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장관이 산천어 축제에 반대했다는군요.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25&aid=0002973516

[이날 조 장관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점검 차 화천을 방문했을 때, 원주지방환경청장에게도 ‘이런 축제를 계속 해야 되냐’고 의문을 표했다”고 밝혔다. 그는 “(원주지방환경청장은) 화천은 인구가 2~3만명 밖에 되지 않고, 군에 의존하는 경제인데 군대가 축소되면서 먹고사는 게 막연한 상황에서 산천어축제를 못하게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조 장관은 “이런 축제는 결국 육식문제와도 연결되고, 청년 세대도 육식문화에서 생겨나는 환경문제에 대해 검토해달라는 요구가 많다”고 언급했다. 그는 “산천어 축제도 그 일환이고, 앞으로 ‘생명체를 죽이는 것’을 즐기면서 진행하는 축제 등에 대해 환경부가 어떤 입장, 어떤 정책을 가져야 할 지 조금더 명확한 판단을 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올해, 이 축제와 관련된 문제가 비교적 크게 이슈가 됐습니다. 동물보호단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산천어들이 축제를 위해 동원되는 과정을 밝혔는데, 내용은 이렇습니다.

[…이들은 고발장에서 “피고발인들은 매년 겨울 강원도 화천에서 ‘화천 산천어 축제’를 주최해 산천어 맨손잡기, 옷 속에 넣기, 입에 물기 등 동물을 공개적으로 학대하고, 불필요한 상해와 죽음에 이르게 하며, 운송과정에서 적절한 보호를 하지 않는 행위를 지시·묵인하고 있다”며 “이는 동물보호법 제8조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산천어는 수온이 섭씨 20도가 넘지 않는 강원도 영동지역 하천에만 서식하는 어종으로, 영서지역에 위치한 화천군에는 전혀 서식하지 않는다”며 “180t의 산천어를 오로지 유흥·오락 목적의 축제를 위해 영동지방에서 무리한 운송방식으로 공급받아 온 후, 5~7일을 굶겨 극도의 굶주림을 야기한 상태에서 얼음 속 밀집한 환경에 투입시킨다”고 주장했다. 또 “(그렇게 투입된 산천어들은) 하루 수천명이 드리우는 얼음낚시 미끼를 물고 잡혀죽거나, 홀치기바늘에 몸통이 찔려 올라와 죽거나, 혹은 극심한 고통과 스트레스 속에서 굶고 쇠약해져서 떼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반생태적, 비인도적, 비교육적 동물 학대의 현장”이라고 했다.] (*1)

산천어라 하면 송어의 유사종(landlock type)인데, 특히 송어와 같은 무악류/경골어강(Agnatha/Osteichthyes) 물살이(동물권 지지자들은 물고기 등 수생동물들을 이렇게 부릅니다)들이 고통을 느낀다는 증거는 풍부하게 확립된 상태입니다. 아예 무지개송어를 대상으로 입 부위에 벌 독, 식초를 주입하는 실험이 있었는데, 이 실험에서 송어는 식욕을 잃고 호흡이 가빠지며 주둥이를 수조 벽에 문지르는 이상행동을 했으며, 모르핀을 투여하자 이상행동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2)

리버풀, 퀸즈 대학교 등의 연구진들이 동물의 고통에 대해 평가한 항목에 따르면 물살이(무악류/경골어강)가 고통을 느낀다는 점을 지지할, 다음의 증거가 있습니다. (*3)

(1) 통각수용기(Nociceptors)의 존재
(2) 중추신경계통(Central Nervous System)의 존재
(3) 뇌에서의 중앙처리
(4) 진통제에 대한 수용체의 존재
(5) 물리적 반응
(6) 유해한 자극에 대한 회피
(7) 이상 행동
(8) 자기 보호 반응
(9) 진통제에 의한 반응 활성도 감소
(10) 통증 제거제를 스스로 획득하려 함
(11) 자극을 우선순위에 놓고 반응함
(12) 통증 제거제에 접근하기 위해 대가를 치름
(13) 행위의 선호와 선택을 바꿈
(14) 문지르거나, 절룩이거나, 보호함
(15) 자극을 피하기 위해 대가를 치름
(16) 다른 필요사항들과 교환함

그러니까, 고통을 느끼면 괴로워서 몸을 비트는 동물들을 트럭으로 데려다 놓고 인위적으로 굶긴 뒤, 축제랍시고 날카로운 바늘로 입천장을 찍어 건져올리는 짓을 한다는 건데요. 조명래의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대체 이런 축제 왜 계속 해야 할까요… 섭식을 목적으로 한다지만 저 많은 물살이들이 건져지는 족족 소비될 일도 없겠거니와, 포유동물을 대상으로는 찬성할 수 없는 행동들을 축제라는 이름으로 쉽게 받아들이는 관습, 참 납득이 안 됩니다. 새끼돼지들을 울타리에 풀어놓고 칼을 한 자루씩 쥐어준 채 도살의 축제를 벌이라고 하면, 어린 애들 데려와서 거기서 돼지 잡을 인간은 몇이나 될까요. 개라면, 고양이라면 또 어떨까요. 

인간이 물살이를 대하는 태도는 포유류를 대하는 태도보다 훨씬 저열해서, 물살이를 대상으로 유희와 축제를 벌이는 데에는 비교적 둔감하면서 포유류를 유희의 대상으로 삼는 것에는 좀 더 비판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그 이중성의 합리적 근거는 물론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면, 최근에 끔찍하고 황당한 사건이 중국에서 있었는데요. 중국 충칭의 관광지에서, 돼지에게 번지점프를 시킨 사건입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55&aid=0000787104

돼지는 몸이 축 늘어진 채로 추락해, 출렁이면서 몇 번이나 같은 공포를 느꼈을 겁니다. 인간이야 자신이 번지점프를 해도 안전할 개연성을 파악할 지능이 있지만, 돼지는 그렇지 않습니다. 유희와 돈벌이를 위해 돼지는 몇 번이고 끔찍한 죽음의 공포를 느낀 뒤, 실제로 도살당해 죽습니다. 

평범한 돼지라면 공장식 축산에서 정신이 한 번, 도살당할 때 몸이 한 번, 단 두 번 죽지만, 이 돼지는 몇 번이고 반복해서 죽은 겁니다.

포털 기사 댓글은 이런 행위에 분개하고 있고, 여기에 중국인에 대한 혐오까지 덧댑니다. “중국은 인간이라고 하기엔 너무 미개하고 더럽다”라는 댓글이 베댓인데요. 한국의 산천어 축제도 다르지 않습니다. 자기 얼굴에 침 뱉기죠. 게다가 2007년에 한국 방송에서도 똑같은 짓, 그러니까 돼지 번지점프를 한 전력이 있습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1/21/2007012100211.html

최근에는 동물학대를 통한 엔터테인먼트와 돈벌이의 방식이 유튜브 쪽으로 진화하는 듯합니다. 모 유튜버는 고양이가 들어 있는 박스에 햄스터를 함께 집어넣고, 햄스터의 공포를 팔아 수익을 창출하다가 사과하기도 했죠.

동물에게 자연 상태에서는 존재할 수 없을 행동, 머물지 않을 서식지를 강요한 뒤, 엔터테인먼트에 활용하는 행위들. 축제, 동물원, 서커스, 영화, 유튜브 등 엔터테인먼트 현장에서 동물을 이용하는 행위의 중단은, 대다수 사람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동물권 의제가 아닐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런 일이 빈번하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3) https://animalstudiesrepository.org/cgi/viewcontent.cgi?article=1068&context=acwp_arte, Table 2, Criteria for pain perce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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