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11 22:31
이미 그녀의 어린 날의 고통스러운 기록들을 너무 세세할 정도로 책으로 읽었어도
영화관에서 마지막 런던 공연 시점 무렵의 늪에 빠져 갇힌 것같은 상태로
있는 모습에 카메라를 들이댄 것은 이 기분을 어떻게 씻어낼 수 없을까 싶을 정도로
우울해지네요.
르네 젤뤼거는 눈을 뗄 수 없을만큼 이 쇠락한 여배우의 모습으로 완전하게 쥬디 갈란드
그 사람이 되어서 묘하게 사람을 저항할 수 없이 잡아끌더군요.
영화 전체는 보지 않더라도
영화 속에서 마지막 무대 "come rain or come shine" clip이 유투브에
나올 때는 한번 보세요. 아무리 마약에 취하고 사생활이 엉망인 상황에서도
무대에서만큼은 생생하게 "살아있는" 사람이고 열정으로 빛나는 예술가였으니까요.
그녀의 인생은 무대에서 시작되었고 결국 그 공연을 위해서 혹사당하고
모든 불행과 고통의 원천이지만
오직 무대에서만이 살아있는 사람,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 싶어요.
잔인하지만 어쩌면 나도 그녀에게 바란 것은 무대 위에서의 화려한 모습이었을거에요.
그녀의 지리멸렬하고 어두운 사생활이 아니라
열정이 넘치는 화려한 무대 위의 모습.
주디 갈란드 전기인 "Get happy"에서 읽은 겉보기에는 평화롭고 모든게 아름답게
보이지만 루이.B.메이어에 의해서 철저하게 통제되고 있는 MGM 시스템의 기이한 광기와
폭력을 잊을 수가 없어요.
영화에서도 플래쉬백으로 묘사되고 있지만 책에서 읽었던 상황은 훨씬 더 심각했었거든요.
헐리우드 30~50년대 스튜디오 시스템에 대해서는 그 당시 영화와 영화배우들에 대한 애정과 동경,
그리고 그 화려한 이면의 폭력을 이제는 기억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 "Hollywood Dynasties"라는 책은 MGM 파라마운트 20세기 폭스를 비롯한 초창기 헐리우드 거대 회사들의
흥망성쇠, 그들의 명과 암을 다루고 있습니다. 거대 스튜디오 시스템에서 "이지라이더"가 나오고
뉴 할리우드 시대가 오기까지의 긴 세월의 변화를 밀도있게 인물 중심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다시 읽고 싶네요.
저처럼 쥬디 갈란드의 전기물까지 찾아볼 분은 별로 없으시겠지만 Gerald Clarke이 쓴 "Get Happy"가 비교적
공정한 시점에서 서술한 책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자기 전에 그녀의 공연과 이 책을 좀 읽어봐야겠어요.
2020.02.12 17:01
2020.02.12 22:01
르네 젤위거는 눈을 뗄 수 없이 그 모습에서도 매혹적이에요. 아주 자연스럽게 주디 갈란드라고 받아들일 수 있어요.
영화관에서 못봐서 아쉬우시겠지만 나중에 vod라도 꼭 보셨으면 좋겠어요.
2020.02.12 18:25
저는 예전에 SAG시상식이었나 에미 상에서였나 클립으로 튼 <Life with Judy Garland: Me & My Shadows >에서 주디 데이비스가 연기했던 주디 갈란드가 나도 주디 갈란드인 게 어렵다고 소리지는 게 너무 인상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Life with Judy Garland: Me & My Shadows >는 주디 갈란드 딸이 쓴 회고록을 각색한 드라마입니다. 유투브에 3파트로 나눠서 올라와 있어요. 듀나의 리뷰도 있고요.
찾아 보니 이 대사였던 것 같군요.
Difficult? Yes, I've heard how difficult it is to work with Judy Garland, do you know how difficult it is to *be* Judy Garland? I've been trying to be Judy Garland all my life!
그러고 보니 저스틴 워델이 나왔던 나탈리 우드 전기 드라마도 있었죠.
저는 이런 고통스런 삶을 살다 간 아름답고 재능있는 여배우를 바탕으로 영화나 드라마를 만드는 게 한편으로는 고통을 전시하거나 착취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버리지는 못 하겠더군요. 물론,유족들의 동의가 있었겠죠. 그래서 이런 류의 전기영화를 잘 못 봅니다.
2020.02.12 21:31
아, 이 드라마 전에 히스토리 채널에서 한번 스치듯 보고 어제 영화보는내내 아, 그 인상적인 드라마있었는데 찾아보긴 힘들겠지 그랬거든요.
유투브에 3부작으로 올라와있다니 너무 감사한 일이네요. 영화보다는 드라마쪽이 좀 더 밀도있게 그 시절의 쥬디 갈란드를 보여줄 수 있을거 같아요.
회고록이라면 책도 어쩌면 구글도서에서 찾을지도 모르겠네요.
2020.02.13 00:03
이런 드라마나 영화화도 역시나 그들의 이미지와 비극을 상품화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전시하고 착취"한다는데
저도 백번 동감해요. 마릴린 먼로도 그렇게 수없이 영화화되고 드라마화되었던 사람들에게 그녀의 비극이 어떤 식으로든
즐길거리가 된다는 것이겠죠. 그녀들에게 깊은 연민을 느낀다고 해도 나도 역시 즐기는 구경꾼이라는 혐의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이겠죠.
2020.02.13 00:05
지금 드라마를 찾아서 보고 있는데 주디 데이비스라는 배우 본연의 강인함때문인지 아무리 인생이 밑바닥을 쳐도
이 사람은 극복할 수 있는 것같은 이미지이기도 하고, 주디 갈란드 자신도 마약과 망가진 결혼생활, 무엇보다 절망적인 정신 상태였음에도
끝까지 이 사람 안에 무너지지 않는 어떤 부분, 노래와 연기에 대한 열정이든, 그토록 자존감이 낮았다지만 무너지지 않는 강인함이
최후까지 버티고 있었다고 믿게 되네요.
벌써 개봉했군요. 르네 젤위거가 주디 갈란드로 어떻게 변신했는지 궁금한데 신종 코로나 때문에 영화관에는 못 가겠고
아카데미상 수상작들이 많이 개봉되는 이 시점에 영화를 못 보는 게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