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9.01 11:59
제가 듀게에 이런 글 올릴 줄 몰랐어요. 여기 개신교 안좋아하는 분들 많은데-이게 편견이라고 댓글달지 않으셨으면....-
그래서 개신교 관련 글 일체를 읽지도 않고 발언도 안하는 편이었는데요.
사실 지난 수년동안 저한테 신앙은 삶의 중심이자 행복이고, 교회 활동과
교회 지인들이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정말 컸어요.
그러다가 작년에 교회 안의 여러 문제들- 재정 비리, 목회자들의 이율배반적인 행동,
교인들의 이기적인 다툼 등등,,, 흔히 말하는 교회의 고질적인 문제들이죠.
뉴스에 나올정도는 아니지만 저한테는 큰 환멸이었어요. 20대 초반에도 교회 안의 문제때문에
사실은 10년간 교회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건대 또 같은 문제에 부딪히고 이번에는 더 큰
회의와 상처를 입었죠.
그래서 교회를 옮겼는데, 이번 교회는 재정적으로 일단 깨끗하고-회계보고 철저하고 세간의
평도 좋은 그런 교회랍니다.
그런데 이미 제 마음은 떠난거 같아요. 예배가 공허하고 무의미하게 느껴져요.
성경공부 모임이 잘 조직되 있어서 그게 장점이라고 생각하고 몇달째 참여했지만
그냥 정해진 답을 말하도록 짜여진 느낌만 들고 사람들은 친절하지만 깊은 속마음까지
나누는 것도 아니고.-이전 교회는 같은 모임 멤버들끼리 좀더 속깊은 대화나 신앙의 고민도
심도있게 말했는데. 약간은 그냥 친목모임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신앙에 대해서 계속 회의가 들어요.
세상의 이 많은 문제에 대해서 신이 계속 인간에게 책임 전가하는 것같은 교리나 설명도 싫고
문제는 니가 참고 견디는거다라는 식의,,,, 어차피 내 문제나 고통을 해결해 줄 것도 아니고
세상의 문제들도 신의 시간이나 때가 있는거다라는 막연한 말을 무조건 복종하고 믿으라는 것도
이제는 싫으네요. 네, 지금까지는 이런 신앙적인 설교나 신앙서적들의 말을 내 것으로 소화하려고
애썼고 그게 삶의 힘이 되기도 했어요. 그러나 지금은 다 의미없는 억지소리같아요.
지금의 삶의 큰 원동력이 사라진거 같아요. 교회다니기 전의 삶으로 그렇다고 돌아가기도 힘들고
교회 열심히 다니던 시절의 삶이 회복되는 것도 아니고 회색지대에 있어요.
사실은 부모님 시선만 아니라면 교회 다 그만두고 그냥 일요일엔 쉬고 싶어요.
이번 주 일요일에는 그냥 늦게 일어나서 TV보면서 집에서 쉬고 있었는데 그게 억지로
예배가서 찬송부르고 설교듣는 것보다 맘편하더군요.
성경공부모임이라도 없으면 그나마 정기적으로 만나던 사람들이 없어져서
내가 너무 사회에서 고립되는 거 같지만-마음에 맞는 동우회,,,,찾는게 쉽지 않잖아요.
어차피 속깊은 이야기도 못해서 같이 있어도 외롭게 만드는 사람들이랑 있는게 무슨
의미일까 싶기도 하고.
재미없는 이야기 길게 썼네요. 듀게에도 이와 비슷한 고민해보신 분 있을까요?
이렇게 답답해서 숨막힐거 같으면 그만두는게 맞는거 같은데 쉽지가 않네요.
-답글은 제가 늦게 확인할거 같아요. 도서관 컴인데 시간 제한이 있어서요.
제 스마트폰으로는 답글 달기는 잘 안되더라구요.
2014.09.01 12:05
2014.09.01 12:09
어차피 어디든 생활권에서 멀어지면 멀어지는거죠. 몇몇 정말 친한 친구들은 제외하고는.
전 지난 교회에 다니던 사람들한테 더 정이 많이 들었는데 이제는 연락하기가 좀 부담스럽네요.
2014.09.01 12:31
세상의 이 많은 문제에 대해서 신이 계속 인간에게 책임 전가하는 것같은 교리나 설명도 싫고
문제는 니가 참고 견디는거다라는 식의,,,, 어차피 내 문제나 고통을 해결해 줄 것도 아니고
세상의 문제들도 신의 시간이나 때가 있는거다라는 막연한 말을 무조건 복종하고 믿으라는 것도 이제는 싫으네요.
-- 제가 종교를 가지지 못하는 이유와 같네요. 교회를 다녀본 적이 없지만 뭔가를 믿어보려고 하다가도 이런 생각 때문에 결국 시도조차 못했어요.
2014.09.01 12:42
무신론자의 입장에서는
굳건히 신의 존재를 믿고 의존하는걸 이해도 하고 신기하기도 합니다.
신앙에 회의를 가져 멀어져도
교회에서 좋아하는 한가지라도 마음에 두면 아주 그만둔 것도 아닐거 같네요.
2014.09.01 13:26
요즘 덴마가 휴재중이라 틈틈히 정주행중인데, '만드라고라' 에피소드가 생각나네요.
"보다 편안하고 안락한 삶이 있으니 더 늦기 전에 어서 도망치렴."
2014.09.01 13:34
결국 어느 쪽이든 마음 편한대로 가게 되어 있더라고요. 교회의 불편함과 교회를 다니지 않는 불편함 중에서 더 작은 걸 선택하는 거지요. 제 경우에는 결국 그럭저럭 뜻 맞는 교회를 찾아서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2014.09.01 14:08
전 신의 존재를 이해할 수 없어서 교회를 안다녀요
신이 없는걸 알면서도 교회에 가면 죄책감이 느껴지네요
2014.09.01 15:02
2014.09.01 15:02
교회에서 어른들이 벌이는 일-시장 선거에 나오기만 하면, 생전 얼굴 안 비추던 교인이 떡하니 맨 앞줄에 띠두르고 앉아 있고, 목사란 놈은 그놈 당선되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등등-이 역겹게 느껴져서, 신앙에 대한 회의는 별로 없었는데도 고등학교 때 교회에서 나왔더랬어요. '내가 정말로 이 신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나는 탕자처럼 돌아오게 될 거다. 그 땐 지금보단 제대로 된 신자가 될 수 있을 거야'라는 생각이었는데. 이년 여가 지나서 '나는 신자가 될 수 없구나' 하는 사실을 절절하게 깨닫게 됐었습니다. 마음이 편해졌어요.
물론 저와 비슷한 경우로 교회에서 나왔지만 결국에는 다시 교회로 돌아간 사람도 있었습니다. (저는 신앙에 회의적이지만 사람들에게 종교는 필요하다고 믿어요. 나한테 유용하지 않다고 다른 사람한테 유용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니까요.) 아무튼 한 번 교회에서 발을 빼보시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요. 스스로가 정말 교회랑 맞는지 안맞는지를, 객관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2014.09.01 17:33
전 이미 20대 초반에 교회에 발을 끊고 거의 10년간 안다녀본 경험이 있어요. 그러다가 다시 돌아간 케이스인데 다시 이렇게 된거라서
정말 힘드네요.
2014.09.01 16:47
갑자기 궁금해졌는데..중독자들처럼 종교 포기자들도 테라피를 위한 모임을 만들어야 필요가 있을까요?
2014.09.01 17:32
필요하죠. 중독자 못지 않게 정신적인 상처를 오래 남기니까요. 사실은 올해 그와 비슷한 모임에 참석해 봤어요.
2014.09.01 17:36
전 지금 그냥 내가 무신론자거나 교회에 가볍게 발끊은 사람이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절충안으로는 집앞에 10분거리 교회에 가서 대예배만 1시간 드리고 오는 것도 있는데 그것도 귀찮아질 지경이니까
정말 마음없는거 같은데 안가는게 괴로운건 뭔지 모르겠어요. 여기다 다 설명할 수 없는 오랜 세월의 그 신앙이라는게
이렇게 떨쳐버리기 힘든 짐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올줄은 정말 몰랐어요.
2014.09.01 17:53
전 예배참석의 유무보단 기도를 하시는지의 유무가 더 궁금한걸요. 종교집단의 모임이란게 가보면 결국 사회에서 보던 진상들 다 있게 마련이라..예배는 싫지만 기도는 좋다면 종교는 유지하시는게 맞고요. 기도는 백날가야 안하는데 하하호호 예배가 즐겁고 사람들이 좋은거라면 끊어도 무방할듯 합니다...전자가 신앙이고 후자는 그냥 사교죠. 전 그렇게 봅니다. 한 때 세례까지 받았으나 교회바깥을 선택한 사람의 입장으로.
2014.09.01 18:10
기도하고 성경도 정기적으로 봤는데 요즘엔 쉽지 않아요.
전 신앙은 사람들과 같이 키워가는거라고 믿는 편이라서 둘을 분리해서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기도나 성경은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그렇게 혼자서 신앙을 오래 유지한다는건 쉽지가 않죠.
사람들이랑 같이 신앙에 대해서 이야기도 나누고 기도도 같이 해주는게 필요하다는 편이거든요. 안그랬으면 사실 대예배만 드려도 되는데 교회 모임에 꾸준히 참석했던 이유기도 해요.
2014.09.01 18:35
하긴 같이 신앙생활 한다는 건 참 중요하죠.
하지만 같이 믿음을 나눌만한 사람들을 만나는게 일단 전 무척 힘들었어요. 개종하려고 시도했다가 인간에 대한 회의를 직면하기도 하고....
제 여부는 과연 같이할 사람이 없어도 당신은 신과 소통한다고 믿을수 있는가였어요.....그게 가능하지 않다면..글쎄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신앙을 다 떠나는게 추세라면 님은 신을 안 믿을건가요? 신앙공동체는 신과의 소통 그 다음문제라고 저는 보는 쪽이라.중요하지 않다는건 아니고요.
2014.09.01 18:52
네, 교회 안가가는 사람들에 대해 올해 초에 토론모임에 참석했는데 비슷한 논의를 많이 해봤어요. 어떤 분들은 혼자서도 예배하는게 가능하다면서
쇠부엉이님과 비슷한 의견을 얘기하기도 하더군요. 저도 옳지 않다는게 아니라 제 성향상 더 어려운거 같아요. 지금은 간간히 기도하고 있는데
예전처럼 소통하는게 쉽지는 않네요. 쉽게 이게 답이다,라고 저에게 주어지지가 않아요.
2014.09.01 18:51
저같은 분이 또 계시네요! 저도 최근 저의 20대를 불태웠던 교회를 떠나서 다른 교회로 옮겼습니다. 비교적 큰 규모의 교회였는데, 불투명한 재정, 세습, 그리고 오로지 교회의 부흥에만 촛점이 맞춰져있는 교회 구조에 마음이 늘 불편했었어요. 지금 옮긴 교회는 전의 교회와 정 반대인, 투명한 재정, 작은 규모, 부흥보다는 성도의 성숙에 촛점을 맞추는 좋은 교회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착하기가 힘들어요. 몇 개월 째 다니고 있지만 아직 등록은 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전에 교회에서의 인맥이 방대한 편이었고, 청년부 활동도 열심히 했던 편인데, 지금 연락하는 사람은 한 손에 꼽을 정도네요. 지금은 그냥 무엇을 억지로 하려기보다는 제 자신에게 쉼을 주는 상태입니다. 처음부터 다시 신앙생활을 한다고 생각하려고요. 평생 일요일 예배를 결석한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작년과 올해 무단 결석(?)을 몇번 했었어요. 그런데 신앙을 완전히 버리지는 못하겠더군요. 제 가치관 전체를 지탱해주는 받침돌같은 역할이라, 밑장을 빼버리면, 제 정체성이 사라질 것 같아요. 요새 한국 기독교계에서 사건사고들이 너무 많다보니, 저와 산호초님같은 사람들이 은근히 많을 것 같아요. 그런데 실제로 가족과 소수의 신자인 지인을 빼면, 이런 고민을 나눌 사람도 별로 없어서 서로 잘 모르는 것일지도요. 산호초님이 글을 올려주신 덕분에 조금 덜 외롭게 느껴졌어요. 감사합니다.
2014.09.01 18:56
한국 개신교 사회에 저나 쌓기님같은 사람 정말 많죠. 올해 초 모임이나 새로 옮긴 교회나- 지금 다니는 교회는 이름만 대면 다 알만한 교회에요. 이 교회가 다른 교회에서
상처받거나 문제있어서 이동해온 사람들이 정말 많더라구요. -교회에서 상처받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고 저보다 심각한 문제인 경우가 더 많았어요.
그리고 문제를 나눌만한 공간도 별로 없죠. 한국 개신교가 네트워크가 아니라 개교회 중심이라 고립되어 있는 구조고 교회 안에서 불만이나 회의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기가 힘들잖아요. 지금 저는 기독교 관련 대안 모임도 생각은 하고 있는데 주중 참석이라 시간내기가 쉽지 않은데 다시 거기 가볼까 생각도 하고 있어요.
2014.09.02 00:00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신앙이나 인간적으로 결국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살아보니 결국 사람이 우선이라, 교회 안나가서 멀어질 사람이면 별로 깊은 관계 아닌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