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펫...뭐 이런..

2011.11.12 14:09

감자쥬스 조회 수:3889

너는 펫을 봤습니다. 보면서 정말 이 영화를 선택한걸 후회했어요. 한국영화는 의무적으로, 습관적으로 보는 편이기 때문에

크게 망설이지 않고 고른거긴 하지만 이 영화는 정말 아니올시다였거든요.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로맨틱코미디에 자주 볼 수 없는 여배우 중심의

작품이기에 기본적인 무난한 재미는 있겠거니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전 아무리 생각해도 이 영화의 설정을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원작이 어떤식으로 전개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국내판 영화 버전은 너무 말이 안 되고 억지스럽고 개연성이 떨어져서

남녀주인공의 주인 놀이, 펫 노릇을 하는걸 도무지 눈뜨고 봐줄 수가 없고 이해도 안 됩니다.

도대체 그들이 왜 그렇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득력이 너무나도 약해서 난데없고 뜬금없기만 하거든요.

물론 초반에 두 주인공이 왜 그래야만 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나오긴 합니다.

그렇다 해도 너무 잘 나서 변변치도 못한 남자한테까지 차이는 김하늘이 오갈데 없는 장근석을 모모란 이름을 붙여 펫으로 키운다는건

황당하기만 하고 그걸 뒷받침 해줄 수 있을 정도로 이 영화가 판타지로 흐르는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장근석이 정말 개처럼 하는것도 아니고요.

현실적인 구성 안에서 이런 얘기가 흐르다보니 시종일간 부대끼기만 합니다.

차라리 그 프랑스 영화인 디디에처럼 개와 사람의 영혼이 바뀌는 설정 식으로 진행된다면 이해를 하겠어요.

아, 이런 류의 설정을 깔고 간 한국 로맨틱코미디가 하나 있었죠. 박중훈 나왔던 꼬리치는 남자.

 

잘난 골드미스의 남성판타지를 실현시킨 구성처럼 보이고 남자를 동물 취급한다는것에 분노한 일부 무리들이 이 영화 상영중지를 요구했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지만 막상 영화를 보면 장근석은 그냥 이름만 펫일 뿐 개대접을 받는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극중 김하늘과 장근석이 제목에 걸맞게 행동할 때는 의식적으로 이 둘의 관계를 재확인 할 때이며 그것은 잠시의 즐거움을 위한 설정극일 뿐입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더욱이 영화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는 장근석 때문입니다. 요즘 지나치게 설치는 장근석을 여러 매체에서 접할 때는 그저

끼 많은 똘아이를 보는 즐거움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는데 그런 모습이 캐릭터에 투영되니 참고 보니 힘들더군요. 표현을 거칠게 하자면 진심으로 역겨웠습니다.

장근석은 본인이 어떻게 행동하고 움직이고 표정을 지으면 매력적인지 너무 잘 알고 있어요. 그걸 온 몸으로 표현해냅니다. 자기도취가 지나칠 정도로 심해서

남녀주인공의 로맨틱코미디 부분이 살질 못해요. 서로간의 화학반응이 일어나야 할 장면에서도 본인의 매력만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의식적으로 연기하니

멜로가 약해지는거죠. 장근석의 요즘 매력에 반한 해외 팬들이라면 이 영화는 팬서비스입니다. 춤잘추고 노래 잘 하고 연기 잘 하고 귀여운 장근석의

아이돌 같은 모습을 맥락과 상관없이 주구장창 보여주기 때문이죠. 배역이 너무 잘 어울리고 그걸 배우 자신이 너무 잘 알고 연기해서 

오히려 영화에 방해가 된 캐스팅이었습니다. 김하늘은 옷발 잘 받네요. 같은 날 개봉한 티끌모아 로맨스보다 개봉관도 더 많이 잡았고 관람 등급도 한단계 더 낮고

배우에 대한 인지도가 더 높고 가볍고 앙증맞아 보이는 스타일도 더 강해서 첫주는 제법 관객을 모을것 같긴 하네요. 

그러나 올해 본 한국영화 중 히트와 더불어 저에겐 최악의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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