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데블스 플랜.

2023.11.10 09:48

잔인한오후 조회 수:332

복잡하게 글 쓸 것은 없고, 다른 분들이 어떻게 봤을지 궁금해서 글을 써봅니다. 그제 어제 해서 이틀간, 첫 날은 준결승 직전까지 달리고, 둘째날은 결승까지 봤는데요. 나쁘지 않았습니다. 전의 [더 지니어스]도 시즌 1을 재미있게 봤고, 연예인들이 대거 출연한 시즌 2의 절도(?) 사건 이후로 룰 내부 공정함이 떨어진다고 생각해서 보기 싫어져 안 봤는데 이번에는 그런 점은 없더군요. 그리고 매 주 공개되던 때와는 달리 시청자들끼리 이런 저런 이야기하고 악플 달리고 하는 점도 없어서 깔끔하도 하면서 아쉽기도 하네요. 당시 혐- 누구, 하면서 다들 혐이란 단어에 익숙해졌던 기억이 나며, 지금도 그렇게 했으면 누구는 욕 먹었겠다 싶기도 하고요.


이번 [데블스 플랜]은 사람들이 전보다 감성적이란 생각이 들었는데, 합숙의 효과가 커 보였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것보다 훨씬 더 밀착되고, 확실히 그런 부분이 감정선을 건드리더라구요. 처음애는 애인이랑 함께 보려고, 1화를 보고 재미있겠다 싶어서 일주일을 기다려 틀었는데, '너무 머리 아프다, 너무 룰이 복잡하고 설명이 길다, 그런건 삶과 직장으로 충분하다'라고 해서 컷되고 혼자 쓸쓸히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고는 이런 게임류에 몰입하는 사람들은 정말 선천적으로 다르게 태어나나 생각하게 되더군요. 보드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어김없이 이 프로를 좋아하고, 아닌 경우는 안 좋아하더라구요. 도대체 나는 왜 이런 것들에 더 몰입하고 눈물이 나는가 싶었습니다. (심지어 이번 분위기는 상금을 걸고 겨루는 분위기가 아니라서 더욱.)


제 예상과 많이 달랐던 건 곽튜브 씨였는데, 자신이 계속 이야기하듯 MZ한 사고를 그대로 반영하지 못하더군요. 적자생존을 웅변하고 비열하고 치사하게 살아남겠다고 그렇게 이야기했는데, 누군가를 보호하고 그를 살리겠다는 마음으로 변하는게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제 마음 속 어떤 이의 이미지 쇄신은 그가 고통 받을 때구나 생각했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초반에 이동재 씨를 상당히 불호하게 되었는데, 나중에 고통받고 후회하는 모습들을 보며 마음이 움직이더군요. 아마 그가 계속 잘해나가고 누군가한테 잘했다고 하더라도 이미지는 쉽게 변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래서 요즘 웹툰 같은 곳에서 악역을 '세탁한다'고 할 때 흐름을 떠올려보게 되더군요. 거기서는 그 캐릭터가 좀 더 잘 해내고 문제를 바로잡는 방식으로 과거를 정리하는데, 그런 것에는 마음이 안 따라가는 이유를 알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프로그램 전체를 떠받드는 보수(?)와 진보(?)의 충돌도 흥미로웠습니다. '복지 모델의 실패를 보는 것 같다'에서는 피씩 웃어버렸고, '다들 공평하게 적은 피스를 가지게 되었으니 원하는 바대로 되었다'라는 말에는 뼈가 아프더군요 ㅋㅋ. 그런데 저도 이 게임 내에선 보수(?) 쪽에 더 감정이입이 되었습니다. 애초에 판 전체가 승자독식이기 때문에 다자승리가 전략적으로는 의미가 있지만 도덕적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보니까요. 하지만 도덕적 우위로 인해 소수 연합은 계속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결승을 보니, 아무래도 최대한 대본 없이 갔겠구나 했습니다. 그리고 여러 부분에 제작진의 의도가 개입되었다고 해도, 감정선의 진실성에 베팅해봅니다 ㅋㅋ. 그리고 그 감정들이 연기라고 해도, 제가 느낀 감정은 거짓은 아니었을테니까요. (아무래도 요즘 말로 너무 덜 매워서 별로였을지도.)


너무 글이 길어져가니 자릅니다 ㅋㅋ. 다들 어떻게들 보셨는지.


P. S. 저는 대신 연애 예능은 정말 보기 힘들더군요. 아직까지도 [테라스 하우스] 말고는 시즌 하나를 다 본 게 없습니다. 조금만 봐도 왜이리 힘든지 ㅋㅋ.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9612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8493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8742
124739 지금 네이버, 다음 검색어 순위 상위 단어는... + 영포빌딩 옆 개고기집 여사장 사진 [7] 라곱순 2011.10.30 6889
124738 주변 이혼한 사람들의 변화를 보며 [8] Trugbild 2013.11.16 6888
124737 애니 움짤들 - 케이온, 아즈망가, 크게 휘두르며 (스포일러) [6] catgotmy 2010.10.08 6888
124736 [피트니스] 운동을 하면 가슴이 커진다? 작아진다? [11] ONEbird 2011.01.29 6888
124735 안철수 나오겠네요.. [18] 마르세리안 2012.07.24 6887
124734 까페베네가 그렇게 맛 없나요?? [37] being 2011.01.24 6887
124733 [조언+바낭] 연인과 친구의 배신 트라우마 극복하기 [22] 익명죄송 2013.09.06 6886
124732 <만추> 탕웨이, 현빈 캐릭터 포스터 [11] morcheeba 2011.01.22 6886
124731 허지웅의 재발견 [21] 완수 2013.07.10 6885
124730 45년만의 만남 - 사운드오브 뮤직팀 오프라윈프리쇼 출연 [11] 무비스타 2010.11.24 6885
124729 타블로 논란이 재미있게 흘러가는군요 [14] 메피스토 2010.08.26 6885
124728 대구 여대생 살인사건 너무 불쌍하군요. [8] poem II 2013.05.28 6884
124727 귀여운(?) 절도女.jpg [15] 黑男 2013.07.06 6883
124726 [바낭]급한 네티즌들 [57] 공유지의 비글 2013.03.28 6883
124725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양성애자 [25] catgotmy 2013.03.17 6883
124724 오랜만에 식단공개, 도시락 반찬, 간식거리 [67] 벚꽃동산 2010.09.01 6883
124723 고양이 키우는게 쉽지 않은 일이네요...알게모르게 생긴 노이로제... [34] kct100 2013.04.10 6882
124722 하드렌즈 끼시는분? [16] candid 2011.09.07 6882
124721 욱일승천기를 두고 오해하기 [16] wonderyears 2011.01.26 6882
124720 트윗에서 본 충격적 이야기(영화관련) [19] 시민1 2013.09.23 688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