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기...(일, 놀이, 평가)

2020.03.05 17:12

안유미 조회 수:537


 1.옛날엔 이런 말을 우습게 여겼어요. '역시 사람은 일이 있어야 해.'같은 꼰대 소리를요. 하지만 요즘 일 몇개를 잡아놓고 보니 그 말이 맞는 말 같아요.



 2.왜냐면 그렇거든요. 그야 노는 건 반대의 경우...일하는 것보다는 좋아요. 누구나 당연히 일하는 것보다는 노는 게 좋잖아요?


 하지만 백수로 살면 문제가, 해야 할일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일어나면 그날은 할게 노는 것밖에 없어요. 그리고 그렇게 노는 건 놀고 싶어서 노는 게 아니라 선택권이 없기 때문에 노는 거거든요. 왜냐면 할일이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냥 놀기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시간 때우는 거니까요.



 3.하지만 일이 있다면 달라지는 거예요. 왜냐면 일거리를 잡아놓고 놀면 그순간부터 그건 '할일을 제쳐두고 노는' 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놀면서도 문득문득 불안감에 휩싸이는 거예요'


 '아 이런 젠장...지금 이러고 있을때가 아닌데...납기일이 얼마 안남았는데 지금 놀아도 괜찮은 거 맞아?'


 ...하는 생각이 막 들면서 더더욱 놀고 싶어지는 거죠. 그러니까 정말 순수하게 놀고 싶어서 노는 게 되는 거예요. 역시 사람에겐 일이 필요한 거죠. 백수로 노는 것보다는 해야 할일을 제쳐두고 불안한 마음으로 놀아야 재밌으니까요. 



 4.휴.



 5.한데 여기서 문제는, 결국 일을 맡았으니까 어느 순간엔 일을 시작하긴 해야 한다는 거예요. 아무리 일하기 싫어도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이제 정말로 일에 착수하지 않으면 절대로 일을 마무리할 수 없는 데드라인이 있잖아요? 그 순간이 되면 노는 걸 멈추고 일을 시작해야만 하는 거죠. 그게 일이 있는 삶의 나쁜 점이긴 해요. 어느 순간엔 일을 해야만 한다는 점이요.



 6.어쨌든 일의 좋은 점은 스스로의 상태를 체크해 볼 수 있다는 점이예요. 왜냐면 그렇거든요. 백수로 놀 때는 놀다가 피곤해지면 바로 자면 돼요. 


 하지만 일은 그렇지가 않아요. 반드시 끝내놔야 할 할당량이 있으니까요. 노는 건 '아...아직 2시간 분 더 놀아야 오늘 할당량 채우는데'같은 게 없지만 일을 할 때는 잠도 전략적으로 자면서 해야 하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백수생활을 할 때는 자신의 체력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알 수가 없지만 일하고 나니 자신의 체력을 점검해볼 기회가 되더라고요.


 노는 건 놀다가 지치면 그냥 자면 되지만 일은 '일을 마치기 위해 요구되는 체력'이 있으니까요. 졸려도 에너지음료를 마시거나 씻거나 하면서 버텨야만 한다는 점이 일과 놀이의 다른 점이예요. 기본적으로 일이든 노는 거든 남아있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 한다는 점은 같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그거죠. '할당량'이 있다는 점이요.


 

 7.하지만 역시...나이가 드니 일과 노는 것이 크게 다르지 않아요. 어렸을 때는, 놀이는 그냥 자기만족이고 일은 내가 해낸 결과물에 타인의 좋은 평가가 수반되어야 만족감을 느끼는 거였어요.


 하지만 나이가 들면 노는 것조차도 타인의 평가가 따라붙게 돼요. 타인의 평가나 리액션에 의해 만족감이 정해지는 거죠. 술집 같은 데 놀러가면 여자들이 '이 자식 오늘 얼마 쓰러 왔나 보자.'라는 자세로 나를 평가하니까요. 


 평가, 평가, 평가...나이가 들면 모든 게 평가인 거예요. 나이가 들수록 인생이란 건 빌어먹을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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