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개론>은 첫사랑의 감성이고 추억이고 아름다움인가요?

피츠제럴드와 심지어 괴벨스까지 역사상 많은 남성이 젊은 시절 자신보다 높은 계급의 여성을 사랑했습니다. 
여성 집안의 반대에 부딪혀서 거절당했지요.
중요한 것은 최소한 그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여성에게 고백은 해봤다는 것이죠.

<건축학개론>의 남자주인공은 뭡니까?
여자주인공은 자신보다 높은 부잣집 아가씨도 아니었어요. 

고작 계급의식을 투영한 것이 제삼자 남성인데 그가 더 부유하기 때문에 열패감에 휩싸여서 싸우지도 않고 상상만으로 패배하지요. 

오직 머릿속에는 여자주인공이 섹스했는지 하지 않았는지에만 골몰하고 있어요. 
물어볼 용기는 없고 가장 치졸한 상상의 심판을 해버리는군요.
술이 만취된 여성이 모텔에 가면 남성과 반드시 섹스한다는 저질 신화는 이 영화에서도 너무나 당당하게 전파되는군요.
오직 이 여자주인공이 남자주인공의 의심을 풀어주기 위해서는 강간 및 살해를 당해서 신문의 일면을 장식할 때나 벗어날 수 있겠어요.  

물론 여자주인공을 죽일 수는 없지요. 청승맞게 오해받고 욕먹어도 기다리고 찾아가는 역할이 아직 남아있잖아요. 
 
그리고는 남자주인공은 상대방 남성에게는 아무 말도 못하면서 여자주인공에 화풀이를 하는군요. 
"X 년"

차라리 이렇게 말했다면 이해가 가겠어요. 
"전부 더러운 X 같은 세상"
최소한 상대방이 너무 부자라서 희생양처럼 무게 잡고 무너질 수도 있었어요.

<클로저>의 남자주인공은 처음에 여자주인공의 가짜 이름을 믿지만, 나중에 마음을 열고 진짜 이름을 말해도 믿지를 않아요.
여자주인공이 다른 남자와 섹스를 하지 않았다고 말해도 믿지를 않고 잤다고 거짓말을 하니깐 비로소 그녀가 진실을 말한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여주인공의 마음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섹스 여부만이 그의 관심사이죠. 

결국, 그녀는 남자주인공을 떠납니다. 
남자주인공이 뒤늦게 묘지에서 여주인공 이름의 진실을 깨달았을 때 상흔을 입은 표정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나는군요. 

그에 반해 <건축학개론>은 여주인공은 남자주인공을 기다립니다. 심지어 결혼과 이혼을 하고 난 뒤도 그를 찾아갑니다. 

심지어 여성 관객은 열렬하게 그 둘의 만남이 결혼으로 끝나기를 바랬고 현실의 무게를 느끼며 극장문을 나선다고 하더군요. 
실소가 나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여자주인공은 그가 약속을 어겼을 때 남자주인공과의 관계를 끝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남성의 열광은 여자주인공에게 자신의 열패감을 뒤집어씌우고 차버렸지만 결국 다시 그를 찾아오는 남성 판타지 영화라서 그렇겠지요. 
여자주인공의 계급상승 결혼은 실패하고 남주인공을 만나서 마지막 섹스를 선물해야겠지요. 
그러나 남자주인공은 새로운 신대륙을 향해서 계급상승의 상징인 피앙세와 떠납니다. 
그의 대학 시절 계급 차이에서 오는 고뇌는 왠지 하찮고 시시해져 버려서 남자주인공을 변호했던 이를 무안하게 만드는군요. 

Zeigamik Effect는 완성되지 않으면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기 때문에 그것을 기억하지만, 일단 완성되면 그 관련된 기억이 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잘 마무리를 맺은 첫사랑은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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