적 성취와 맞물려 나타난 결과가 <기생충>이 아닐까 싶네요.
감독이 영화를 만들 때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면 그 감독의 첫 작품을 보라고 하죠.
첫 작품에는 그 감독에게 소중한 것, 그 감독이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들이 미숙한 방식으로나마 반드시 포함되니까요.
봉 감독이 흥행에 실패한 유일한 영화, 첫 장편영화가 봉 감독이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영화 <기생충>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듀게분들은 아마 대부분 이 영화를 보셨겠지만 혹시 안 보신 분들, 그리고 다시 한 번 보고 싶은 분들 계시면 오늘 밤에 보시길...
2020.03.26 13:45
2020.03.26 13:58
거장의 싹이 보이는 영화였어요. ^^
심심하니 봉준호 감독의 20년 전 상큼한 모습도 한 번~
2020.03.26 14:04
벽을 앞에 둔 장광설과 또르르륵 풀려가는 화장지가 유독 기억에 남아 있네요. 호를 그리며 떨어지는 강아지도요.
2020.03.26 14:21
두루마리 화장지 길이가 정말 표시된 길이가 맞을까 궁금했다는 감독의 말에 저도 격하게 공감했었죠.
그런데 영화에서는 100미터인지 재보려고 했던 것 같은데...
요즘 나오는 두루마리 화장지 길이는 30m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두루마리 화장지 하나로 어떻게
100m를 재려고 했지 하는 의문이 생기네요.
제가 영화를 제대로 기억을 못하는 건지, 그때는 화장지가 100m였는지, 아니면 두루마리 화장지 3개 이상으로
재려고 했는지, 재려고 했던 길이가 100m가 아니었는지... 아.. 진실을 알지 못해 괴롭습니다.
뜬금없이 저를 고뇌에 빠뜨린 봉 감독이 차태현 닮은 사진이나 한 장~
2020.03.26 16:42
아니, 왜 이렇게 마르셨어요.
2020.03.27 00:16
봉 감독이 <괴물> 만들면서 제작 상 어려움으로 고뇌가 차곡차곡 쌓여서
그때부터 몸이 불어난 것 같아요.
봉 감독이 스트레이트 헤어인 게 재밌어서 위 사진을 가져왔는데...
한 번쯤은 쫙쫙 펴보고 싶은 욕망이 있었던 게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그나저나 영화 보면서 두루마리 미스터리가 풀렸어요.
2000년의 모나리자 2겹 두루마리 휴지는 100미터였군요.
20년 동안 조금씩 줄어든 건지 어느 순간 확 줄어든 건지 1/3도 안 되게 줄었네요.
어쩐지 옛날에는 두루마리 휴지 하나로 꽤 오래 썼던 것 같은데 요즘엔 왜 그렇게 빨리 쓰나
이상했는데 의문이 풀렸어요.
봉 감독이 뮤직비디오 감독을 했었군요. 박해일 배우의 표정이 좋네요.
배두나 배우 머리 긴 모습은 처음 보는 듯한데 예뻐요. 봉 감독은 로맨스 영화도 잘 찍을 듯 해요.
김돈규 - 단
2020.03.26 14:17
2020.03.26 14:33
아파트라는 공간을 참 잘 활용한 영화였죠.
복도식 아파트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숨막히는 추격씬, 으스스한 지하실과 섬뜩했던 옥상,
아파트 마당의 분리수거장, 그리고 근처 산책로까지 삶의 공간을 제대로 활용하며 그 안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갔던 영화였어요.
마무리로 양가휘를 닮은 봉 감독 사진 한 장~
2020.03.26 14:21
2020.03.26 14:49
제가 갖고 있는 은밀한 궁금증이 하나 있는데... 저는 이상하게 배두나 배우가 나오는 영화는
선뜻 보고 싶은 마음이 안 들더라고요. 제가 딱히 이 배우를 싫어하는 것도 아닌데 이유를 모르겠어요.
어떤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통해서도 그 사람에 대해 알 수 있지만, 어떤 사람이 싫어하는 것, 꺼리는 것을
통해서도 그 사람에 대해 뭔가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저로서는 배두나 배우에 대해 제가 갖고 있는
거리감의 근원을 알고 싶은 욕망이 좀 있습니다.
봉 감독이 잘생기게 나온 사진이 다 떨어졌으므로 <플란다스의 개> OST 중 한 곡~
재즈풍의 음악이 신선했죠.
조성우 - 비 오는 날 #1
2020.03.26 15:00
저는 위노나 라이더가 그랬죠, 남들 다 잘 한다고 하는데 저는 별로였던. 보더라도 다른 배우들이나 감독때문에 봤지 라이더가 이유는 아니었던.
2020.03.26 15:24
누구에게나 가까이 하기엔 어쩐지 먼 그런 사람이 있군요.
하늘도 구름 가득 흐리니 음악이나 하나 더~
조성우 - Flanders' Rag (Sextet)
2020.03.26 15:31
2020.03.26 21:14
봉준호 감독의 단편영화 <지리멸렬>이 유튜브에 있네요.
저는 두 번째 에피소드 '골목 밖으로'를 제일 재밌게 봤어요.
세 번째 에피소드는 봉 감독이 만든 다른 단편영화 <백색인>과 함께 봉 감독의 변태성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아요. ^^
<지리멸렬> 에피소드1: 바퀴벌레
<지리멸렬> 에피소드2: 골목 밖으로
<지리멸렬> 에피소드3: 고통의 밤
<지리멸렬> 에필로그
2020.03.26 22:32
2020.03.27 00:09
어.. 채널CGV가 OCN Movies로 바뀐 것 아닌가요??
지금 채널 돌려보니 <엄복동>은 원래 OCN 채널에서 하네요.
OCN Thrills 채널도 생기고 OCN 영화 채널들이 많아져서 헷갈려요. ^^
<플란다스의 개>는 다시 봐도 재밌네요. 소독약 뭉게 뭉게 피어나는 장면도 그렇고
주인공이 보자마자 기겁하는 지하실의 남자도 그렇고 은근히 <기생충>이 생각나는 장면들이 많아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라는 봉준호 감독의 헌사를 저는 이 <플란다스의 개>에 바치고 싶네요.
조성우 - 플란다스의 개 #1
최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