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님이 떠나갔습니다. 

 

내가 한국에 나와 있는 동안에 그렇게 되지 않을까 예상을 했었지만 막상  마지막 모습을 보지 못하고 떠나 보내게 되니 무척 슬픕니다.

 

서울에 나오기 전에 한번 죽을 고비를 넘겼었죠.  그 때 수의사분이 48시간 내에 죽게 될 것이라고 했지만 본인은 금방 식욕도 회복하고 털도 다시 윤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만 사실 저와 바깥분은 저러다가 다음번에 다시 한번 위기가 닥쳐오면 아마 살아남기 힘들거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시작했죠.  듀게에서 한번 고양이가 아프다고 글을 쓴 것 같은데 아마 그 일이 있기 몇 주 전이었을 겁니다.

 

그때 바깥분이 조산한 아기 인큐베이터 같이 생긴 호흡기에 들어가서 혀를 빼물고 숨을 헉 헉 몰아쉬는 녀석을 보고 아무말도 못하고 눈물만 주룩 주룩 흘리는데... 옆에서 보고 있는 나는 완전 가슴을 난도질 당하는 것 같았었습니다.  그때가 최악의 상황이었고... 그 이후로는 아마 마음의 준비가 어느 정도 되어있었는지, 소식을 들어도 놀라지는 않게 되더군요. 아니면 단순히 나이를 먹어서인가.

 

Photobucket

--7세땐가의 모습.

 

귀가 유난히 길고 커서 "박쥐고양이" 라고 놀리기도 했었는데, 우리 바깥분이 유기묘 보호센터에가서 제가 없는 사이에 데리고 온 애죠.  이름은 제가 붙였지만. 

 

화도 안내고, 심술도 안 부리고, 유일하게 문제가 있다면 소파에 손톱질을 해서 망가뜨려 놓고 장에 무슨 문제가 있어서 실을 삼키다가 바늘을 삼키는 바람에 죽을 뻔 한 적도 있었지만, 그래도 정말 착하고 예쁘고 머리 좋은 냥군이었습니다. 

 

Photobucket

 

--최근에 찍은 약간 초췌해진 모습입니다.

 

이제 학교에서 일하다가 집에 오면 통통통하고 발소리를 내면서 문간까지 걸어나오면서 "밥 줄거지?" 라면서 빤히 얼굴을 쳐다보는 그 모습을 더이상 볼 수 없겠네요.

 

너무나 슬픕니다.

 

아 이제는 가버렸으니 이름 공개할께요.  구루 라고 지었드랬죠.  인도의 구루라고 다들 생각해서 재미있어했지만 사실은 어렸을때 어찌나 큰 소리로 고르르거리던지 구루루루 하는 그 소리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구루야 구루야 한 3년만 더 같이 살지 무정하게 왜 가버리니.  네가 그리워서 이제 어떻게 사니.   다른 애를 다시 키워도 너 같진 않을텐데...

 

고마워 구루야 13년동안 너에게서 받은 사랑과 즐거움 고이 간직할께. 

 

시름이 없는 세상에서 다시 또 만나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2890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1941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2351
124576 (정보,에 후기 추가 했어요.) 데이빗 핀처의 <더 킬러 The Killer, 2023>가 개봉했네요. [1] jeremy 2023.10.26 387
124575 외계+인 2부 개봉확정 포스터 [3] 상수 2023.10.26 515
124574 [왓챠바낭] 아무 욕심 없이 평범해도 잘 만들면 재밌습니다. '살인 소설' 잡담 [8] 로이배티 2023.10.26 467
124573 너와 나를 보고 [4] 상수 2023.10.25 409
124572 더 킬러 [2] daviddain 2023.10.25 387
124571 술을 안마신지 3년이 지나고 catgotmy 2023.10.25 228
124570 프레임드 #593 [2] Lunagazer 2023.10.25 85
124569 Richard Roundtree 1942-2023 R.I.P. [2] 조성용 2023.10.25 141
124568 미야자키 하야오의 은퇴작이 될 뻔한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보고 [1] 상수 2023.10.25 705
124567 100만유튜버 어퍼컷이 이태원참사 다큐 '크러시'를 리뷰했네요. [2] 사막여우 2023.10.25 655
124566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8] 조성용 2023.10.25 624
124565 [왓챠바낭] 허술한데 묘하게 잘 만든 그 시절 B급 무비, '엘리게이터' 잡담입니다 [12] 로이배티 2023.10.25 372
124564 추억의 축구 선수 나카타 [4] daviddain 2023.10.24 237
124563 무라카미 하루키와 아다치 미츠루는 이제 catgotmy 2023.10.24 384
124562 바낭ㅡ 메시 샤이닝 야구 daviddain 2023.10.24 92
124561 에피소드 #60 [2] Lunagazer 2023.10.24 74
124560 프레임드 #592 [2] Lunagazer 2023.10.24 80
124559 (정치바낭)공동정권,,,괴이합니다. [7] 왜냐하면 2023.10.24 624
124558 곽재식 단편선 표지 디자이너님은 못 찾았지만 텀블벅을 오픈했습니다 [3] 쑤우 2023.10.24 284
124557 아스달 연대기- 아라문의 검 시즌 2가 끝났습니다. [3] 애니하우 2023.10.24 36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